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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급사 상황에서 생명 지키는 삽입형 제세동기 계속 진화"

중앙일보 2019.09.30 00:05 건강한 당신 7면 지면보기
박진규 교수는 급사 위험이 큰 부정맥 환자의 경우 피하이식형 제세동기를 통해 합병증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장은주

박진규 교수는 급사 위험이 큰 부정맥 환자의 경우 피하이식형 제세동기를 통해 합병증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장은주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가슴에는 상징과도 같은 ‘아크 리액터’가 있다. 파편으로부터 심장을 지키고 심장이 제대로 뛰게 하는 일종의 생명 유지 장치다. 일부 부정맥 환자도 비슷한 장치를 몸에 지닌다. ‘삽입형 제세동기’다. 심정지나 급사를 일으키는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심장이 제대로 다시 뛰도록 하는 장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에서처럼 삽입형 제세동기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박진규 교수를 만나 삽입형 제세동기의 중요성과 발전 방향에 대해 들었다. 
 

박진규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인터뷰
심장에 직접 접촉하지 않아
혈관 합병증 생길 위험 없는
피하이식형 제세동기 개발

-부정맥은 어떤 질환인가.
 
 “맥박이 정상적이지 않은 질환이다. 크게 불규칙한 맥, 빠른 맥, 느린 맥 등 세 가지다.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무증상 부정맥도 있고 급사로 이어지는 부정맥도 있다. 위험 정도가 각기 다르다.”
 
 -특히 위험한 부정맥은.
 
 “급사와 관련된 부정맥이 일단 위험하다. 심실 빈맥(빠른 맥)이나 심실세동 등 심실에서 발생하는 부정맥은 급사의 원인이 된다. 심실에서 빠른 맥이 발생하면 혈압 유지가 안 돼 뇌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의식을 잃는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다른 장기도 혈액순환이 안 되면서 사망에 이른다.”
 
 -이런 경우 어떤 치료를 하나.
 
 “드라마에서 보는 심장충격기를 제세동기라고 하는데 작은 제세동기를 심장 주위에 삽입해 놓는다. 심장마비 등 급사의 상황이 한 번 발생한 사람은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2차 예방 차원에서, 심부전 환자 등 향후 발생 위험이 큰 사람은 1차 예방 차원에서 삽입한다. 급사를 일으키는 부정맥이 발생하면 변화하는 심박 수를 인식해 자동으로 전기충격을 가해 치료하는 장치다. 삽입형 제세동기는 안전벨트나 에어백인 셈이다.”
 
 -최근 새로운 방식의 제세동기가 개발됐다던데 그 배경은.
 
 “기존엔 경정맥 이식형 제세동기밖에 없었다. 심장 정맥 안으로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혈관에 대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장에 직접 연결하는 만큼 심장 관련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었다. 평생 이물질을 넣어 놓는 것이기 때문에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고 혈전이 생길 수도 있다. 혈관에 감염이 생기면 전극을 빼내야 하는데 넣을 때는 간단하지만 뺄 땐 유착이 생긴 후라서 상당히 힘들다. 전극을 제거하다가 100명당 한 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연간 1~2% 정도 생긴다. 이런 단점들이 있었다.”
 
 -새로 개발된 건 어떤 방식인가.
 
 “피하이식형이다. 심장 혈관으로 전극을 넣지 않고 심장 부위의 표피 바로 밑에 전극을 넣기 때문에 심장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의 혈관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없다. 심장에 유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설사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거하기 쉽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면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젊은 환자라면 언젠가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치료다. 다만, 피하이식형의 경우 모든 환자에게 시술이 가능한 건 아니다. 서맥(느린 맥)이 있을 때 (전기 충격이 아닌) 전기 자극을 주는 박동기 역할 등 경정맥 이식형에서 가능한 몇 가지 기능이 제한된다. 따라서 이 기능이 없어도 되는 사람이 적용 대상이다.”
 
 -최근 실제로 이 병원 전공의에게 심정지가 왔었다고 들었다. 이 전공의도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았다고 하던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지난 5월 오전 8시쯤 우리 병원 내과 전공의가 회진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전기충격기로 맥박을 정상으로 돌려서 회복됐다. 심실 빈맥이나 심실세동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이 필요했다. 경정맥 이식형과 피하이식형 중 고민하다가 환자가 젊어 오랫동안 문제없이 써야 하는 만큼 피하이식형을 삽입했다.”
 
 -미국 농구 선수나 발레리나도 이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정맥형은 가급적 적게 사용하는 팔 쪽 쇄골 부위에 삽입한다. 반복적인 활동이 지속하면 전극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피하이식형은 근육과 연결된 게 아니라 근육을 움직여도 전극이 움직이지 않는다. 제한이 적다. 아무래도 상체 운동이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쇄골이 아닌 옆구리 쪽에 넣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넘어질 때 팔로 보호되는 측면도 있다.”
 
 -시술 시 환자 부담은 얼마나 되나.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데다 본인 부담률이 5%에 불과하다. 기곗값이 2000만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100만원 정도를 내고 급사를 예방하는 셈이다. 피하이식형의 경우 올해 3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평상시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부정맥 전문의를 찾아야 하나.
 
 
 “심부전이 있는 사람은 일단 실신이 나타나면 점검해야 한다. 근데 우리나라의 경우 심부전 환자의 제세동기 이식률이 낮다. 이게 심부전 자체를 낫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삽입형 제세동기가 심부전 환자에게 생기는 급사를 상당 부분 막는다. 일반인이라면 가족 중에 급사 가족력이 있거나 원인 모르게 실신하는 사람이 있으면 점검해야 한다. 의식을 잃었다가 깨면 실신이지만 못 깨면 급사다. 부모나 형제 중 급사한 사람이 있는데 본인도 실신한다고 하면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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