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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먹은 의붓아들 안 잤다" 현 남편이 조작했다는 고유정

중앙일보 2019.10.01 05:00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모습. [뉴스1] [중앙포토]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모습. [뉴스1] [중앙포토]

현남편, 졸피뎀 봉지만 갖다줬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법정진술을 통해 전남편과 현남편에 대한 적개심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날 고유정은 의붓아들의 죽음 전후의 상황까지 상세히 설명해가며 '연쇄살인' 혐의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지법, 30일 고유정 4차 공판
전남편 살해 당시 상황 직접진술
방청석 "거짓말" "고인 명예훼손"
경찰, '의붓아들 살해' 추가 송치
“현 남편은 내아들을 물건 보듯했다”

고유정은 3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서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와 현남편과의 부정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앞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가 허락한 자신의 모두진술을 통해서다. 이날도 머리를 풀어헤친 채 법정에 들어선 고유정은 법정에서 자신이 쓴 8페이지 분량의 의견진술서를 10여분가량 울먹이며 읽었다.
 
고유정은 이날 “(전남편 살해 당시) 졸피뎀을 음식에 넣은 적이 없다”며 “현 남편이 내가 먹던 졸피뎀을 버리고 약봉지만 갖다 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남편 살해가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하기 위해 현남편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이어 고유정은 “현 남편은 나와 엮이기 싫어 나를 모함한다”며 “(의붓아들 사망 당시) 남편은 깨어있었고, 함께 카레를 먹은 아이도 9시까지 자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아들 사망 당일 고유정이 준 음료수를 마신 뒤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고 진술한 현 남편 A씨(37)의 증언을 반박한 것이다. 
고유정과 고유정의 사건 관계도. [연합뉴스] [중앙포토]

고유정과 고유정의 사건 관계도. [연합뉴스] [중앙포토]

 

의붓아들, 카레 먹고 바로 안 잤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날 고유정의 진술이 연쇄살인 혐의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이날 의붓아들인 B군(5)을 살해한 혐의로 고유정을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B군을 살해한 피의자가 된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고유정은 “(의붓아들 사망 후) 현 남편은 저에게 ‘너와 아이(친아들)를 지켜줄 수 없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강조했다. “3년이나 함께 한 아이를 마치 필요 없는 물건 버리듯이 내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고유정은 “현 남편은 항상 저에게 칠칠맞지 못하다고 타박했고, 저를 때리면서도 ‘네가 잘못했으니 맞는 것’이란 말을 했다”라고도 했다.
 
고유정은 이날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주장도 재차 강조했다. 고유정은 “사건 당일 펜션에서 수박을 자르려는 데 전남편이 바짝 다가와 몸을 만졌다”며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봐도 ‘가만있어’라며 계속 몸을 만졌다”고 했다. 숨진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 내용을 강조함으로써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칼 잡혀 찔러”…성폭행 재차 강조

이어 고유정은 “아이가 눈치챌까 봐 (성폭행 시도를) 저항도 할 수도,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었다”며 “칼이 손에 잡히자 힘껏 찔렀다”고 했다. 아울러 “잠깐만 가만히 있었을 걸 후회한다. 그러면 살인마라는 소리도 안 들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말을 듣던 방청객들은 “거짓말 하지마”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말이 쏟아졌다.
 
유족 측 변호인도 고유정의 주장에 분노했다. 강문혁 변호사는 이날 재판 후 “고유정의 1인 연극이었다”며 “아무런 증거 없이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함으로써 유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다”고 했다. 아울러 “감정관 진술에 따르면 범행 도구가 약품 냄새가 날 정도로 수차례 세척이 돼 있었다”며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전남편 살해 때 사용된 졸피뎀 검출 여부를 놓고 또다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 측은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음을 재차 증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2명을 증인신문했다. “범행 당시 졸피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고유정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앞서 3차 재판 당시 대검찰청 감정관들은 고유정의 차량 내 담요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졸피뎀이 검출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한 시민에 의해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뉴시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한 시민에 의해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뉴시스]

 

경찰, 고유정 ‘의붓아들 살인’

한편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이날 A군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고유정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3월 2일 수면제를 넣은 음식 등을 먹여 A군과 현 남편이 잠든 사이 살해한 혐의다. A군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친가에서 지내다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이다. 당시 집에는 고유정과 현 남편, A군 등 3명뿐이었다. 
 
경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11월 수면유도제를 사 보관해 왔던 점과 사망 추정시간대에 깨어 있었던 점 등을 유력한 정황증거로 보고 있다. 검찰은 A군 사망사건에 대한 고유정의 살인 혐의를 검토한 뒤 제주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할 방침이다. 현재 고유정은 제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두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고유정에 대한 5차 공판은 오는 14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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