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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패권 유지 꿍꿍이 있어, 중국은 무역전쟁을 겁내지 않는다”

중앙일보 2019.09.27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프랑스 초대 황제 나폴레옹은 "중국은 잠자는 사자다. 잠에서 깨면 세계를 진동시킬 것이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파리에서 중·불 수교 50주년 행사에 참석해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 이 사자는 평화적이고 친절한 문명 사자"라고 주장했다. 추궈훙 대사가 구한말 청나라 위안스카이 시절부터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에 전해오는 사자 석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승식 기자

프랑스 초대 황제 나폴레옹은 "중국은 잠자는 사자다. 잠에서 깨면 세계를 진동시킬 것이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파리에서 중·불 수교 50주년 행사에 참석해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다. 이 사자는 평화적이고 친절한 문명 사자"라고 주장했다. 추궈훙 대사가 구한말 청나라 위안스카이 시절부터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에 전해오는 사자 석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승식 기자

서울 명동에 우뚝 솟은 주한 중국대사관 마당에는 구한말 총리교섭통상대신으로 조선에 부임해 위세를 부렸던 청나라 위안스카이 시절부터 전해져 오는 사자 석상이 있다. 장세정 기자

서울 명동에 우뚝 솟은 주한 중국대사관 마당에는 구한말 총리교섭통상대신으로 조선에 부임해 위세를 부렸던 청나라 위안스카이 시절부터 전해져 오는 사자 석상이 있다. 장세정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한반도에 격랑이 몰려오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전략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맞서면서 아시아·태평양이 출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다툼이 장기화하면 중간에 낀 한국이 최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신중국 건국 70주년(10월 1일)을 계기로 추궈훙(邱國洪·62) 주한 중국대사를 단독 인터뷰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이지만 "외교적 수사(레토릭)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비교적 직설적으로 답변했다.

[장세정의 직격 인터뷰]
건국 70주년 맞은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무역 외에 미국의 다른 꿍꿍이 의심
일대일로는 성장, 아·태는 군사전략
사드 사태 이후 중·한 정상궤도 복귀
미국 INF 탈퇴, 패권 유지가 목적
"방공식별구역 도발" 비판은 오해
시 주석 방한 기대, 시기 확정 못해
"한국인은 민족자존 의식 강해"
갈비탕 즐기고, 도산서원에 매료

 -'두 개의 100년(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이정표를 내세운 중국은 궁극적으로 어떤 나라를 추구하나.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다. 발전이 아직 충분하지 않고 불균형 발전의 모순이 두드러진다. 앞으로 상당히 긴 시간 제일 중요한 일이 발전이다. 두 개의 백 년 목표를 실현하려고 노력해 중국을 부강·민주·문명·조화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로 만들 것이다."
추궈훙 주한중국 대사는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추궈훙 주한중국 대사는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주변국 외교 정책으로 친(親)·성(誠)·혜(惠)·용(容)을 표방하지만, 돌돌핍인(咄咄逼人·기세등등한 모양)이란 표현처럼 강경한 태도 때문에 '중국 위협론'이 계속 제기된다.
 "친·성·혜·용의 외교 이념, 그리고 이웃과 잘 지내고(與隣爲善), 이웃을 동반자로 삼는다(以隣爲伴)는 외교 방침에 따라 주변국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절대다수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위협론이 있지만, 이는 주류가 아니다. 중·한 양국 국민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已所不欲,勿施于人)"던 공자(孔子)의 명언을 잘 안다. 중국은 당연히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겠지만, 다른 나라의 이익을 희생하는 대가로 발전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은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 중·한 모두 피해자다. 이번 무역 전쟁은 완전히 미국이 일방적으로 도발했다. 이미 12차례 고위급 협상을 했고 큰 진전을 거뒀고 대부분 쟁점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미국은 부단히 합의를 어기고 이랬다저랬다(出爾反爾)한다. 중국의 주권과 존엄을 침해해 중국이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무역 전쟁을 고조시킨다.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진짜 미국이 단순히 무역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지 의심된다."
양보 없는 무역 전쟁으로 맞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양보 없는 무역 전쟁으로 맞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무역 전쟁은 모두가 지는 'lose-lose' 게임이란 비판이 있다.    
 "무역 전쟁은 승자가 없다. 중국도 당연히 손실을 볼 수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무역 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꼭 싸워야 한다면) 싸움을 겁내지 않는다. 중국은 담판의 대문을 줄곧 열어두고 있다. 무역 갈등에 대응하는 중국의 근본 대책은 자기의 일을 잘 처리하고 흔들림 없이 개혁을 심화하고 개방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일대일로는 국제경제 협력 제안이다. 인프라 건설을 위주로 해서 전방위로 서로 연결해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한 새 동력을 찾고 국제경제 협력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8월 말까지 중국은 136개국 및 30개 국제 조직과 195건의 정부 간 합작에 서명했다. 그런데 미국이 말하는 인·태 전략은 본질상 군사전략이다. 일대일로와는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 인·태 전략은 분명히 중국을 겨냥하는 일면이 있어서 중국은 반대한다."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한국과의 수교 당시 초심(初心)을 잘 지켜가고 있나.  
 "수교한 지 27년간 양국 관계는 21세기 협력 동반자 관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삼단뛰기' 점프를 했다. 지금은 공동 발전 실현, 지역 평화, 아시아 진흥, 세계 번영이라는 '네 개의 동반자'(四個伙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양국은 국제무대에서도 협력해 서로의 장점을 잘 살렸다. 이웃 간이든 가족 내부에도 이런저런 모순이 있다. 양국도 이견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국과 손을 잡고 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추궈훙 주한 중국 대사는 중앙일보 인터뷰 직후 중국 유커가 많이 찾는 서울 명동의 골목길을 직접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사드 사태 이후 중·한 관계가 정상 궤도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추궈훙 주한 중국 대사는 중앙일보 인터뷰 직후 중국 유커가 많이 찾는 서울 명동의 골목길을 직접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사드 사태 이후 중·한 관계가 정상 궤도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은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의 이익을 챙겼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논란 당시 롯데에 불이익을 주고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제한하는 등 부당한 보복을 가했다.  
 "사드 문제는 중국의 안보 이익과 관련된다. 중·한 관계는 한때 사드 문제로 인해 풍파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는 양측 모두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양측이 노력해 단계적으로 사드 문제를 처리한다는 컨센서스에 도달했고 양국 관계는 이미 정상 발전 궤도에 복귀했다. 물론 아직은 양국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수준을 회복해야 하고 더 큰 발전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에 한반도 문제가 잘 해결되면 그에 따라 사드 문제도 자연적으로 해결될 거라고 한국 측이 여러 차례 분명히 표명한 것을 중국은 유의하고 있다. 중국 측은 비록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문에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한국 측의 북한 위협과 사드 배치) 양자의 상관성에 동의하지 않지만 관련 문제가 해결될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서울 명동 거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승식 기자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서울 명동 거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승식 기자

 -중국은 그동안 중거리 미사일을 대대적으로 개발·배치해왔다. 이에 대응해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미국이 동아시아(한국·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희망했는데.  
 "중국의 전략 역량은 아주 유한하고 완전히 방어적 성격이다. 중국은 수량적으로 미국과 비교할 동급에 있지 않다. 미국이 INF 조약에서 탈퇴하면서 중국을 들먹였는데 이는 순전히 핑계다. 진짜 목적은 일방적인 군사 및 전략 우세를 도모해 패권을 유지하려는데 있다. 미국의 탈퇴와 중거리 미사일 개발 및 배치에 따라 글로벌 전략 균형과 안정에 영향을 줘서 긴장과 불신을 키울 것이다. 기존 국제 핵 군축 및 다자 군비통제 프로세스에 충격을 줄 것이다. 미국은 중국 주변 국가와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기획함으로써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협한다. 명확히 중국을 겨냥한 의도가 있어 중국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중국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무시하고 수백 차례나 위협적인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행동이 지역의 평화를 해치고 한국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듯하다. 방공식별구역은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획정한 경보구역이지 영공은 아니다. 중국 군용기는 유관 공역에서 정상적 비행 훈련 활동을 진행했다. 한국의 영공을 침범할 의도가 없고 더구나 어떤 국제법을 위반하지도 않았다. 중·한 양측은 군사 영역의 교류와 협력을 포함해 전략적 소통을 한층 강화해 관련 문제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길 희망한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4년만에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추궈훙 대사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CCTV 유튜브 캡쳐]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4년만에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추궈훙 대사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CCTV 유튜브 캡쳐]

 -북한의 수차례 핵실험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에 북한을 방문했다. 2005년 후진타오 주석 이후 14년 만에 첫 방중이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인가.
 "중국의 북핵 등 한반도 문제의 입장은 명확하고 한결같다. 여태껏 변화가 없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으로 유관 문제 해결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안보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당사자들의 상호 신뢰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각자가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 하고, 단계적이며 동시적 방식에 따라 대화와 협상을 강화해 서로 마주 보고 가야 한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 평화 메커니즘을 만들 유효한 경로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중국이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고 뒷구멍을 열어준다는 비판이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국제사회의 책임 대국으로서 북한 관련 기존 결의를 포함해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많은 일을 했다. 동시에 한반도 정세가 완화됨에 따라 안보리가 상관된 (대북 제재) 결의의 가역적(可逆的)인 조건에 대한 토론에 시동 걸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 행동으로 정치적 해결 과정을 지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시 주석의 방한을 많이 기대하고 추진중이지만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 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시 주석의 방한을 많이 기대하고 추진중이지만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 포토]

 -시 주석의 두 번째 5년 임기가 시작됐는데 연내 또는 내년에 방한이 가능한가.
 "대사로서 방한을 위해 많은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장소에서 시 주석을 초청했고 시 주석도 수락했다. 남은 것은 시간의 문제다.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에 환하게 웃고 있다. 최승식 기자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에 환하게 웃고 있다. 최승식 기자

 ◇추궈훙=1957년 상하이 출생. 상하이외국어대 일어과 졸업. 1981년 외교부에 들어가 주로 일본 업무를 했다. 네팔 대사를 지냈고 2014년 2월에 제7대 대사로 부임해 5년 7개월째 재임하고 있다. 7명의 주한 중국 대사 중 초대 장팅옌 대사(6년) 다음으로 재임 기간이 긴 '장수 대사'다. 부임 직후 시작된 중국군 유해 인수·인계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금껏 6회에 600여구의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갔다면서 한국 측이 고도의 인도주의 정신을 보여줘 감동했다고 말했다. 한우 갈비탕을 즐기고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 매료됐다고 한다. 한국인의 최대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주문하자 "민족자존 의식이 강하다"고 답했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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