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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경비병력 안 늘리자 정경두 “누가 지시 무시했나“ 격노

중앙일보 2019.09.29 16:48
지난 6월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하는 과정이 담긴 해경 폐쇄회로(CC)TV 화면. 붉은색 표시는 북한 소형 목선. [연합]

지난 6월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하는 과정이 담긴 해경 폐쇄회로(CC)TV 화면. 붉은색 표시는 북한 소형 목선. [연합]

 
지난 6월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기 전인 지난해 국방부가 '국방개혁 2.0'의 여파로 해안경계가 약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안경비 병력을 늘리기로 했지만, 정작 이와 관련없는 부대가 증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국방부가 북한의 위협을 낮게 평가하면서, 삼척항 입항 사건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해안경계 약화 가능성 있다고 판단
감시인력 늘리라 했지만 다른 부대에 증원
국방부, "경계 인력과 장비 대폭 보강했다"

 
29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개혁 2.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해안경계가 약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해안경계는 주로 육군이 담당하고 있는데, 육군 중심으로 군 병력 감축 작업이 이뤄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국방개혁 2.0엔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사단을 없애고 다른 부대로 대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해안경계에 허점이 생길 수 있으니 해안감시 병력을 보강하라”고 지시했다. 해안감시 레이더나 열상감시장비(TOD)로 해안을 지키는 병력들이다. 병력이 2교대 또는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피로도가 높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국방부는 올 1~6월 1000여 명을 증원하면서 해안감시 병력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 폭발물처리반(EOD), 기동타격대, 대테러 특수부대 등 긴급 상황에서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즉응부대에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이었다. 북한 소형 목선에 해안 경계망이 뚫렸던 23사단의 경우 올해 150명이 증원됐지만, 해안감시 병력의 숫자는 그대로였다.
 
정부는 북한 소형 목선 입항 사건을 조사한 뒤 지난 7월 3일 해안경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건 당시 육군의 해안경계 레이더는 북한 소형 목선을 포착했지만, 이를 반사파로 오인해 놓쳤다. TOD는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오던 시간에는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장관은 국방부 내부 회의에서 “누가 내 지시를 무시했나”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23사단의 해안감시 병력은 삼척항 입항 사건 이후 50%가량 증가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긴급하게 투입할 수 있는 부대를 위주로 보강했다”며 "사건 이후 해안경계 부대의 인원을 늘렸고, 감시장비도 보강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소형 목선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해안경계 체계를 크게 손 봤다"며 "현재 상당수 대책이 벌써 반영됐고, 일부는 중·장기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외한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국방부가 오판했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평화 시기는 아니다”라며 “군 당국은 끝까지 경계와 감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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