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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검찰개혁 58번 입에 올린 민주당…조국 사태 본질은

중앙일보 2019.10.01 10: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8회’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 등 공개석상에서 의원들이 입에 올린 ‘검찰개혁’ 언급 횟수다.  
이날 민주당의 하루는 검찰개혁에서 시작해 검찰개혁으로 끝났다. 오전 9시 30분 당 최고위원회의부터 당 대표에서 최고위원들까지 예외 없이 검찰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검찰개혁으로 검찰의 잘못된 행동을 기초부터 바꿔내겠다”(이해찬 대표, 검찰개혁 7회 언급) “검찰이 거역하면 검찰개혁 그 순간까지 더 많은 촛불을 들겠다”(이인영 원내대표, 14회 언급) 등 당 투톱은 물론 박주민(11회)·박광온(3회)·설훈(4회)·김해영(6회)·남인순(4회) 선출직 최고위원과 이수진(1회)·이형석(1회) 지명직 최고위원들이 한목소리로 검찰개혁을 제창했다. 민생경제, 남북관계 및 한·일 갈등 등 국정 주요 현안들을 최고위원별로 나누어 두루 짚는 평소 회의와는 확연히 달랐다.  

 
국회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오후 1시에 시작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에 나선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주안점 역시 검찰개혁에 맞춰졌다. 이 대표가 3차례, 이 원내대표가 4차례 검찰개혁을 거론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대대적인 대검(對檢) 공세에 나선 계기는 28일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다. 민주당에선 ‘ 200만 참석설’까지 나오는 등 광장 촛불을 대하며 사뭇 흥분된 표정이다. 30일 각종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들도 이종걸(5선)·안민석(4선) 의원, 최민희 전 의원 등 주말 촛불집회에 나간 이들이 많았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초동 촛불집회에 불을 댕긴 건 하루 전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대신 전한 ‘대통령 말씀’(“검찰은 성찰해주기 바란다”) 말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분들이 조국 사태를 문 대통령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집어 든 깃발이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광장에 불러모은 동력이 된 셈이다.
 
민주당은 고무된 분위기다. 같은 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반색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23~27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2.1%포인트 오른 47.3%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도 공교롭게 대통령 지지도 상승폭(2.1%포인트)만큼 오른 40.2%로 집계됐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국 정국에서 수세 국면이었던 여권은 “반전 모멘텀이 마련됐다”며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이번 주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기소가 현실화하면 2배 넘는 촛불이 모여 검찰개혁을 요구할 것이다. ‘조국 낙마’가 아니라 ‘윤석열(검찰총장) 낙마’가 더 우려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안민석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30일 정부 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검찰 개혁위위원회 2기 발족식에 입장하며 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190930

조국 법무부 장관이 30일 정부 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검찰 개혁위위원회 2기 발족식에 입장하며 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190930

하지만 정작 조국 사태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통화에서 “촛불집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한 건 확인됐다 하더라도 문제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조국이 법무장관으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라며 “어느 순간 검찰개혁이 ‘조국 수호’ ‘윤석열 사퇴’와 등치돼 버렸는데 그러면 검찰개혁을 바라는 순수한 뜻이 곡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대의 정치는 보이지 않고 내 편, 네 편이란 진영 논리만 작동하는 현실을 두고서다. 극한 대립의 한 축에는 야당도 있다. 여당이 광장으로 나가자 보수 야당도 대규모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은 “분노한 민심의 현주소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며 10월 3일 광화문에서 범국민 규탄집회를 벌이겠다고 했다. 
 
이런 세 대결은 내년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당파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다시 최 교수의 말이다. “조국 사태에서 여야 공히 장외투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얕은수로는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서초동 촛불집회를 찾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인증’한  민주당 정치인 중 몇몇이 총선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됐던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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