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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황화수소 흡입 두달만에···여고생의 어이없는 죽음

중앙일보 2019.09.30 10:48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 왼쪽에 정화조가 있다. 송봉근 기자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 왼쪽에 정화조가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의 한 회센터 공중화장실에서 유독가스인 황화수소를 마시고 의식을 찾지 못하던 여고생이 사고 두 달 만에 숨졌다.
 

지난 7월 29일 새벽 공중화장실서
황화수소 마신 고교생 백모(19)양
사고 두달만인 27일 오전에 숨져
경찰,구청과 회센터 과실 수사 중

30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정오쯤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고3 여고생 백모(19)양이 숨졌다. 지난 7월 29일 오전 3시 40분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한 회타운 건물 내 지하 1층 공중화장실에서 황화수소에 중독돼 쓰러진 지 2개월 만이다. 백양은 그동안 의식불명 상태였다.
 
백양은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상 단시간 허용농도 기준치인 15ppm의 60배가 넘는 1000ppm의 황화수소에 노출된 것으로 추산됐다. 병원 측은 “백양이 황화수소 중독에 의한 무산소 뇌 손상으로 숨졌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 내부 한쪽에 있는 정화조 덮개. 철판과 고무판으로 덮어놨으나 빈틈이 많아 보인다. 송봉근 기자

사고가 난 공중화장실 내부 한쪽에 있는 정화조 덮개. 철판과 고무판으로 덮어놨으나 빈틈이 많아 보인다. 송봉근 기자

사고 당시 백양이 공중화장실에 들어간 지 2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함께 광안리 해수욕장에 놀러 온 친구(19)가 뒤따라 들어갔다. 친구는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백양을 발견했고, 현장에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백양 친구 역시 유독가스에 노출돼 두 차례 의식을 잃을 뻔했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백양을 화장실 밖으로 끌고 나와 병원에 옮겼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백양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경찰은 그동안 수영구청 공무원과 회센터 공중화장실 운영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과실 여부를 조사해왔다. 원인 규명이 끝나는 대로 수영구청 공무원 등의 과실 책임을 따져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문제의 공중화장실은 부산 수영구청이 관리한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 후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중화장실과 연결된 오수처리시설에서 오수를 퍼 올리는 펌프질 작업 과정에서 황화수소가 공중화장실로 유입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서다. 펌프질 작업은 매일 오전 3시~4시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황화수소가 발생하며, 발생한 황화수소는 배기장치를 거쳐 배출된다. 하지만 배기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높은 농도의 황화수소가 화장실 내 배수 구멍을 통해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간 공중화장실 내부. 송봉근 기자

사고가 간 공중화장실 내부. 송봉근 기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지난 2일 오전 3시 20분 해당 장소에서 황화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00ppm을 초과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공중화장실 세면대 바닥에 있는 5㎝가량의 배수 구멍을 통해 황화수소가 올라온 것으로 조사됐다”며 “배기장치 등의 시설에 문제가 생겨 유독가스를 배출 통로로 충분히 빼내지 못해 화장실 배수구로 황화수소가 새어 나왔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폐쇄된 해당 공중화장실은 수영구청이 회타운 건물주 측과 1998년 무상사용 계약을 맺고 관광객을 위한 공중 화장실로 활용해왔다. 화장실이 만들어진 것은 1988년이다. 수영구청은 전체 건물 중 화장실만 공공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오수처리시설 관리는 회타운 건물주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오수처리시설이 있는 건물에 대한 점검기준은 하루 배출량 300t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건물은 140t가량이다”며 “안전점검 책임은 건물주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 시내 611개 공중화장실 가운데 분리식 하수관로와 직접 연결돼 있지 않아 정화조나 오수처리시설이 있는 123개 공중화장실이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내년부터 모두 폐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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