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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차관 “더 큰 역할 하겠다…한국, 지소미아로 돌아오라”

중앙일보 2019.10.01 07:32
존 루드 미 국방부 차관이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존 루드 미 국방부 차관이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이 한ㆍ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연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한 결정을 재고하라는 압박이다. 중앙일보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이날 워싱턴에서 개최한 포럼에서다. 이날 포럼의 폐막 연설자로 나선 루드 차관은 “한ㆍ일 간의 갈등은 잘 알고 있지만 미국은 양국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국도 더 큰 역할을 하겠다(play a bigger role)”고 밝혔다. 지소미아 연장 시한은 11월22일 자정이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19 폐막 연설

 
루드 차관은 이날 한ㆍ미ㆍ일 3각 공조를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중국이 공격적으로 군사 굴기를 하는 등,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도전 과제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한ㆍ미 및 미ㆍ일) 양자 동맹뿐 아니라 한ㆍ미ㆍ일 3각 협력도 더욱 탄탄하고(robust) 활발해야(active)한다”고 강조했다.  
 
루드 차관은 미국의 적극적 역할도 약속했다. “미국은 한ㆍ일 양국이 갈등을 극복하는 것을 장려한다(encourage)”라며 “양국 간의 수년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루드 차관은 그러나 “그렇다고 미국이 대신 (양국 관계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적극 지원하긴 하겠으나 결국 한ㆍ일 당사국이 직접 갈등을 풀라는 의미로 읽힌다. 한ㆍ미ㆍ일 외교가에선 그간 미국이 소극적 역할에 머문 탓에 한ㆍ일 갈등이 번져 지소미아 파기까지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책 담당인 루드 차관은 그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이번 포럼 발표를 통해 정리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루드 차관은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게 모두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과 같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은 한ㆍ미 관계는 린치핀, 미ㆍ일 관계는 ‘코너스톤(cornerstoneㆍ주춧돌)’이라고 표현해왔는데, 이 날은 한ㆍ일 양국을 통틀어 ‘린치핀’이라고 불렀다. 외교가에선 코너스톤보다 린치핀이 격이 높은 것으로 해석돼왔다. 한ㆍ일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린치핀’이라고 통일해 부름으로써 3각 공조의 틀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루드 차관은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설 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의 대담에서다. 그는 “(주둔 비용) 부담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나누는(fair, equitable share) 방향으로 가야할 때”라며 “한국은 그간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상당히(substantially) 발전해왔으며, 이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라고 말했다. 한국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과 미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지난해에 타결됐어야 하지만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등의 상황으로 올해 2월에서야 타결됐다. 내년 협상은 올해 내로 마무리돼야 하지만 지난 9월에야 1차 협상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 2월 협상 타결 후 각국 협상 대표들이 가서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지난해에 타결됐어야 하지만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등의 상황으로 올해 2월에서야 타결됐다. 내년 협상은 올해 내로 마무리돼야 하지만 지난 9월에야 1차 협상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 2월 협상 타결 후 각국 협상 대표들이 가서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매년 갱신해야 하는 방위비 협정을 위한 올해 협상은 지난달 24일에야 시작됐다. 협상을 위한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 루드 차관은 “이런 협상에 있어서 시간은 항상 문제였다”며 “기본적인 사항들은 돼있고,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보다 약 5배 높은 50억 달러(약 5조995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루드 차관은 이날 연설에선 구체적 숫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중앙일보-CSIS 포럼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기조 연설자로 나서 “북한은 절대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루드 차관은 “북한의 비핵화는 외교로 풀어가는 것이고 국방은 지원(supportive) 역할을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적으로 큰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군)의 핵심 역할은 억지력을 확보해 외교적 해결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와 좌담에서 북한 비핵화, 한일 갈등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 관해 답변하고 있다. 이광조 JTBC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와 좌담에서 북한 비핵화, 한일 갈등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 관해 답변하고 있다. 이광조 JTBC 기자

 
그러나 군사적 억지력이 지난해 1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으로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루드 차관은 “대북 억지력을 위한 군사적 대비 태세란 정치적 이슈가 아닌 군사적 이슈”라며 “억지력 확보는 매우 진지한(deadly serious) 문제이며 미국은 억지력 유지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드 차관은 또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되돌릴 어떤 계획도 현재 없다"며 "이미 수십년 전에 철수한 것이고 현재 논의 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선 강력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하고 한국 등 중국 인접 우방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루드 차관은 “중국은 이미 수천개의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한국 등에 배치할 계획이 구체화 된 것은 아니라며 “아직 구체적인 것(specifics)은 없다”고 말했다.  
 
루드 차관은 이날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딸이 한국 대중문화의 팬이라는 점도 밝혔다. “딸을 통해 한국 스타들의 이름도 여럿 들었고 많은 걸 배웠다”며 “한ㆍ미 동맹은 모든 것의 기반(bedrock)이 되는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ㆍ미 동맹의 구호인 ‘같이 갑시다’를 한국어로 외치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박현영 특파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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