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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진 볼턴의 장외공격, 북한 극혐 '3종 세트' 다 꺼냈다

중앙일보 2019.10.01 14:51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사임이후 첫 공개 발언을 했다.[이광조 JTBC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사임이후 첫 공개 발언을 했다.[이광조 JTBC 기자]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다가 지난달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민간인 신분으로 더 독하게 돌아왔다.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3종 세트’를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중앙일보-CSIS 포럼 2019’에서 공개 거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은 자발적으로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금기시하는 ▶리비아식 ‘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 모델 ▶정권 교체 ▶군사 옵션의 필요성을 한꺼번에 거론했다.

실무협상 코앞에서 리비아식·정권교체·군사옵션 거론
김성 북한대사, 유엔서 "미국, 시대착오적 적대시 정책"

 
비행기 파편이 7일(현지시각) 리비아 바니 왈리드 교외에서 10km 떨어진 마르둔 지역에 널려 있다. 이곳은 과거 무아마르 카다피의 제32보병연대 기지였다. [AP=연합뉴스]

비행기 파편이 7일(현지시각) 리비아 바니 왈리드 교외에서 10km 떨어진 마르둔 지역에 널려 있다. 이곳은 과거 무아마르 카다피의 제32보병연대 기지였다. [AP=연합뉴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했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2003,4년 리비아 모델을 이해해야 한다”며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우선 미국 주도 연합군에 의해 (이라크의)사담 후세인이 실각했고, 압둘라 칸(파키스탄의 핵 개발자) 주도의 핵 확산 네트워크에 의해 제조된 우라늄 농축 물질이 적발됐다”면서 “북한에는 이런 것(조건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후수단으로 미국이 정권교체와 군사옵션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에서 제한적인 체제변화를 꾀하고, 중국과 대화를 통해 자유롭게 선출된 통일 한국을 수립하고, 북핵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관점에서 대북 군사옵션도 시행할 수 있다"면서다.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은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방식이다. 2003년 12월 19일 리비아의 원수 카다피는 미국ㆍ영국과의 합의를 통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미사일의 사거리·탄두 중량도 300㎞,500㎏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북한은 이를 사실상 '무장해제'로 간주한다. 리비아는 수도 트리폴리에 미 국무부 연락사무소·대사관을 차례로 개설하고 2006년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했지만, 카다피는 2011년 중동 ‘아랍의 봄’ 때 민병대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북한은 일찌감치 리비아 방식을 비난했는데, 지난해 6·12 북ㆍ미 실무협상을 앞둔 5월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 고위 관리들의 ‘리비아 핵포기 방식’은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우리에게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김계관은 당시 볼턴을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9월들어 체제보장 요구 ‘차곡차곡’

김성 북한 유엔대사가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유튜브 화면]

김성 북한 유엔대사가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유튜브 화면]

 볼턴의 이날 소신 발언은 지난 9월 한달 실무협상 분위기를 차곡차곡 조성해온 북한에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다. 실무협상 직전 ‘장외’에서 악재를 투척한 셈이 됐다. 북한은 올해 5월에도 볼턴을 향해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 “이런 인간 오작품은 하루 빨리 꺼져야 한다”고 맹비난한 적이 있다.
 
 북한은 9월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16일 외무성 미국 국장 담화→27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를 통해 ‘실무협상 가이드라인 및 전제조건’을 제시하면서 체제 안전보장을 위주로 요구해왔다.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16일)이라고 하거나, “워싱턴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 포기’ 주장이 살아 있다”(27일)고 비판하면서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마지노선을 제시해왔다.  
 
 볼턴의 강연과 같은 날(30일) 뉴욕 유엔총회 일반 토의 연설자로 나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조미 공동성명이 채택된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조선반도 정세가 긴장 격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ㆍ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 군사연습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라며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는 관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합의 채택된 조미 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이 현직을 떠난 만큼 그의 소신 발언은 북·미 실무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볼턴 발언을 미국 비난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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