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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조커 총기난사'에 떤다···영화 한편에 美육군도 경계령

중앙일보 2019.09.30 05:00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조커'의 조커역을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가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TCL차이니즈시어터에서 열린 초연 행사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있다. [AP=연합뉴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조커'의 조커역을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가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TCL차이니즈시어터에서 열린 초연 행사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있다. [AP=연합뉴스]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의 탄생 비화를 담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국 경찰과 육군, 연방수사국(FBI)까지 비상에 걸렸다고 CNN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2년 조커를 흉내 낸 20대 남성이 극장에 침입해 벌인 '오로라 총기 난사' 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LA 경찰 "경계 근무 강화, 늘 조심해달라" 성명

다음달 4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하는 영화 '조커'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년 개봉)에서 주인공 배트맨의 숙적이었던 조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배경을 그린 영화다. 정신질환이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생계를 위해 광대 일을 하는 주인공이 조커로 거듭난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영화에는 조커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광대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에서는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본 뒤 조커의 강렬한 캐릭터에 빠진 제임스 홈스(범행 당시 24살)가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 도시 오로라의 한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사망하고 약 58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을 조커와 동일시해온 홈스는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채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 극장에서 이같은 총격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크 나이트'(2008)에서 조커 역을 완벽히 소화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히스 레저(2008년 사망)는 조커 역을 연기하면서 얻은 우울증 및 불면증에 시달리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29세의 나이로 숨지기도 했다.
 
영화 '조커'는 지난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상영됐는데, 당시 LA 경찰은 극장가 주변에 순찰과 경계근무를 강화했다. LA 경찰은 성명문에서 "실체가 확인될 만한 위협은 없지만, 우리 LA 경찰은 최대 수준의 경계령을 유지하고 개봉 시 극장 인근에서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주말 야외에서 레저를 즐길 것을 권유하지만, 늘 경계하고 주변을 살펴달라"며 "만일 (의심이 가는) 무엇이 보인다면, 즉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2012년 조커를 흉내내며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장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한 제임스 홈스가 머리를 조커와 같이 붉게 물들인 채 재정에 앉아있는 모습. [AP=연합뉴스]

2012년 조커를 흉내내며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장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한 제임스 홈스가 머리를 조커와 같이 붉게 물들인 채 재정에 앉아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육군에 FBI까지 '경계령'

미 육군도 9월18일 내부용 메일에서 "SNS상에서 인셀(incel) 극단주의자들이 전국 '조커' 상영관에서의 총격을 재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셀은 여성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한 비자발적 독신남성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메일에는 "10월 4일 '조커' 개봉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확실한 위협은 없지만,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조커 상영관에서) 2개의 탈출 경로를 파악하고, 주변을 계속 의식하라. 저격수가 당신을 노리면 최대한 맞붙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LA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FBI는 일부 극단주의 커뮤니티가 '조커' 개봉과 동시에 총기 난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요청하는 메모를 작성하기도 했다.
 

◇랜드마크 극장은 '코스튬 전면 금지"

미국의 극장 체인 '랜드마크 극장'도 '조커' 상영 기간 동안 코스튬(캐릭터 의상)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전역에 52개 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이 극장 체인은 "우리의 모든 고객이 '조커'를 즐기고 영화로부터 만족감을 얻길 바란다"며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얼굴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모든 종류의 코스튬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조커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히스 레저의 모습. 그는 이후 우울증 및 불면증으로 인한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중앙포토]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조커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히스 레저의 모습. 그는 이후 우울증 및 불면증으로 인한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중앙포토]

 
외신은 "랜드마크 극장이 정확한 입장을 밝히거나 코멘트를 내놓진 않았지만, 영화 '조커'에 한해 코스튬 관객의 입장금지 조치를 내린 건 영화 '조커'의 영향력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로라 참사 희생자 유족, 영화사에 편지

오로라 총격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영화 개봉에 앞서 배급사 워너 브러더스 측에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조커' 개봉에 대해 "당신들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면서도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당신들이 가진 영향력과 플랫폼을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써달라"고 요청했다. 
 
2012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인근 도시 오로라에서 발생한 조커 캐릭터 모방 총기난사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2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인근 도시 오로라에서 발생한 조커 캐릭터 모방 총기난사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워너 브러더스는 성명을 내고 "가상의 캐릭터인 조커와 영화 모두 현실 세계에서 어떠한 종류의 폭력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 캐릭터(조커)를 영웅으로 띄우는 건 영화 제작자나 스튜디오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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