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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화가 많이 나셨다···檢 경고발언, 많이 절제한 것"

중앙일보 2019.09.30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화가 많이 나셨다고 들었다. 원래는 더 강한 수위로 말씀하시려다가 많이 절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對) 검찰 메시지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가 29일 전한 말이다.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라는 문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어떤 해석이 나오든 여권 핵심이 공유하고 있는 관점은 분명하다. “검찰은 개혁 대상이다. 지금 수사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 자체 회의에서든, 비공식적인 당ㆍ청 인사들 간의 대화에서든 이런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회의 자리에서 나왔던 것”이라고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나왔다고 한다. 고민정 대변인이 메시지를 전한 27일은 3박 5일(22~~26일)간의 뉴욕 순방에서 귀국한 다음 날이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관련 있는 소수 참모와만 소통한 것 같다.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뉴욕에서부터 메시지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을 가능성이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도 이 기간에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를 강조했는데, 이는 11시간 동안 진행된 압수수색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압수수색 날짜(23일)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과 날짜와 겹쳤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실무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촉진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는데, 국내에선 압수수색이 다른 이슈를 삼키다시피 했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전남 순천의 한 강연에서 “검찰도 공무원인데 의도가 뭔지 의문스럽다”고 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공식적으로는 “강 수석의 사견”(핵심 관계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단순히 사견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조국 국면’에 검찰 개혁 움직임이 밀리는 게 아니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때 검찰과의 핫라인을 없앴던 문 대통령은 책 『운명』에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썼다. 검찰 개혁은 ‘노무현의 변호인’이었던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 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했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의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궁금해하는 “조국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청와대는 조 장관의 위법 행위가 수사 결과 드러나는지가 거취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는 원론적인 언급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일대에선 지지자들이 모여 “검찰개혁”을 외치며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응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국면과 관련해 청와대가 특별히 더 밝힐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양한 논의가 뒤섞인 ‘조국 국면’에 문 대통령이 직접 한가운데로 뛰어들면서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 각 권력기관 간에 충돌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은 무엇을 감추려고 이 지경까지 만드시는가. 검찰 수사는 물론 향후 법원 판결에까지 영향을 주려는 것은 명백한 위헌적 행태”(이창수 대변인)라고 비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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