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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조국 압수수색 영장 내용 설명한 사람은 유시민

중앙일보 2019.10.01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정진호 사회1팀 기자

정진호 사회1팀 기자

“압수수색 영장에 조국(54) 법무부 장관 이름이 한번 나온다. 검찰이 서류들을 가져가고 (조 장관) 아들이 주로 쓰던 컴퓨터를 포렌식 했다”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과 진행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이는 검찰이 아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다음날인 24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검찰이 어디에 쓸지 알 수 없는 서류들을 가져갔다”며 압수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30일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는 “제 딸이 서울대 인권법센터 인턴 활동과 관련해 검찰에서 ‘집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고 진술한 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공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른바 ‘오보대응’은 검찰의 공보 업무지만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시달리는 검찰은 “조 장관 딸의 진술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정부·여당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며 검찰을 압박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유 이사장 등이 조 장관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사 상황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선 한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피의사실공표를 에둘러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사실공표가 특히 문제 되는 건 수사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때 범죄사실이 공개될 경우 일방적으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아내이자 피의자인 정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엔 3000개 이상 댓글이 달리고 언론도 이를 관심 있게 보도한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사실공표는 공인이 아닌 사회적 약자 수사 때 논의돼야 한다”며 “유 이사장의 방송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지만 수사팀은 아무런 입장도 낼 수 없을 만큼 위축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지낸 문재완 교수는 “검찰에서 나오는 정보가 아니더라도 언론은 취재해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또 이제는 기성 언론이 아니더라도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보가 흘러나오게 돼있다”며 “피의사실공표죄로 검찰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한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원장의 말처럼 정 교수와 같은 피의자도 언론과 대등한 수준으로 사건 내용을 대중에 공개할 수 있는 시대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가 정말 문제라면 정부와 여당은 조 장관 수사가 끝난 이후에도 바람직한 수사 공보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드루킹 특별검사팀 고위관계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수사하던 때의 특검과 지금 검찰이 처한 상황이 똑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특검 수사 당시 민주당은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피의사실공표를 문제 삼으며 허익범 특검을 비난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끝난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사 상황이 언론에 공개됐지만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사 때는 여당이 오히려 피의사실을 확산하기도 했다. 피의사실공표 형법 조문에 편을 갈라 처벌한다는 조항은 없다.
 
정진호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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