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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펑 미사일만 112발 등장시켜 “중국 막을 수 없다” 과시

중앙일보 2019.10.01 16:47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열병식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열을 위해 자국산 최고급 승용차 훙치(紅旗)를 타고 천안문 정문을 빠져 나오며 ‘중국의 힘’ 과시가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행사에 등장했다. [신경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행사에 등장했다. [신경진 기자]

시 주석 차량은 번호판 대신 국가 휘장이 빛났다. 2㎞가 넘는 창안(長安)가에 도열한 각 부대를 사열하며 시 주석은 “퉁즈먼 하오(同志們好·동지들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장병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주시 하오(主席好·주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화답했다.  

미국 때릴 수 있는 ICBM 둥펑-41 등
중국의 ‘전략핵 4형제’ 모두 모습 보여
공군 사령관이 직접 조종간 잡고 등장
현대전 총아 스텔스 드론도 공개해

35년 전 덩샤오핑이 선례를 만든 ‘서우장 하오(首長好,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구호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10시 44분, 즈(直)-8 헬기 편대가 대형 당기→국기→군기를, 우즈(武直)-10 편대가 ‘70’자 대형을 그리며 천안문 상공을 비행했다. 분열이 시작됐다.
지상에선 창설 92년을 맞은 인민해방군 삼군의장대가 역시 당기→국기→군기 순서로 천안문을 지났다. 이어 일선부대의 지휘관으로 구성된 지휘부대, 육군보병부대, 해군수병부대 순으로 15개 도보부대가 시 주석이 자리한 천안문 앞을 거총 자세로 지났다.  
관심은 32개 육·해·공 장비 부대의 분열에 쏟아졌다. 이 중 주인공은 단연 중국의 ‘전략핵 4형제’였다. “대국의 장검(長劍), 호탕한 동풍(東風)”이란 설명과 함께 초음속 추진기를 장착한 둥펑(東風)-17 4대가 4열 종대로 사열대를 지났다.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이 열병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둥펑-41은 미국 등 지구촌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신경진 기자]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이 열병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둥펑-41은 미국 등 지구촌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신경진 기자]

둥펑-100 표지를 창젠(長劍)-100 크루즈 미사일 부대가 뒤를 이었다. 미국령 괌을 때릴 수 있어 ‘괌 택배’란 별명의 둥펑-26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2 부대도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전략핵 4형제’가 사열대 앞으로 들어섰다. 둥펑-31AG, 둥펑-5B, 둥펑-41까지 이날 등장한 둥펑 계열 미사일만 총 112발이었다. “누구도 중국을 막을 수 없다”는 시 주석의 연설을 뒷받침하는 힘으로 보였다.  
중국은 이들 ‘전략핵 4형제’를 통해 2차 핵보복에 빈틈이 없음을 과시했다. 2015년 항일전쟁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였던 둥펑 계열 7종류에 비해 양과 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분명히 했다.
무인기 부대도 총 4개 제대가 스텔스 드론 리젠(利劍)과 정찰 드론 우전(無偵)-6을 앞세워 다양한 드론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해저 정보수집과 대잠수함 작전에 투입할 무인 잠수정이 HSU-001 표식을 붙이고 등장했다.
이어진 항공부대 사열은 딩라이항(丁來杭·62) 공군 사령관이 직접 조종간을 잡은 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0의 비행으로 시작됐다. 70년전 혹시 있을 지 모를 국민당의 폭격을 우려해 완전히 무장한 채 천안문 상공을 두 차례 선회했던 공군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국은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현대전의 총아인 스텔스 드론을 선보였다. [신경진 기자]

중국은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현대전의 총아인 스텔스 드론을 선보였다. [신경진 기자]

새로운 세 종류의 20시리즈가 첫선을 보였다. 스텔스 전투기 젠(殲)-20, 대형 수송기 윈(運)-20, 중국의 블랙호크로 불리는 전투 헬기 즈(直)-20이 스모그가 옅게 깔린 하늘을 가르며 천안문 상공을 지날 때마다 지상에서는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스텔스 전략 폭격기 훙(轟)-20은 선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러시아 공군과 함께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던 훙-6N이 나타나 전략 공군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어진 군중 행진에선 10만명 차량 70대, 36개 팀이 동원됐다. “건국 창업”, “개혁개방”, “위대한 부흥”의 세 파트로 구성됐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의 대형 초상화와 각 지도자의 집정 이념을 강조한 매스 게임이 펼쳐졌다.  
휴대폰 제조사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장식 차량에 올랐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도 행진에 참여했다. 2시간 40분 이어진 경축 행사는 ‘조국만세’ 차량이 천안문 앞에 자리하자 7만 마리의 비둘기와 7만 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 오르며 끝을 맺었다.
이날 열병식을 위해 베이징에 한 달간 펼쳐졌던 계엄급 통제도 절정을 이뤘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열병식 취재를 위해 1000여명의 외국 기자들은 새벽 4시 30분 ‘21세기단’ 주차장에 모여 보안검색을 받았다.  
공항 검색을 능가하는 X선 검색과 신체 검색이 이어졌고, 천안문 현장에 도착한 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는 조용이 하라는 진행 요원의 요구가 계속될 정도로 삼엄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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