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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부적 같은 남편 응원, 허미정 두 달 새 2승

중앙일보 2019.10.01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머리에 우유 붓기 세리머니를 하는 허미정. [AP=연합뉴스]

머리에 우유 붓기 세리머니를 하는 허미정. [AP=연합뉴스]

지난 30일(한국시각)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장.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마지막 조의 허미정(30)이 우승을 확정하고 홀 아웃하는 순간, 브룩 헨더슨(캐나다), 한나 그린(호주) 등 동료 선수와 함께 한 남성이 물을 뿌렸다. 허미정은 이 남성을 껴안고 키스했다. 두 달 연속 우승한 기쁨을 남편과 함께 자축했다.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정상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남편 휴가 동행 때마다 좋은 결과
이번 주 대회도 현장서 응원 예정

1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선 허미정은 최종 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합계 21언더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그는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LPGA 첫 승을 신고했다. 그다음 우승인 2014년 요코하마 레이디스 클래식까지 5년 걸렸다. 이어 세 번째 우승인 지난달 스코틀랜드오픈까지 또 5년이 걸렸다. 하지만 네 번째 우승까진 7주면 충분했다.
 
자동차 레이싱 트랙에 입 맞추기(오른쪽 아래) 세리머니를 하는 허미정. [AP=연합뉴스]

자동차 레이싱 트랙에 입 맞추기(오른쪽 아래) 세리머니를 하는 허미정. [AP=연합뉴스]

허미정은 (카레이싱 대회인 인디500) 경주장 인근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 관례에 따라, 레이싱 트랙에 입맞춤한 뒤 머리에 우유를 붓는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골프 인생 목표 중 하나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그 전 우승보다 더 큰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으로 30만 달러(약 3억6000만원)를 받았다.
 
허미정은 박성현(26), 렉시 톰슨(24·미국) 등 톱 랭커가 대부분 컷 탈락한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버디만 4개인 ‘노 보기’ 플레이를 했다. 무결점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그의 강한 멘털, 그리고 휴가를 내고 대회 내내 함께 한 남편의 든든한 외조가 한몫했다.
 
허미정은 결혼 덕에 좋아진 경우다. 그는 지난해 1월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왕덕의(32)씨와 결혼했다. 2016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2년 가까이 연애한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09년 LPGA에 진출한 이래, 시드는 꾸준히 갖고 있었지만, 성적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았다.  
 
남편 왕덕의 씨와는 진한 키스로 우승을 자축했다. [LPGA]

남편 왕덕의 씨와는 진한 키스로 우승을 자축했다. [LPGA]

그랬던 그가 결혼 2년 차인 올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허미정은 남편에 대해 “친구처럼 대화도 많이 하고, 연습할 때 퍼팅 스트로크도 봐준다.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멘털 트레이너가 없어도 남편이 그 역할을 한다. 그 덕분일까. 지난 시즌에는 19차례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못 올랐는데, 올 시즌에는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6차례(2승) 올랐다.  
 
특히나 허미정에게 남편은 행운의 부적 같다. 올 시즌 2승 때마다 남편이 현장에 있었다. 남편은 7월 말~8월 초 휴가를 내 메이저 2개 대회(에비앙 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 및 스코틀랜드여자오픈 현장을 찾았다. 그러다가 우승 현장을 지켰다. 지난 18일 또다시 휴가를 내고 이번 대회를 찾았는데, 또 한 번 아내의 우승을 지켜봤다.
 
허미정은 “그간 ‘우승 5년 주기설’이 있었는데, 이번엔 기다리지 않고도 했다. 남편과 매주 함께 다니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내친김에 이번 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리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칸 챔피언십에도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텍사스는 허미정이 미국에서 거주하는 곳이다.
 
허미정의 또 다른 목표는 24~27일 부산에서 열릴 LPGA 국내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이다. 그는 “시댁이 부산이다. 스코틀랜드오픈 우승 후에 세운 목표다. 가족과 국내 팬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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