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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어떤 의사를 만들려고 했을까

중앙일보 2019.10.01 00:25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사무장병원’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를 내세워 세운 병원이다. 의료법에는 의사만 의료기관을 열게 돼 있다. 위반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의사에게 진료뿐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 독점권을 준 셈인데, 이유는 의료라는 게 고도의 윤리를 요하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은 과도한 이윤 추구에 집중한다. 지난해 134개 사무장병원이 4000억원을 빼먹었다. 환자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의사 앞에 서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나약한 존재가 된다. 의사는 이 순간 절대적 권위자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은 “의사가 전문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윤리를 바탕으로 전문 직업성(professionalism)을 잘 유지할 거라 믿고 면허라는 독점권을 줬다”고 말한다.(『이명진 원장의 의사 바라기』) 의사 5000여명은 최근 성명서에서 “의업(醫業)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중략) 의사가 되는 길은 엄격하고 고된 훈련의 과정이 요구되며 예비 의료인(의대생)에게도 높은 수준의 윤리적·도덕적 기준이 요구된다”며 조국 법무장관 딸 조모(28)씨의 퇴교를 촉구했다. 의대생 95%가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다. 그래서 의대생도 의사에 준하는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씨의 행위는 이런 윤리 기준과 너무 멀어 보인다. KIST 인턴을 속였고, 2주 인턴만으로 논문의 제1저자가 됐다. 조 장관은 “딸 아이가 영어를 잘했다”고 해명하지만 병리학회 관계자는 “주어·동사 단복수도 틀렸더라”고 말했다. 조씨의 행위를 일일이 열거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조 장관은 문제가 없던 것처럼 말한다. 얼마 전에는 “인륜”이라고 주장했다.
 
현 사태를 보면서 가정에서 자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또 비윤리적 행위를 토대로 의사의 길에 접어든 사람에게 생명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다. 최근 한 모임에서 원로 의사들은 “의대가 뚫렸다”고 한탄했다. “자격 없는 이가 의사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걱정했다. 조 장관 딸은 왜 의사가 되려 했을까. 조 장관 부부나 부산대 의전원은 어떤 의사를 만들려고 했을까.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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