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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1060만명 vs 케이뱅 111만명…‘뱅크’보다 ‘인터넷’ 중시가 운명 갈랐다

중앙일보 2019.10.01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경기도 판교에 있는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최근 삼삼오오 모일 때면 자사주 얘기로 꽃을 피운다. 카뱅 측은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520만주를 나눠줄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자사주 520만주도 직원들이 매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카뱅 직원들은 11월 22일부터 액면가 5000원에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카뱅의 한 직원은 "회사가 급속히 성장 중이어서 직원들 사이엔 기업공개 이후 자사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넷뱅크 3년차 엇갈린 성적표
카뱅 모임통장 등 소셜 기능 재미
확실한 대주주가 증자도 신속결정
케이뱅은 주주 22곳, 증자 애먹어

#또 다른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는 간판 대출 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의 판매를 지난 4월 중단한 뒤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이 부족해 대출 영업을 여러 차례 중단하면서 사내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안내 [사진 카카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안내 [사진 카카오]

 

카뱅, 2년2개월 만에 가입자 1060만명

카카오뱅크 대 케이뱅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뱅크 대 케이뱅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7년 7월 함께 출발한 두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년 2개월 만에 가입자 1060만명을 끌어모았다. 올 1분기에 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0억원 '남는 장사'를 했다. 여신 규모가 19조원을 넘으면서 생활금융으로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가입자 110만명에 그친 케이뱅크는 주 수입원이 되어야 할 대출 상품을 판매조차 못 하면서 영업난을 겪고 있다.
 

지배구조 단순한 카뱅, 유상증자 등 신속 결정

두 회사의 운명은 어디서 갈렸을까. 핀테크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먼저 주주 구성이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카뱅은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를 보유해 지배구조가 단순하다. 유상증자 등 중요한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고, 추진 속도도 빠르다는 의미다. 카뱅 관계자는 "5000억원씩 두 차례에 걸쳐 1조원을 증자했는데, 주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아 원활하게 이뤄지고 모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케이뱅크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해 무려 22곳으로 구성돼 있다. KT는 2대 주주다. 유상증자하려면 일일이 22개사를 접촉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 실제 올 초 5900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일부 주주가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이는 결국 대표 대출 상품의 판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모임통장 등 소셜 기능 더하면서 카뱅 가입 또 늘어

K뱅크 서비스 초기 화면.[사진 K뱅크]

K뱅크 서비스 초기 화면.[사진 K뱅크]

인터넷 금융업에 대한 의지에서도 차이가 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금투는 은행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해 유상증자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고 했다. 지분율이 높으니 카카오뱅크 성장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최대 주주가 기존 금융업체인 우리은행인 데다 지분율도 13.79%로 높지 않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카니발 효과'를 우려하면서 인터넷은행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분석한다. 
 
두 회사는 접근성과 확장성에도 큰 차이가 난다. 카카오는 온 국민이 쓰는 친숙한 브랜드라는 점을 활용해 소셜 기능을 더한 상품으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카뱅 측은 신규 가입자가 하루 3400명 선까지 떨어지던 지난해 6월 '26주 적금' 상품을 내놨다. 1주일에 1000~1만원의 소액으로 목돈을 만드는 상품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해외여행 경비 마련에 최적"이라는 입소문을 탔다. 하루 평균 가입자 수가 다시 8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에는 모임통장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하루 평균 가입자가 1만 3000명까지 늘었다. 
 

'뱅크' 보다 '인터넷'에 주목해야 인터넷뱅크 성공 

반면 케이뱅크는 KT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앱을 다운받으면 쓸 수 있지만 가입할 때 입력과 인증 절차가 복잡해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는 "인터넷 뱅크는 '뱅크' 보다 '인터넷'에 주목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이자율 등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쉽고 편하게 돈을 주고받고 보관할 수 있어야 확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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