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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과 트럼프 불편한 동거 17개월…'배드 캅' 역할하다 결국 물러나

중앙일보 2019.10.01 00:28
지난해 4월 18일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18일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볼턴(71)은 지난해 4월 폭스뉴스 해설자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화려하게 공직에 복귀했다. 2006년 주유엔 미국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난 지 12년 만이었다.

지난해 4월 국가안보보좌관 임명
트럼프, 지난 9월 '트윗 해고'
강경 매파, 의견 차이 인정하다
재선 위해 적성국과 협상 추진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공직 생활은 길지 않았다. 대북 정책을 포함한 주요 외교ㆍ안보 정책에서 트럼프와 갈등을 빚다가 9월 10일 물러났다. 취임 17개월 만이다.
 
트럼프와 볼턴은 해임이냐 자진 사퇴냐를 놓고도 트위터 설전을 벌일 정도로 끝까지 대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나는 물론 행정부 내 다른 이들도 그의 의견에 강하게 반대했다”면서 “어젯밤 볼턴에게 사임할 것을 요청했고 오늘 아침 그가 내게 사직서를 냈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볼턴은 “내가 어젯밤에 사임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반박했다.
 
다음날 트럼프는 볼턴을 해고한 이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는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북핵 영구적 폐기는 (리비아처럼) 핵무기를 해체해 미 국립 오크리지 연구소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운명을 북한에 강요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볼턴 발언으로 당시 무르익던 6ㆍ12 싱가포르 1차 북ㆍ미 정상회담 진행 상황에 파장이 미쳤다.  
 
볼턴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선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의 선폐기를 담은 문서를 김 위원장에게 내밀기도 했다. 하노이 협상장에 갑자기 등장했던 볼턴의 모습은 회담 '노 딜'을 예고하는 단면이었다. 결국 볼턴은 지난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과 김정은이 만날 때는 몽골로 가 있게 됐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브리핑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브리핑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볼턴의 '배드 캅' 역할을 인정했다. 트럼프는 6월 NBC방송 인터뷰에서 “볼턴은 분명히 매파다. 하지만 나는 양쪽을 모두 원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말했다.  
 
볼턴은 북한ㆍ이란 같은 불량 국가를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해야 하고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슈퍼 매파로 분류된다.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미국이 북한 핵무기를 선제 타격하는 것은 정당방위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완전히 합법적이다”라고 주장한 게 그의 지론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볼턴의 성향을 알고 의견 차이를 인정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란 등을 다루는 데는 ‘배드 캅’ 볼턴을 옆에 두는 것도 유용하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2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가 내년 대통령 재선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자신의 특기라고 생각하는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 북한ㆍ이란 등 적대적인 국가들과 협상을 타결 짓고 재선 캠페인에서 이를 치적으로 내세우려는데, 볼턴이 ‘트럼프식 외교’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됐다는 워싱턴 정가의 해석이다.
 
지난 5월 도쿄를 방문한 볼턴은 북한 미사일 실험을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하지만 이어 도쿄를 찾은 트럼프는 9ㆍ11테러 18주기를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표를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 평화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유엔 총회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추진했다. 하지만 볼턴을 비롯한 내부 강경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협상 테이블에서 보답으로 돌아오리라고 여기고 적성국 지도자들과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직 이 전략이 대형 외교 정책에서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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