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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살인, 결국 그놈이었다···"이춘재 14건 저질렀다 자백"

중앙일보 2019.10.01 20:44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처제 살인 사건 전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보다 5건이나 많다.
1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이춘재는 이날 경찰의 9차 대면조사에서 "내가 진범"이라며 자백했다.
이씨가 자백한 범행은 모두 14건이다. 모방범죄로 결론이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두 자신이 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화성 연쇄살인 전후에 발생한 3건의 미제 사건과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청주에서도 2건의 추가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JTBC 9월30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JTBC 9월30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춘재 DNA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현장증거물을 순차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DNA분석을 의뢰했다. 이 중 9차례 사건 가운데 3건의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나왔다. 5차, 7차, 9차 사건이다. 이날 국과수 분석 결과 4차 증거물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나왔다. 속옷 등 5곳 이상에서 이춘재의 DNA가 나왔다. 
이들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착용하고 있던 스타킹과 블라우스 등에 양손이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또 피해자의 물품으로 살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은 이후 이춘재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부산교도소로 프로파일러 9명과 형사 등을 투입해 조사를 해 왔다.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9차례 조사가 진행됐다.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조사하기 위해 이춘재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부터 처제를 살해한 1994년 1월까지 수원·화성·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성폭력·살인 미제 사건과 이씨의 연관성을 분석해 왔다.
이춘재의 DNA가 나온 5차, 7차, 9차 증거물 외 다른 사건과 관련된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과거 범행 현장과 용의자를 목격한 이들도 불러 조사했다.  
이춘재(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춘재(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성지역 성범죄, 살인 미수 사건도 조사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말고도 저지른 다른 범행은 살인사건 전인 1986년 2월부터 7월까지 화성지역 일대에서 발생한 '화성 연쇄 강간 사건'이 꼽힌다. 
당시 화성 태안읍 일대에서 10~40대 여성 7명이 성폭력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용의자를 23살가량의 남성으로 키 165~170㎝인 보통체격의 남성이라고 진술했다. 용의자가 욕설하고 “네 서방 뭐하냐” 등을 물었다고도 했다. 스타킹으로 양손을 결박하는 등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수법이나 당시 수배 전단 속 용의자의 생김새가 비슷하다. 1986년은 이춘재가 군대에서 전역한 해이기도 하다.  
1987년 1월 경기도 화성에서 5차 사건 현장을 살피는 경찰. [연합뉴스]

1987년 1월 경기도 화성에서 5차 사건 현장을 살피는 경찰. [연합뉴스]

 
살인 미수 범행도 있었다. 2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1986년 10월)이 발생한 뒤 한 달 정도 지난 1986년 11월 30일 태안읍 정남면 보통리에서 45세 여성이 변을 당할 뻔했다. 이 여성은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하는 용의자에게 “끌려올 때 가방을 떨어뜨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용의자가 가방을 찾으러 간 사이 도주했다. 이 여성이 진술한 용의자의 생김새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와 비슷했다.  
 
1988년 12월과 1989년 9월 수원시 화서역 인근과 오목천동에서 각각 발생한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도 연관성이 있다. 화서역 인근에서 발생한 여고생의 경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견돼 경찰도 연관성을 수사해 왔다.  
이춘재는 1989년 9월 수원시 한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경찰에 붙잡혀 강도예비 및 폭력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1990년 4월 석방됐는데 이 기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춘재가 석방된 이후 7개월 뒤인 1990년 11월 9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가 1994년 처제를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화성 연쇄살인 사건도 더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6차 사건 이후 화성 토박이인 이춘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3차례나 조사했다. 하지만 용의자의 혈액형(B형)과 이춘재의 혈액형(O형)이 다르고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 크기도 달라 수사망을 벗어났다. 용의자를 코앞에 두고 33년을 헤맨 셈이다.   
 

경찰 "자백했어도 신빙성 확인 필요"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을 했어도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후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을 하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신빙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어 수사 중"이라며 "정확한 내용은 용의자의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검토하고 관련자 수사 등을 통해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한 뒤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진창일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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