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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아마존서 구입한 드론 테러에 사용

중앙일보 2019.09.29 00:03
취미용 드론에 수류탄 달아 공격…후티 반군 이란제 드론 개조해 사용
 

지구촌 위협하는 ‘킬러 드론’

민간 위성 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가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피해를 본 모습을 9월 15일 공개했다. / 사진:디지털글로브

민간 위성 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가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피해를 본 모습을 9월 15일 공개했다. / 사진:디지털글로브

지난해 8월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었다. 갑자기 연단 인근 공중에서 ‘쾅-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행사장에 있던 카메라가 흔들리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 인사들이 놀라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순간 경호원들이 방탄장비로 마두로 대통령을 에워싸는 장면도 포착됐다. 대통령을 노린 암살시도였다. 이날 테러 공격에는 드론(무인기) 2대가 사용됐다. 한 대는 연단 인근의 경호부대가 격추시켰고, 다른 한 대는 인근 건물에 충돌해 폭발해 마두로 대통령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연단 주변에 있던 군인 7명이 다쳤다. 이 드론에는 C4 폭발물 1kg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직후 한 반정부단체가 자신들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요인 암살뿐 아니라 무기화된 드론은 특히 고정된 시설물을 공격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난 9월 14일 새벽(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격에 이용된 드론 10대는 700~1000km를 날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상태다. 현지에서는 예멘 반군이 자체 제작한 ‘삼마드’ 계열 드론으로 추정한다. 삼마드는 전후방 날개 길이가 1m 안팎으로 대당 1000~2000만원이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예멘 후티 반군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이란이 제작한 무인기 아바빌(Ababil)을 개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바빌은 총중량 80kg 내외, 최대속도 370km/h다. 이와 관련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란이 제작한 아바빌 원형이 (비행거리) 700km 내외임을 고려하면 후티 반군은 아바빌의 탑재 중량을 줄이고, 연료를 더 주입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또 “반군이 드론에 공격할 지점 좌표를 입력하고,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신호를 따라 비행한 후에 공격 지점을 정확하게 폭격하는 비행경로 내비게이션(waypoint navigation) 방식을 사용했다”라고도 했다.
 

1000km 넘는 비행 능력으로 미사일급

이번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예멘 후티 반군은 전 세계 무장집단 중 무기화한 드론을 테러 공격에 가장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도 아바빌을 개조한 삼마드 계열 드론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삼마드-1은 50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정찰용으로 사용된다. 삼마드-3는1000km 이상 날아가 자살 공격이 가능한 무인기다. 후티 반군은 올 1~8월 사이에 삼마드 계열 외에 ‘콰세프-2K’(비행거리 120km 안팎의 단거리 무인기)라는 공격용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브하 공항, 아람코 석유시설 등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왔다. 후티 반군은 콰세프 계열을 독자 생산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바빌을 수입해 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다른 무장 조직보다 낙후한 것으로 알려진 후티 반군은 지난 2~3년 동안 무기화한 드론을 운용하는 능력을 갖춰 공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후티는 이전에 사용했던 드론보다 훨씬 강력한 UAV-X 드론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드론은 18kg의 폭발물을 매단 채 바람 등을 이용해 최대 1500km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는 왕국의 심장을 공격하기 위해 첨단 미사일(로켓)이나 전투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같은 무기화한 드론의 존재 때문이다.
 
테러나 암살에 이용되는 드론이 무서운 점은 앞서 예멘 반군이 이용한 것보다 훨씬 작은 취미용 드론까지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는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 연합군의 모술 탈환 작전에 맞서 소형 ‘쿼드롭터’ 드론을 이용했다. IS는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업용 드론을 사들인 후 수류탄을 장착한 자폭용 ‘킬러 드론’으로 개조해 사용했다.
 
최근 중동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에서는 이란제 외에 ‘중국산 드론’이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반군 역시 기존에 활용하던 이란산 드론과 함께 중국산 드론을 개조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공습할 당시 중국산 공대지 미사일 파편과 함께 중국산 드론이 사용된 정황이 발견됐다. 중국산 드론은 미국의 군수용 드론과 대비해 항속거리도 짧고 공격력도 제한적이지만 소형이라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자폭용으로 많이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비정규 군사조직이나 군벌들에게 인기가 높다. 앞서 IS가 온라인에서 구매해 자폭용으로 사용한 드론 역시 중국산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 전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자유기고가 최현호씨는 “IS는 배드민턴 공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깃털을 초소형 폭탄에 달아 사용했다”며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드론을 테러 무기로 활용한 것이 공포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이어 “민간에서 상업용으로 이용되는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은 비행거리가 몇 km에 불과하지만, 내연기관을 갖춘 드론은 개조를 통해 수백 km 밖에 있는 목표물까지 날아갈 수 있다”며 “무기화된 군사용 드론은 순항미사일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최씨는 이어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저공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 포착이 어려워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어 공포심 커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4월 육군 드론봇 전투발전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즉각타격형 무인기 ‘데빌킬러’.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4월 육군 드론봇 전투발전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즉각타격형 무인기 ‘데빌킬러’.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드론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육상뿐 아니라 해상의 배 위에서도 드론을 띄울 수 있다. 굳이 폭탄을 장착하지 않아도 드론 자체만으로 충분한 위협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공항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서 드론은 치명적 무기로 활용된다. 이착륙하는 민간 여객기를 목표로 드론을 날려 충돌하는 식으로 공격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변전소에 충돌해 화재를 일으키는 방식의 공격도 가능하다. 군사 전문가 중에는 이 같은 무기화한 드론의 특징 때문에 인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인공지능(AI) 로봇으로 드론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드론의 공격을 막기 위한 ‘안티 드론’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영국 국방성은 이스라엘 보안 기업인 라파엘(Rafael)이 개발한 드론 방어시스템인 ‘드론 돔(Drone Dome)’을 런던 개트윅 공항 옥상에 배치했다. 드론 돔은 16km 이내 거리에 있는 소형 드론을 초정밀 레이더로 잡아내며 최소 0.002㎡ 크기의 표적까지 탐지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드론 장비에 전자파를 교란하는 ‘드론 디펜더(Drone Defender)’라는 재밍 장비를 군에 도입했다. 드론 디펜더는 소총처럼 병사 개인이 조준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직접 드론을 타격하는 무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방위사업청도 레이저를 활용해 드론을 잡는 레이저 대공 무기 체계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박스기사] 드론전쟁의 역사 - 1990년대 후반 원격조정 문제 해결

드론(drone)전쟁의 역사는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막스 슐츠 교수(전쟁의 경제사)는 “오스트리아 군대가 1849년 폭탄을 실은 무인 풍선 200개로 이탈리아 베니스를 공격한 적이 있다”고 강의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드론전쟁은 20세기 초에 시도됐다는 게 전쟁 역사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들은 1903년 처음으로 비행기를 개발했다. 그들은 1차대전 시기(1914~1918년) 엔진이 달린 비행기를 원격조종하는 데도 성공했다.
 
서방 국가들은 1차대전 직후 유인 전투기와 함께 무인 비행기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옛 영어에서 수벌을 뜻하는 드론이란 말이 원격조종 무인 비행기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 시기도 1차대전 직후다. 슐츠 교수는 “당시 영국이 복엽기를 무인기로 개조한 드론 ‘여왕벌(Queen Bee)’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여왕벌은 드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드론의 어머니’로 불린다. 그러나 드론전쟁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선으로 무인 비행기를 조종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비행기와 지상 조종사의 거리가 멀어지면 드론은 통제 불가능했다. 그 바람에 냉전 시기에 적국을 정탐하는 데 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됐지만, 드론정찰은 일상화되지 못했다. 드론의 원격조종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었다. 이때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가 갖춰졌다. 지상 조종사가 지구 반대편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을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드론의 비행시간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하루 종일 전투지역 하늘을 선회할 수 있을 정도다.
 
영국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BIJ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집권시기(2009~2017년)에 드론을 활용한 공습이나 공격이 전임자인 조지 W 부시때보다 10배 정도 급증했다. 미군의 인명 손실을 줄이면서 작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서다. 이 시기 드론은 아프카니스탄 같은 험준한 지역의 군사 목표나 테러리스트 지휘자 사살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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