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 대통령 vs 검찰…전선 이동한 검찰개혁

중앙선데이 2019.09.28 00:27 654호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뉴욕에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나온 전격 발표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대통령 말씀을 전달하겠다”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처럼 대통령의 육성을 그대로 전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개혁 요구 목소리 현실 성찰하길”
문 대통령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
“조국 책임 사법 절차로 가려질 것”
대검은 “법에 따라 엄정히 수사”

그러면서 ‘인권 존중’이란 표현을 썼다.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도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듯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검찰에 직접 요구한 대목도 있었다.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의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개혁이란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 중엔 조국 법무부 장관에 관한 대목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수사 방식과 행태에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지만 조 장관 거취 문제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뜻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작심한 듯 메시지를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11시간에 걸친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조 장관과 압수수색 담당 검사 통화 사실의 외부 유출 정황 등이 작용했다고 한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에게 압수수색 당시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캐물었고 시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검찰과 한국당의 ‘내통’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낙연 총리도 검찰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아무리 봐도 과도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정·청이 동시에 검찰 수사 방식을 비판하고 나선 셈이다.
 
당장 야권은 부당한 수사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대통령이 나서서 인권 존중 운운한 것 자체가 검찰에 대한 겁박이자 검찰을 권력의 주구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대통령 발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검찰개혁의 핵심임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조 장관과 문 대통령은 이제 한 몸이다.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옮겨갔다”고 했다.  
 
청와대 브리핑에 대해 대검찰청은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관련기사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