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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기 전 딴 최상급 송이, 상점마다 가득하다는 이곳

중앙일보 2019.09.28 11:00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12)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철 바다의 진미가 전어라면 송이버섯은 산에서 나는 진미라 할 수 있다. 양식이 되지 않고 소나무 중에서도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적송의 그늘 아래에서만 자라는 송이버섯은 예로부터 ‘버섯 중의 왕’으로 불려왔다.
 
가을의 기를 가득 품은 식품으로 보약 한 첩에 버금간다는 자연산 송이버섯은 9월 초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40일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대만·사할린 등 동양에서만 생산된다. 특히 중국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만난 송이버섯은 백두산 정기를 담은 최상품으로 향과 맛이 뛰어났다. 송이버섯전문시장은 도심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송이버섯 전문시장. 한글 간판이 먼저 쓰여있고 옆에 중국어가 있어 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 전지영]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송이버섯 전문시장. 한글 간판이 먼저 쓰여있고 옆에 중국어가 있어 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진 전지영]



중국 옌볜서 생산된 송이가 최상품

중국 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조선 후기부터 조선족이 이주해 개척한 곳으로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1945년 8월 20일 소련군과 동북항일연군이 간도 임시정부를 수립했던 곳으로,  그 후 연변조선족자치구가 설립됐다. 연변 조선족 자치구에 가면 간판들 대부분이 한글로 적혀 있어 중국이라는 생각보다는 한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송이버섯 전문시장 상가에서 송이버섯을 고르고 있는 상인들. [사진 전지영]

송이버섯 전문시장 상가에서 송이버섯을 고르고 있는 상인들. [사진 전지영]

 
송이버섯 시장에 빼곡히 들어선 상점마다 진귀한 송이버섯이 가득하다. 『동의보감』에는 ‘송이는 성질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향기로우며, 산속의 오래된 소나무 아래에서 나니 송기를 빌려 생긴 것으로 나무 버섯 중에 으뜸이다’라고 적혀 있다. 또 황도연이 쓴 『방약합편』에는 ‘송이버섯은 향이 좋고 위를 든든하게 하며 음식 맛을 돋우며, 설사를 멎게 하고 기 또한 보호한다’고 해 약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렸다. 계절의 진미로 최고의 평가를 받는 식용 버섯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송이버섯은 맛과 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은 음식이다. 송이버섯에는 녹말과 단백질의 소화효소가 함유돼 있어 송이버섯을 곁들인 음식은 소화가 잘된다. 특히 작은 송이는 항암효과가 있으며, 기침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만성 또는 급성 설사, 천연두, 산후 하혈에도 약효가 있다. 송이는 칼륨과 철분 함량이 다른 버섯에 비해 월등히 높아 김치나 젓갈 등 짠 음식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혈중 나트륨 농도를 떨어뜨려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
 
옛 민간요법에 송이를 약재로 사용하려면 생 것을 말려 써야 효과가 좋다고 한다. 편도염에는 송이를 말려 가루로 만든 것을 목에 골고루 뿌려 준 후 약 30분 정도 지나 물을 마시면 염증을 가라앉히고, 치질에는 송이를 진하게 다려 좌욕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송이는 독특한 향과 함께 씹는 질감과 맛으로도 사람들이 애호한다. 송이는 부드러운 육질에 아삭하게 씹히는 질감, 입 안 가득 은은히 번지는 솔향이 일품이다. 껍질을 벗기면 육질과 향이 없어지기 때문에 흙과 먼지만 털어내고 먹으면 그 향이 더욱 진하다. 송이는 향기가 독특하며, 다른 버섯에 비해 섬유소가 많다.
 
이 때문에 다른 버섯에 비해 단단하고 묵직한 자루를 형성해 씹는 맛이 충분히 느껴진다. 특히 이른 아침에 따온 싱싱한 것을 뿌리 부분의 흙만 제거하고 날것으로 먹으면 쫄깃쫄깃한 맛과 진한 소나무 향을 느낄 수 있다. 버섯의 아미노산 성분은 핵산과 함께 감칠맛을 내 국물을 끓일 때 넣으면 천연조미료로 손색이 없다.
 
송이버섯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고기와 함께 먹으면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성인병 예방에 좋다. 송이버섯은 조리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맛과 향기를 잃기 쉬우므로 장시간 물에 담근다든지 오랫동안 가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파·마늘을 섞지 않고 소금과 참기름만으로 양념하는 것이 송이의 참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다른 식품과 함께 조리하지 않는 것이 송이의 독특한 맛과 향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가을철 송이 전골은 송이버섯과 소고기를 주재료로, 소금과 참기름으로 양념해 송이의 향을 살려 만드는 국물 요리다. 송이전골은 비타민과 미네랄과 같은 영양성분 외에 면역력을 높여 암을 예방하고,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늦추는 성분이 있어 가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불린다.
 
왼쪽부터 중품, 상품, 하품. [사진 전지영]

왼쪽부터 중품, 상품, 하품. [사진 전지영]



갓이 퍼지거나 길이가 짧으면 하품

송이 시장에 가면 송이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처음에는 크고 긴 것이 먹을 것도 많아 좋은 줄 알았다. 그러나 좋은 송이는 크기가 적당하며 갓이 피지 않고 갓 둘레가 자루보다 약간 크다. 은백색이 선명한 것, 갓이 두껍고 단단하며 향이 진하고 자루의 길이가 길고 밑부분이 굵은 것도 좋다.
 
송이는 이른 새벽 해뜨기 전에 따야만 더 단단하고 싱싱하다. 버섯이 돋아난 뒤 5일이 지나면 숙성하기 때문에 제때 따주어야 한다. 최상품 송이버섯 이른 새벽에 따온 것으로 중국 옌볜 현지에서도 500g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하품 송이버섯은 갓이 퍼져 있거나, 길이가 짧고, 구부러져 있는 것으로 가격이 상품보다 많이 저렴하다. 갓이 야무지지 않고 축 늘어져 있으며 색깔이 거뭇거뭇하고 향이 나지 않은 것은 오래되고 신선도가 떨어진 것이다. 송이버섯 하품도 찌개를 끓이거나 솥밥을 해 먹을 때 사용하면 그 향을 즐기기에 무난해 시장에선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이지만 일제 때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고, 해방 후엔 옌볜조선족자치주를 형성하며 한국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끈기와 투철한 애국심은 백두산의 정기를 품은 송이버섯의 힘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송이버섯 한점 먹고 가을철 환절기 건강도 챙기고, 한국인으로의 긍지를 다시 되새기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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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필진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 모두 꿈꾸는 세계여행.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전 세계의 음식을 통해 지구촌 생활상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 찾아온 수입식품과 세계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해 맛으로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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