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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해외 체인지메이커 만나며 느꼈죠, 자기주도력의 중요성

중앙일보 2019.09.30 09:30
박정빈양은 콘퍼런스에 함께 참여한 청년 체인지메이커 고두리(맨 오른쪽)씨와 함께 빅뱅 콘퍼런스 청소년 기획단인 소피아·루시(왼쪽에서 두 번째·세 번째)를 만났다.

박정빈양은 콘퍼런스에 함께 참여한 청년 체인지메이커 고두리(맨 오른쪽)씨와 함께 빅뱅 콘퍼런스 청소년 기획단인 소피아·루시(왼쪽에서 두 번째·세 번째)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2017년 소년중앙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박정빈입니다. 당시 10주 동안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 성교육의 문제점에 주목했죠.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잼성시간(재미있는 성교육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성교육 콘텐트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활동을 이어갔어요.  
 
하지만 올해 들어서 함께 활동했던 팀원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면서 저 혼자만 남게 됐답니다. 조금 힘이 빠지고 있던 차에 저는 해외의 체인지메이커들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됐어요. 소년중앙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비영리단체 유쓰망고(YouthMango)의 도움으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빅뱅 콘퍼런스(Big Bang) 2019’에 다녀왔거든요. 저처럼 혼자서 활동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을 만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외국의 교육 환경과 그곳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죠.  
 
처음 방문한 콘퍼런스 현장은 자유로운 느낌이 가득했어요.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저를 맞아주었고, 인터뷰를 요청하면 성심성의껏 답변해줬죠. 여러 외국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키워드는 ‘인턴십’이었습니다. 인턴십 활동은 학생들이 흥미가 있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어요.  
 
고교 시절 인턴십을 통해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그램 폴락(오른쪽)과 함께.

고교 시절 인턴십을 통해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그램 폴락(오른쪽)과 함께.

그램 폴락(Gramm Pollack)이라는 학생은 내슈빌 빅 픽처 고등학교(Nashville Big Picture High School)를 졸업하고 현재 워런 윌슨 대학교(Warren Wilson College)에서 리버럴 아츠(Liberal Arts·교양학문)를 전공하고 있는데요. 수학을 좋아하고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고교 시절 천문학 관련 기관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이후 여러 번의 인턴십을 통해 음악·미술 같은 창의적인 분야가 적성에 잘 맞는 것을 알았고, 대학과 학과도 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램은 “인턴십을 통해 학교생활 내내 자신을 알아갈 기회를 가져서 좋았다”고 말했어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계발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은 우리나라 교육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메트 스쿨(Met School)’의 창립자 엘리엇 워쇼(Elliot Washor)도 인터뷰했는데요. 그는 과거 보수적인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문제아로 불렸지만 인턴십과 같은 학교 밖 활동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어요. 하지만 학교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도록 맞춰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메트 스쿨을 설립하게 됐다고 했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메트 스쿨은 학교를 넘나들며 배우는 배움을 핵심으로 삼고 있어요. 무학년제 담임 제도인 ‘어드바이저(advisor·조력자) 그룹’으로 운영하죠. 미국 내 65개 이상의 학교에 메트 스쿨 모델이 전파되었다고 해요.  
 
박정빈양은 빅뱅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한국에서의 청소년 체인지메이킹과 청소년 활동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정빈양은 빅뱅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한국에서의 청소년 체인지메이킹과 청소년 활동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콘퍼런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꿈이 확고해졌어요. 빅 픽처 러닝의 교육 방식처럼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들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또 체인지메이커로서 자기주도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깨달았어요. 누군가 나에게 와서 얘기를 해주고 정보를 전달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가서 물어보고 스스로 준비된 상태에서 사람들을 만나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무엇보다도 ‘어드바이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변 어른들이나 선생님의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콘퍼런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프로젝트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확고했고, 어드바이저는 자신이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할 때에만 힌트를 주고 제안을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그들은 어른들의 관심 속에서 만들어진 길을 걸으려고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가 원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본질과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어요. 선생님들이 만들어준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제가 길을 개척하고 스스로 성장하고 성찰하며 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글=박정빈(서울 창덕여중 3), 사진=유쓰망고
 
빅뱅 콘퍼런스에 동행한 유쓰망고 관계자들과 함께 빅 픽처 러닝 기념티셔츠를 입고 한 컷 찍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정빈양.

빅뱅 콘퍼런스에 동행한 유쓰망고 관계자들과 함께 빅 픽처 러닝 기념티셔츠를 입고 한 컷 찍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정빈양.

★빅뱅(Big Bang) 콘퍼런스 : 미국의 비영리 교육단체 ‘빅 픽처 러닝(Big Picture Learning)’이 매년 개최하는 콘퍼런스로,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논의하는 행사다. 빅 픽처 러닝은 학생 중심의 리얼 월드 러닝(Real-world Learning)을 통해 학교·시스템·교육의 잠재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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