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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쓰고 싶어도 품질이···" 외교부, 일본산 여권표지 고민

중앙일보 2019.09.27 05:00
최근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국산화를 거듭 강조해온 가운데, 외교부에선 ‘여권 국산화 딜레마’에 빠졌다.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 점검 및 대책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의원(왼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 점검 및 대책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의원(왼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에서 발급하는 전자여권 내에는 개인정보와 바이오인식정보를 저장한 칩과 안테나가 들어있다. 2008년부터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보안기술을 적용해 전자여권이 일반여권으로 발급되고 있다.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2008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줄곧 외국 기업 생산 제품을 전자여권 표지인 'e-Cover'로 사용해왔다. 특히 2012년부터는 일본 기업인 A사 제품을 사용했다.
 
e-Cover 납품업체는 조달청의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한국조폐공사에서 결정된다. 외교부는 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2015년 사업부터 e-Cover 공급 안정성을 위해 2가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국내 부품을 사용해 여권 표지를 제작하는 국내 업체 B사도 A사와 함께 납품업체로 선정됐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발주에 실패했다. 실제로 지난 3년 간 정식 발주된 여권표지는 모두 A사의 제품이었다. 외교부는 “7차(2018년) 공급분에선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의 전자 칩이 사용됐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납품업체인 A사가 부품을 교체한 결과였다.  
 
박주선 의원은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강조해놓고 정작 외교부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대한민국 얼굴에 해당하는 여권 표지가 일본 수입제품인데, 국산화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외교부와 조폐공사의 고심은 그러나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기는 전자여권의 경우, 품질 보장이 가장 중요한 요소란 점이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우리도 국산 제품을 쓰고 싶지만, 규격에 맞지 않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을 신뢰성이 제일 중요한 여권 표지로 쓸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외교부도 “2020년 하반기 도입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은 품질 보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우선 공개입찰을 통해 우수한 품질을 갖춘 경제성 있는 제품이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전자여권 국산화 확대를 위해 가능한 방안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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