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온난화 속도 예상보다 빨라...30년 뒤 대책 의미 없다”

중앙일보 2019.09.29 09:34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피지의 한 마을. [Tom Vierus/WWF]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피지의 한 마을. [Tom Vierus/WWF]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UN IPCC) 의장. [중앙포토]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UN IPCC) 의장. [중앙포토]

“2100년 지구의 바닷물 높이는 2005년 이전보다 1.1m 더 높아질 것이고, 현재 100년에 1번꼴로 발생하는 해안 도시의 ‘극한 해수면 현상’(큰 파도, 슈퍼태풍 등 바다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현상)은 2050년 즈음에는 매년 발생할 것이다.”

 
지난 25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1차 총회에서 채택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이회성 IPCC 의장 전화 인터뷰
"2100년 해수면 1.1m 상승" 보고서 발표
"기후변화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
"위기 피하려면 내년부터 CO2 줄여야"

IPCC는 이번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극지의 빙하, 해수면 높이, 해수 온도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 우리가 그동안에 알아왔던 것보다 빠르고 많다는 거예요.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서 어느 때보다도 더 빨리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는 걸 (이번 보고서를 통해) 확인했죠.” -이회성 IPCC 의장

 
이회성 IPCC 의장(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은 25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특별보고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내는 등 에너지·환경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올해로 31년째를 맞은 IPCC를 2015년부터 이끌고 있다.
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설립한 국제기구로, 현재 195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 피해 훨씬 더 심각해질 것”

이회성 IPCC 의장. [중앙포토]

이회성 IPCC 의장. [중앙포토]

요즘은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 기후위기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지금이 기후 위기라는 데 동의하나
 
“기후위기인지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에는 기후시스템에 커다란 피해가 발생하고, 기후의 영향을 받는 인간의 경제·문화 활동에도 근원적인 피해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전망 2100년 해수면 상승 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전망 2100년 해수면 상승 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폭이 과거보다 더 커졌는데, 그만큼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봐야 하냐?
 
“흥미로운 건 한 달 전에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해서 특별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거기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토지의 파괴, 토지 기능의 상실 속도나 범위가 이제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다는 게 확인됐다. 지금 기후변화의 속도를 그냥 방치한다면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리가 알아왔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전개될 것이다.”
  

“30년 뒤에 무엇을 하느냐 아무 의미 없어”

이회성 IPCC 의장. [사진 IPCC]

이회성 IPCC 의장. [사진 IPCC]

이번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과 같이 지속하는 경우’를 전제로 작성됐다.
이 의장은 “30년 뒤에 무엇을 하느냐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무엇을 하느냐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50%는 대기 중에 남아서 지구를 덥힌다. (기후 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2050년 중반에 가서는 이산화탄소 중립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당장 내년부터 이산화탄소의 전 지구적 배출량이 줄어가야 한다.”
 

IPCC는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최종 승인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기후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국제사회도 2015년 체결한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아래에 머물게 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목표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1.5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들이 '제로 카본' 에너지 시스템에 기반한 경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석유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공동 노력에 동참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그린 본드(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의 총액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각 국가가) 오늘 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향후 1.5도 달성은 물론 기후 친화적인 경제를 달성하느냐의 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