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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숯 첨가, 고농도 과산화수소…호갱 노리는 미백 치약의 흰소리

중앙일보 2019.10.01 00:02 2면 지면보기
호갱을 양산하는 기업들의 자화자찬 광고가 넘쳐나는 인스타그램 스폰서 광고 중 요즘 치아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는 미백 치약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존 치약과 다르게 숯(차콜 파우더)을 첨가하거나 과산화수소의 함량을 높여 미백 효과를 높였다는 내용이다. 하얀 치아는 소개팅 성사율을 좌우할 정도로 외모와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남녀노소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인스타그램 후광 덕에 미백 치약 판매업체들의 매출 성과가 기대 이상인 듯하다. 완판소식을 주기적으로 공지하면서 더욱 화려해진 제품 라인업을 뽐내고 있다.
 

신윤애 기자의 뷰티플루언서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사서 써봤는데 효과가 좋다’는 후기 글이 넘쳐난다. 치약 이름을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하면 제품마다 관련 게시글만 1000개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댓글이나 후기 또한 광고의 일환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솔직한 후기인지, 제품을 후원받고 쓰는 후기인지 가려낼 수 없으니 미덥지 못하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5월 발행된 ‘영국 치과의사저널’에 ‘차콜 성분이 들어간 치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는데, 숯 성분을 포함한 치약이 오히려 치아를 얼룩지게 만들고 부식 위험을 키운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숯이 들어간 제품의 효능을 뒷받침해 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BBC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맨체스터 치과대학의 조셉 그린월-코엔 의사는 “규칙적으로 숯 치약을 사용하면 치아가 더 약해지고 불소 성분 없이는 충치 예방에 거의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며 “특히 충전 치료인 필링을 받은 사람의 경우 숯 치약이 그 안에 들어가면 빼내기 어렵고 숯 입자가 잇몸 사이에 끼면 잇몸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산화수소 함량을 높였다는 미백 치약의 효과는 어떨까. 과산화수소는 실질적으로 치아 미백 효과를 내는 물질이지만 치아 부식, 점막 자극 등의 위험성도 함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치약이나 치아 미백제의 경우 과산화수소 함량 농도를 최대 35%로 제한한다. 일반적으로 치과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미백제가 35%, 자가 미백제가 10~15%다.
 
그런데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대란을 일으킨 미백 치약은 35% 과산화수소로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치과에서 사용하는 미백제의 과산화수소 농도와 같고 미백 효과 또한 비슷하다’고 광고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과산화수소의 미백 효과는 농도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다수 논문에서도 발표됐다. 하지만 치과에선 35% 과산화수소 미백제를 사용할 땐 잇몸 보호제를 사용해 약제로부터 잇몸을 보호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고농도 과산화수소가 들어간 치약을 쓰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주대 치과병원 치과보철과 김희경 교수는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높으면 혀와 구강 점막을 자극하고, 이가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시중에 나온 35% 과산화수소 미백 치약의 과산화수소 함유량을 분석하고 구강 내 연조직에 미치는 영향, 삼켰을 때 위장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치과 염중원 교수도 “미백 약제로 사용하는 35% 과산화수소수는 피부나 점막에 강한 자극을 줘 치약으로 쓰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신기해서’ ‘유행이라서’라는 이유로 미백 치약을 쉽게 선택하기보단 더 신중한 구매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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