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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협약 비준 밀어붙인다…국회 통과는 어려울 듯

중앙일보 2019.10.01 12:41
국무회의서 국민의례하는 장관들. [연합뉴스]

국무회의서 국민의례하는 장관들. [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ILO 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절차가 마무리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 ILO 협약 비준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협약 비준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해고·실업자 노조가입 가능" 노조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ILO 협약 비준위한 절차 마무리…대통령 재가 거쳐 국회로
경영계 강력 반발…야당 "시기상조" 논의 가능성 일축

그러나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유한국당은 "시기상조"라며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태다. ILO 협약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경영계도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노동계도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ILO 핵심 협약과 어긋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무원 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교원 노조법) 등 3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는 ILO 협약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단결권과 관련된 제98호,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제29호 등 3개다.
 

해고된 사람이 해고한 회사와 임금·단체협상 가능

노조법 개정안에는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회사로부터 해고된 사람이 회사와 임금·단체협상을 벌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해고자나 실직자는 노조에 가입하더라도 노조의 임원이 될 수는 없다.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임원 자격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성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된 뒤에도 노조활동을 계속할 경우 임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조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도 삭제했다. 고용부는 "노조 간부가 일하지 않고 임금을 받더라도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급여를 수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도를 초과해서 주더라도 관련 규정이 삭제돼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노조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사실상 회사로선 속수무책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사용자를 달래기 위한 장치도 삽입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사업장 내 주요 시설을 검거하지 못 하게 했다.
 

노조에 가입하는 고위공무원은 저성과자?

6급 이하로 제한된 노조 가입 기준이 삭제됐다. 사무관(5급) 이상 모든 공무원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다만 지휘·감독자, 업무총괄자 등 일부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노조 가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고위 공무원은 대부분 지휘 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고위공무원으로서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사실상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저성과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노조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른바 철밥통의 공고화가 우려된다.

 
소방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실직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듯이 퇴직한 공무원도 공무원 노조에 몸담을 수 있다. 퇴직연금 개혁 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외노조 통보받은 전교조, 합법화 길 트여

마찬가지로 퇴직한 교원도 교원노조 가입이 허용된다. 교원이 아닌 사람이 노조로 가입해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조가 합법노조가 되는 셈이다.
 
고용부는 7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했다. 경영계 등이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하고, 노동계도 반발했지만 정부는 바꾸지 않았다. 의견수렴 절차가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는 "ILO 협약 비준은 국내 노사관계의 틀을 뒤흔드는 국가적인 중대사안"이라며 "경제주체 간의 합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독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사용자에게만 적용하는 부당노동행위나 파업 시대체근로 금지 같은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이는 경영계의 방어권이다"고 주장한다. 이런 제도는 협약을 비준한 다른 나라에는 없다. 한국만 유일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노동계는 법안의 내용이 ILO  핵심 협약에 크게 못 미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고용부, "국회 상황 안 좋아"…국회 논의 불투명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논의 거리도 안 된다"며 ILO 협약 비준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회에서의 논의가 불투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일방적인 행보가 국회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국회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여야에 충분히 설명해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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