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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박원순의 ‘자전거 하이웨이’는 MB ‘터널형 고가’ 닮은 꼴

중앙일보 2019.09.30 00:02 종합 22면 지면보기
MB 시절 추진했던 ‘터널형 자전거고가도로’는 비싼 건설비와 주민 반발 우려 때문에 무산됐다. [중앙포토]

MB 시절 추진했던 ‘터널형 자전거고가도로’는 비싼 건설비와 주민 반발 우려 때문에 무산됐다. [중앙포토]

‘서울 자전거 하이웨이.’
 

박시장, 7월 자전거도로 확충 발표
캐노피형, 튜브형 등 다양한 형태
MB의 ‘터널형 자전거고가’와 흡사
당시 비싼 건설비, 민원 우려 무산

지난 7월 중순 박원순 서울시장이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방문 중에 발표한 서울의 자전거 도로 확충안입니다.
 
박 시장이 보고타 시내 120㎞ 구간에서 일요일과 국경일에 차량 통행을 막고 자전거·도보 전용도로로 활용하는 ‘시클로비아(Ciclovia)’를 보고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지는데요.
 
박 시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자전거 하이웨이를 구축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우선 버스전용차로 위에 ‘캐노피형 하이웨이’를 구축하는 건데요. 버스가 다니는 바로 위에 마치 지붕(캐노피)을 씌우듯이 별도의 자전거용 고가도로를 만드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서울 강남처럼 도로가 넓은 경우에는 캐노피형 하이웨이에 나무를 함께 심어 ‘그린 카펫형 하이웨이’를 조성하는 건데요. 나무를 자전거도로 양옆이나 중앙에 심어 놓는 방식이 될 겁니다.
 
한강 다리나 ‘서울로’ 같은 기존 시설물에는 자전거 통행을 위한 ‘튜브형 하이웨이’를 설치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다리나 서울로 옆에 튜브형으로 만든 자전거 전용도로를 붙이는 형식입니다.
 
네 번째는 과감한 ‘도로 다이어트(Diet)’ 인데요. 기존 차도 폭을 대폭 줄여서 자전거 전용도로 부지를 확보하고, 자전거 도로 높이를 인도와 같게 해서 자전거 이용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겠다는 겁니다.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튜브형 자전거 하이웨이’. [사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튜브형 자전거 하이웨이’. [사진 서울시]

박 시장은 이런 구축안을 버스 중앙차로 등 간선급행버스체계(BRT,Bus Rapid Transit)에 견주어 ‘CRT(자전거 하이웨이·Cycle Rapid Transit)’로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최초 브랜드로 CRT가 실현되면 영등포나 강남에서 시내로 출근하는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버리고 다 자전거로 출퇴근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하는데요. 그의 얘기처럼 자전거 통행이 활성화된다면 자동차 교통량과 배기가스 감소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서울 자전거 하이웨이를 추진하기 전에 꼭 돌아봐야 할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10여 년 전 이명박(MB) 대통령 시절에 추진했던 자전거 활성화 방안들입니다. 당시 MB 정부는 4대강이나 경인 아라뱃길 등에 대규모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 외에도 서울 등 대도시에 적용할 ‘특별한’ 자전거 도로를 구상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2008년 말에 추진된 ‘터널형 자전거 급행 고가도로’ 입니다. 이 고가도로는 버스 등 다른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중앙분리대나 녹지 위 4m 이상 높이에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또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왕복 2차로 또는 4차로로 만들고, 비나 눈이 오더라도 지장을 받지 않게 원통의 터널형으로 설계됐는데요. 이렇게 보면 박 시장이 발표한 ‘캐노피형 하이웨이’와 ‘튜브형 하이웨이’를 한데 모아놓은 듯한 모양새가 됩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계획을 담당했던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라는 답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이 자전거 도로의 건설비는 ㎞당 약 150억원으로 10㎞만 만든다고 해도 1500억원이 필요했던 겁니다. 이런 도로를 서울 시내 중요 지역에 서너개만 만들어도 5000억~6000억원까지 건설비가 치솟게 되는 건데요. 참고로 경전철 건설비는 ㎞당 400억원 수준입니다.
 
또 다른 복병도 있었는데요. 자전거 고가도로가 세워질 주변 건물들의 조망권 침해에 따른 반발이었습니다. 요즘은 많이 설치됐지만, 한때 지하철 출입구에 지붕을 씌우는 것도 주변 상가의 반발 때문에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데요. “왜 우리 건물, 가게가 제대로 안 보이게 가리느냐”는 반발인 겁니다.
 
고가형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 경우 진입로 조성도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도로의 끝과 시작 부분은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해도 중간중간 도로로 올라오고, 내려가는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복잡한 도심 속에서 이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았던 겁니다. 지형적으로 서울 시내는 크고 작은 언덕이 많은 탓에 평지가 대부분인 유럽의 도시들과 달리 애초부터 자전거 이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는데요.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주로 단거리 이동용으로 쓰기 때문에 장거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도로 다이어트’ 역시 MB 시절에도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안입니다. 그러나 큰 효과는 없었다는 평가입니다. 기존 차량은 그대로 놔둔 채 도로만 줄이는 방식으로는 심각한 교통체증만 우려되는 데다 운전자들의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박 시장이 ‘서울 자전거 하이웨이’를 추진하기 전에 과거의 유사 사례를 꼭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사례와 외국 현황 등 여러 측면을 두루 살피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답을 먼저 찾길 바랍니다. 그래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명실상부한 ‘자전거 하이웨이’가 가능할 거란 생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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