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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남편 성폭행 시도 없었다면 살인마 안됐을것" 눈물

중앙일보 2019.09.30 15:14
전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연합뉴스]

전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연합뉴스]

30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울먹이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고유정은 “성폭행과 죽음이라는 두 사건을 동시에 경험했다”며 “경황이 하나도 없었다”고 전남편 살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제주지법, 30일 고유정 4차 공판
전남편살해 당시 상황 직접진술
방청석 "거짓말" "고인 명예훼손"

고유정은 “사건 당일 펜션에서 수박을 자르기 위해 칼로 썰려는 데 전남편이 바짝 다가와 몸을 만졌다”며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봐도 ‘가만있어’라며 계속 몸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숨진 전남편 강모(36)씨의 성폭행 시도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우발적 범행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6일 3차 공판 당시 고유정의 호소를 받아들여 직접 발언할 기회를 준 바 있다.

 
이어 고유정은 “아이가 눈치챌까 봐 (성폭행 시도를) 저항도 할 수도,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었다”며 “칼이 손에 잡히자 힘껏 찔렀다”고 말했다. 아울러 “잠깐만 가만히 있었을 걸 후회한다. 그러면 살인마라는 소리도 안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던 방청석에선 “거짓말 하지마”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라는 말이 쏟아졌다.  
 
고유정이 4번째 공판에서 사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직접 주장하고 나섰다. 전남편의 성폭행에 맞서 살인을 저지른 만큼 사건의 책임이 전남편에게도 있다는 주장이다. 고유정은 교도소에서 자신의 심경을 글로 적은 A4용지 8장을 양손으로 들고 읽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고유정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고유정은 법정에 입장하면서 예전과 달리 고개를 들고 얼굴을 드러냈다. 이후 자리에 앉은 후에는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뒤 고개를 숙였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대한 고유정 측의 주장은 첫 공판 때부터 시작됐다. 고유정 측은 지난달 12일 재판에서 “숨진 강모(36)씨는 아들과의 면접교섭이 이뤄지는 동안 스킨십을 유도했다”며 “(살해된) 펜션으로 들어간 뒤에도 싱크대에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몸을 만지는 등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고유정 측은 또 “피고인은 6년의 연애 기간 내내 순결을 지켰다. 혼전순결을 지켜준 남편이 고마워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변태적인 성관계 요구에도 사회생활을 하는 전남편을 배려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숨진 강씨의 성욕이 강했다는 점을 주장함으로써 살인의 책임을 피해자 측에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피고인의 변호인이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했다”고 반박해왔다.
 
고유정의 체포당시 모습. [중앙포토]

고유정의 체포당시 모습. [중앙포토]

이날 재판에서는 사건 당시 사용된 졸피뎀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앞서 3차 공판 당시 감정관 2명에 이어 이날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원 2명이 증인으로 나와 졸피뎀이 전남편의 혈흔에서 발견됐다는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고유정이 의붓아들 살해 사건의 피의자가 된 것도 이번 재판의 변수로 떠올랐다. 전남편 살해 사건과 별개로 의붓아들 A군(5)의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유정의 살인범으로 지목해서다. A군 사건의 기소돼 전남편 사건과 병합될 경우 이 사건은 연쇄살인 사건이 된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이날 A군이 잠든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고유정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3월 2일 수면제를 넣은 음식 등을 먹여 A군과 현남편이 잠든 사이 살해한 혐의다. A군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 친가에서 지내다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이틀 만에 숨졌다. 당시 집에는 고유정과 현 남편, A군 등 3명뿐이었다.  
고유정과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과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경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11월 수면유도제를 사 보관해 왔던 점 등을 유력한 정황증거로 판단했다. 지난 7월 현 남편B씨의 몸에서 같은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B씨는 “자고 일어나 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 사건 당일 고유정이 준 음료수를 마신 뒤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고 진술했다. 고유정은 의붓아들의 사망 사건과의 연관성을 완강하게 부인해 왔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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