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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고에…검찰 안팎 “대통령이 언급할 내용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9.09.28 00:26 654호 4면 지면보기
자택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해 논란이 일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방배동 자택 앞에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보도된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있다“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스1]

자택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해 논란이 일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방배동 자택 앞에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보도된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있다“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과 성찰’을 주문하는 메시지가 27일 오후 전해지자 서초동에서는 미묘한 파문이 일었다. 이날 검찰 안팎에서는 시국에 대한 우려와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대검찰청은 이에 대해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우려한 ‘검찰권 행사’와 ‘검찰 개혁’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다만 수사는 ‘엄정히 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역시 국가기능을 수행하는 공무원”이라며 “국가를 운영하는 청와대와 생각이 다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는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각의 우려들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절차적인 부분은 빈틈없이 챙기겠다”고 했다.
  

검찰 “대통령 개입하며 문제만 커져
내용 유출 아닌 수사 압력이 본질”
이인영 “검사·야당 내통, 총장이 색출”
조국 “저를 딛고서라도 개혁 나서야”

폭주 기관차 두 대가 부딪히는 형국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간부급 현직 검사는 “대통령이 언급할 내용도 아니고 시기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조 장관이 압수수색 당시 검사와 부적절한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일절 없었다”며 “가뜩이나 정국이 시끄러운 상황에 대통령까지 개입하면서 문제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 발언은 일종의 마지막 경고”라면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윤 총장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폭주 기관차 두 대가 부딪히는 형국”이라고 말하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한편 조 장관과 검사와의 통화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 이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검사와 야당의 검은 내통 가능성이 만천하에 폭로됐다”며 “사실이라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서 색출하고 책임을 물으라”고 성토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 등 자리를 통해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의 통화에 대해서 “수사기밀 또는 피의사실 유출이 아닌 ‘수사압력’ 사건이 본질”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별도 공지를 통해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관과 수사팀장 간 전화 통화 사실을 공개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주 의원과 연수원 수료 이후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과 주 의원이 오래 전부터 친분이 깊었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된 데 따른 설명이었다.
 
대검찰청은 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연수원 시절 연수생 전원이 참석하는 수학여행을 (같이) 다녀온 적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주 의원과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함께 했다거나, 모임을 만들어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주 의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사라인이 아니라 검사들 중 ‘정보통’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것”이라며 수사팀과의 유착 의혹을 반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게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현직 지검장은 “검사가 사건이 오면 어떻게든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한다”며 “20년간 검사생활을 했지만 정치 검사는 없었다. 정치검찰로 비치는 현실이 한스럽다” 고 탄식했다. 또 다른 검사장급 검사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는 검찰이 수사를 잘한다고 생각하셨을 분들이 입장이 바뀌니 (검찰을) 비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웅동학원 공사비 청구 소송 집중 조사
 
조 장관 일가에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날도 강도 높게 진행됐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지분공시팀을 압수수색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더블유에프엠(WFM)의 최대주주 지분 관계 파악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조 장관 동생 조씨를 연일 소환해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해온 웅동학원에 공사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씨는 전날에도 검찰에 출석해 13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자정 무렵에 귀가했다. 검찰은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씨도 소환해 조사했다. 조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돼 함께 근무한 윤모(49) 총경과 관련한 수사도 이어졌다. 검찰은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압수 영장의 장소가 명확지 않다”는 경찰의 반발에 부딪혀 실제 압수품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시사주간지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조 장관은 “검찰개혁 과제는 단시간에 이루기 어렵고, 더뎌 보이더라도 차근차근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며 “검찰개혁은 저를 딛고서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시대의 잿더미를 넘어 새로운 개혁의 시간이 온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민상·김수민·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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