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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5G 장비로 도쿄올림픽…2조3500억 일본 수출 따냈다

중앙일보 2019.10.01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삼성전자가 일본 이동통신 2위인 KDDI의 5G(세대) 통신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30일 국내와 일본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KDDI에 올해부터 5년간 20억 달러(약 2조3500억원)어치의 5G 기지국 장비를 공급한다.
 

KDDI 도쿄 5G망 5년간 공급
세계 1위 화웨이 제재 틈타 반전
세계 6~7위서 반년 만에 최강자
장비·단말기 준비된 기술력에
국내 첫 5G 상용화도 큰 영향

KDDI는 삼성전자 외에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를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도쿄 등 수도권 5G망에 장비 공급을 시작했고, 에릭슨과 노키아는 지방 5G망을 구축한다”고 말했다. KDDI는 내년 3월부터 5G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3년까지 5만3626개의 기지국을 설치한다.  
 
일본에선 KDDI 외에 NTT도코모(1위)와 소프트뱅크(3위), 라쿠텐 모바일(4위) 등 4개사가 5년간 기존 4G(LTE)의 5G 전환 비용까지 합쳐 3조 엔(약 32조5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삼성의 일본 5G 장비 공급 규모는 앞으로 크게 늘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BIS는 세계 5G 시장 규모가 2020년 378억 달러(약 45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용, 올림픽 앞둔 일본에 공들여
 
5G 올림픽

5G 올림픽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년 여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5G 장비와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 데다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한 일본은 삼성전자 장비를 쓸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됐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5G 장비 일본 진출 성공은 세계 5G 시장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중국 화웨이와 맞설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1월 3일 새해 첫 사업장 방문지로 경기도 수원의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을 찾아갔을 때만 해도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도전자’를 자처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연말 기준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6.6%에 불과해 화웨이(31%)나 에릭슨(29.2%), 노키아(23.3%) 등과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만 해도 세계 6~7위 권에 머물던 삼성전자가 6개월 만에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건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우방국에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도입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했고, 자국 내 기업에는 거래 금수조치를 내렸다. 이후 호주·일본·대만 등이 화웨이 제재 동참을 선언하며 화웨이 장비 사용을 거부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준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짝 속도를 냈다. 또 삼성전자가 장비 외에 5G 칩셋, 5G 스마트폰 등 5G 관련 일련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던 점도 짧은 시간 안에 화웨이를 추격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도 결정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 과정에서 기술과 제품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지난 6월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2018년 10월~2019년 3월)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37%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화웨이(28%)와 스웨덴 에릭슨(27%), 핀란드 노키아(8%) 등을 큰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일본 4대 통신사 5G 준비상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본 4대 통신사 5G 준비상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초부터 일본을 오가며 NTT도코모의 가즈히로 요시자와 대표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을 만나 일본 5G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럭비 월드컵 2019의 개막식이 열렸던 지난달 20일엔 일본의 도쿄 조후시 스타디움 스카이박스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등과 함께 이 부회장이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당시는 일본 언론조차 이 부회장의 참석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럭비 월드컵부터 5G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 장비와 단말기(스마트폰)를 공급한 삼성전자에 대한 일본 측의 감사의 표시였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일본을 발판으로 중동과 유럽 시장도 엿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5G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는 현재 5000억 달러(약 580조원)를 투자해 스마트시티 ‘네옴(NEOM)’을 조성 중이다.
 
5G는 기존 4G(LTE)보다 270~1000배 빠른 통신 속도를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유럽,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5G 상용화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빈 살만과 협의 … 중동·유럽도 공략
 
삼성이 일본 진출에 성공했지만 화웨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딩윈 화웨이 상무 겸 통신망 사업부문 총재는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의 ‘모바일월드콩그래스 상하이’에서 “올 상반기 한국·영국·스위스·이탈리아 등이 5G 상용화에 나섰다”며 “이 중 3분의 2가 화웨이의 도움으로 구축됐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맺은 해외 5G망 구축 계약만 50건이고 해외로 선적한 기지국 장비만 15만 대라는 것이다. 화웨이 역시 유럽은 물론 중동·아시아·아프리카 등을 공략하고 있어 이들 지역에서 삼성전자와의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이소아·김영민 기자,  
도쿄=서승욱 특파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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