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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 돼지열병 발원지 임진강 가 보니…북한 쓰레기 떠내려와

중앙일보 2019.09.30 14:00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임진강. 어민이 모는 1t급 어선을 타고 나가본 임진강변은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물이 불어나면 잠기는 강변 언덕의 수풀지대 이곳저곳에는 컵라면 용기, 스티로폼 조각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은 채 널려 있다. 
 
어선을 몰아 현장을 안내한 어민 이정환(38)씨는 “이 쓰레기는 태풍과 물이 불어날 때 상류에서 임진강을 따라 떠내려온 것”이라며 “쓰레기 가운데서 북한에서 떠내려온 생활용품도 가끔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임진강에서 조업하던 중 강을 건너는 야생멧돼지를 발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임진강에서는 요즘 참게가 제철을 맞으면서 주말이면 수많은 낚시객이 몰려들어 떠내려온 쓰레기 등이 널린 수풀지대를 헤집고 다니고, 일부는 강 안에까지 들어가 루어낚시를 한 뒤 돌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임진강변. 임진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생활 쓰레기가 강변 언덕 수풀지대에 널려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임진강변. 임진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생활 쓰레기가 강변 언덕 수풀지대에 널려 있다. 전익진 기자

 
이곳 임진강에서 500여m 거리로 인접한 적성면 자장리에는 지난 24일 4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어미 200마리를 포함한 돼지 2300마리를 키웠던 돼지농장이 있다. 농장주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소 방역을 철저히 해온 데다 돼지 사료로 잔반(남은 음식물)도 먹이지 않았다”며 “게다가 해외여행도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1명도 최근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데다 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태국 출신”이라며 “돼지열병 감염 경로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사미천 통해 신발, 옷가지 등 북한 생활용품 떠내려와”  

파주 적성면과 인접한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이태무(60) 힐링카라반 대표는 “비가 많아 오면 200여 m 상류 지점인 임진강 사미천을 통해 신발, 고무신, 옷가지 등 북한 생활용품이 떠내려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주말이면 이곳 임진강변에는 수백명의 낚시객들이 운집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참게와 쏘가리 등을 낚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지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선착장. ASF 확산 방지를 위한 당부사항을 적은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지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선착장. ASF 확산 방지를 위한 당부사항을 적은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 전익진 기자

 
이곳 임진강과 인접한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에는 지난 18일 2번째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장이 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 지류인 사미천과는 1㎞, 휴전선과는 4㎞ 정도 거리에 있다. 한 주민은 “야트막한 야산과 논밭으로 이뤄진 우리 마을은 ‘멧돼지 천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야생 멧돼지와 임진강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로 꼽히고 있는 마당이어서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ASF는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확진된 이후 27일까지 총 9건 발생했다. 최근 인천 강화군에서 5건이 잇달아 발생했고 경기 파주에서 2건, 연천과 김포에서 1건씩 일어나는 등 경기와 인천 접경지역이자 북한과 이어지는 하천 인접 지역에서만 집중되고 있다. 발생 3주가 가까워져 오는 현재까지도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발생 지역 임진강, 낚시객 넘쳐    

이와 관련, ASF 발원지인 파주·연천의 임진강에 떠내려오는 북한의 축산 분뇨에 더불어 각종 쓰레기도 바이러스 전파 경로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천군은 이에 따라 29일 오전 11시부터 ASF 확산 방지를 위해 헬기를 이용해 임진강변에 대한 방역 활동을 벌였다.
 
장석진(55) 전 파주어촌계장은 “최근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ASF 발병국인 북한 지역의 동물 사체와 생활 쓰레기 등에 묻어 떠내려온 바이러스가 낚시객이나 행락객들에게 묻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지금 당장 임진강 일대에 대한 낚시 금지와 강변 쓰레기 수거 조치가 시급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양돈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양돈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미천 따라 오염 물질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이번 ASF 발병 추이는 2010년 북한의 목함지뢰 유실 사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목함지뢰는 나무상자 모양이다. 연천 ASF 발생 농장 인근 사미천에서 2010년 8월 1일 주민 2명이 낚시 중 1발을 주워 열었다가 폭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 뒤 군부대가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 결과 한 달 만에 모두 178발을 수거했다. 102발은 강화도와 인근 도서에서, 74발은 사미천 일대에서 발견됐다.  

 
당시 연천 폭발사고 며칠 전 북한과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려 군 당국은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떠내려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ASF에 오염된 축산분뇨 등 부유물이 사미천을 통해 떠내려와 연천·파주·김포·강화 등지로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사미천 합류 지점 상류 임진강이나 한탄강 유역에서는 ASF가 발병하지 않은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환경부에서 20건의 하천수 샘플만을 검사해 ASF 음성이 나왔다고 하지만 표본이 적어 확신하기 힘들다”며 “차량·사람에 바이러스가 묻어 퍼졌을 가능성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놔야 한다”고 밝혔다.  
 
파주·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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