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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중년 이후 벌어지고 삐뚤어진 치아, 가지런히 만들어야 오래 써요

중앙일보 2019.09.30 00:05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주부 김연주(가명·48)씨는 최근 치주염이 자주 생겨 고민이다. 잇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치열도 서서히 변했다. 윗앞니 사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아랫니는 틀어져 음식물이 잘 꼈다. 치열이 고르지 못해 칫솔질해도 역부족이었다. 치과에선 “치열이 불규칙하면 잇몸에 염증이 생기기 쉽고 치아가 갈수록 더 뒤틀릴 수 있으니 교정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노화 탓 변형되는 치열 관리법]
잇몸 부실→치아 이동→치열 변화
치아 제자리 찾는 교정치료 받고
유지장치 붙이면 반영구적 관리

 나이가 들면 치아도 늙는다. 노화 탓에 잇몸뼈가 부실해지면 치아를 지지하는 구조물 역시 약해진다. 여기에 평생에 걸쳐 씹는 힘이 치아에 전달돼 치열을 흐트러뜨린다. 개인차를 고려해도 약 100㎏의 세기가 지속해서 치아를 자극한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치과교정과 이기준 교수는 “치열은 원래 조금씩 변하지만 잇몸이 약해지는 40대를 기점으로 변화 속도가 빨라진다”고 경고했다.
 
 

씹는 힘 떨어져 소화불량 초래

 
일반적으로 씹는 힘은 구강의 앞쪽으로 쏠리는 성향이 있다. 거의 표시 나지 않지만 잇몸이 부실해지기 시작하는 중년 이후부터 앞니가 밀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씹는 힘에 계속 노출되면 위아래 앞니는 상호 영향을 받는다. 이 교수는 “윗니는 아래 앞니에 의해 밀려서 치아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아랫니는 윗니에 가로막혀 삐뚤빼뚤해진다”며 “치아의 정상 위치를 유지하는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병적인 치아 이동’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잇몸 질환이 있거나 어금니를 뺀 뒤 장기간 방치하면 이런 치열 변화는 더 심해진다. 어금니를 뺀 후 그대로 놔둘 경우 주변 치아가 빈 공간 쪽으로 이동해 교합이 무너진다. 치열이 변하는 데다 주변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대안암병원 치과교정과 김윤지 교수는 “씹는 힘에 노출됐을 때 어금니가 그 힘을 버텨 주고 앞니는 서로 가볍게 닿는 정도가 정상”이라며 “특정 치아의 뼈가 많이 녹아내리면 이가 흔들리고 앞니가 벌어지는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꽉 물거나 이갈이하는 습관도 치열 변화를 부추긴다. 이런 병적인 치아 이동은 성인의 30~56%에서 일어날 만큼 흔한 편이다.
 
 심각한 치열 변화를 내버려 두면 다양한 건강 문제가 유발된다. 앞니가 흔들리거나 교합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보니 앞니로 음식을 끊어 먹기 힘들어진다. 씹는 기능이 감소해 소화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치열이 불규칙해질수록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많이 끼지만 칫솔질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잇몸에 발생한 염증이 악화하기 쉽다”고 말했다. 불규칙한 치열은 보기에도 좋지 않아 사회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기도 한다. 치아가 잘 물리지 않기 때문에 아래턱을 움직이는 턱관절에도 질환이 야기되곤 한다. 무엇보다 부적절한 위치로 밀려난 치아는 정상적인 씹는 힘이 외상으로 작용하는 ‘외상성 교합’의 희생양이 된다. 잇몸이 망가지는 속도가 빨라져 치아 손상을 유발한다. 결국 잇몸 약화→외상성 교합→치아 이동→더 심한 외상성 교합→치아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1~2년 새 앞니 확 벌어졌을 땐 치료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교정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교정은 치아를 정상적인 위치에 되돌려 놓는 치료다. 최근 1~2년 사이 눈에 띄게 앞니가 벌어지거나 틀어진 경우, 어금니가 흔들리고 음식물이 많이 끼는 경우, 이가 빠졌는데 주변 치아가 해당 방향으로 쏠린 경우 고려할 수 있다.
 
 교정치료는 소아·청소년기나 사회 초년생일 때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또 나이 들어서 치아 교정을 하면 ‘잇몸이 더 약해지는 건 아닌가’ 걱정할 수 있지만 오해다. 오히려 치아 교정이 잇몸 건강에 약이 될 수 있다. 치료 효과도 젊은 층과 큰 차이가 없다. 김 교수는 “중장년층의 틀어지고 벌어진 치아를 되돌리는 근본 치료는 치아 교정”이라며 “교정치료는 교합을 안정화해 더는 병적으로 치아가 이동하지 않도록 돕는다”고 했다. 실제로 중장년층의 교정치료 사례는 늘고 있다. 대한치과교정학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5개 대도시 교정 환자를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 환자가 2010년 4.9%에서 2017년 6.2%로 증가했다.
 
 중장년층은 성장기에 많이 하는 전체 치열 교정보다 문제가 있는 부위만 하는 부분 교정을 주로 한다. 다른 사람이 거의 알아채지 못하는 투명 혹은 설측 교정 장치를 선호한다. 다만 중장년층은 잇몸에 염증이 있으면 염증 치료를 끝낸 뒤 교정을 시작하는 게 좋다. 특히 당뇨가 있는 사람은 잇몸 염증이 유독 잘 생겨 치료 중 염증 관리에 신경을 쓰고, 골다공증약을 먹고 있다면 치아 이동 속도가 느릴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세심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교정치료로 치아가 제자리를 찾으면 유지 장치를 부착해 반영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 후에도 주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아 잇몸 관리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치료 기간을 줄이려면 상태가 악화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장년층은 평소에 치열을 면밀히 살피고 이전에 없던 공간이 발견되면 치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위험한 상태의 치아를 방치하다가 잃고 나서 임플란트로 대체하기보다 되도록 자연 치아를 최대한 오래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책”이라며 “중년 이후의 치열 변화는 단지 미적인 문제가 아니라 치아 수명과 관련이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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