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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그랬을 것” 기록 포기하고 경쟁자 부축한 육상선수

중앙일보 2019.09.29 18:52
기니비사우 출신 브라이마 다보(오른쪽)가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9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5,000m 1조 예선에서 아루바 출신 조너선 버스비를 부축하며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기니비사우 출신 브라이마 다보(오른쪽)가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9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5,000m 1조 예선에서 아루바 출신 조너선 버스비를 부축하며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날 한 선수가 보여준 아름다운 스포츠맨십에 전 세계인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주인공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기니비사우 출신 브라이마 다보(26)다.  
 
다보는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5000m 예선 1조 경기를 18분10초87로 마쳤다. 1위와는 약 5분이나 차이나는 기록이다. 
 
기록은 가장 저조했지만 그는 '빛나는 동료애를 발휘한 선수'라고 찬사를 받고 있다. 경기 중 쓰러진 경쟁자 조너선 버스비(아루바)를 부축해 함께 달렸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이날 남자 5000m예선에서는 셀레먼 바레가(에티오피아)가 13분 24초69로 처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타라크 알 암리(남아프리카공화국)가 14분21초19로 레이스를 마쳤다.
 
뒤이어 선수들이 모두 들어오며 트랙은 다음 경기를 위해 정비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15분이 지나도 다보와 버스비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 다보는 버스비를 부축해 함께 뛰고 있었다. 버스비는 결승점 200m지점부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 버스비를 본 다보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버스비를 부축해 함께 뛰었다. 버스비가 움직이기 힘들어했고, 결승점까지 이동은 무리인 듯 보였다. 하지만 다보는 자세를 바꿔가며 버스비를 부축했다.
 
뒤늦게 두 선수를 발견한 관중들은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결국 두 선수는 나란히 18분10초87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다보는 경기 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의 인터뷰에서 "버스비를 앞서가는 것보다 그를 도와 함께 결승선에 도달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나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경기 전까지는 기니비사우를 대표해 큰 대회에 출전하는 걸 가장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기 중에 나라를 대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있었고, 기꺼이 그 선수(버스비)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끝난 뒤 IAAF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SNS를 통해 다보를 '빛나는 동료애를 발휘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버스비는 '레이스 중 타인의 도움을 받아' 실격 처리됐다. 하지만 다른 나라 선수를 도운 다보의 스포츠맨십에 2019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첫 날부터 빛났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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