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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사 머릿속은 '인천' '1부 잔류' 두 단어 뿐이다

중앙일보 2019.09.26 17:22
12골을 기록 중인 무고사는 1부 잔류를 꿈꾸는 인천의 희망이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12골을 기록 중인 무고사는 1부 잔류를 꿈꾸는 인천의 희망이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27·몬테네그로)는 소속팀의 별명인 '생존왕'과 닮았다. 무고사는 특급 도우미(2018년·10도움) 아길라르(제주)와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문선민(전북), 두 주축 선수가 떠난 올 시즌 인천의 공격을 홀로 책임지고 있다.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만난 무고사는 "어떤 선수가 있어서 잘 하고 누군가 빠져서 못하는 건 내 플레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찾아가는 '생존 본능'이 인천과 닮았다"고 말했다.
 

강등권 인천서 12골 특급골잡이
홀로 공격 책임지는 '생존본능'
'생존왕' 인천의 이미지와 닮아
"딸에게 '1부 잔류' 선물할 것"

힘겨운 강등권 경쟁 중인 인천은 무고사의 발끝만 바라보고 있다. 무고사는 25일 상주 상무와의 정규리그 31라운드 원정 경기(3-2승)에선 두 골을 터뜨리며 12호 골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인천이 기록한 골(27득점)의 절반을 책임진 셈이다. 특급 도우미들의 이적과 시즌 중반 목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한 것을 고려하면, 개인 기록면에서도 지난 시즌(19골)과 큰 차이 없다. 꼴찌 제주(승점 22)와 10위 경남(35득점)에 낀 11위 인천(27득점·이상 승점 24)에게 무고사는 보배와 같은 존재다. 시즌 종료까진 7경기 남았다. 
 
무고사는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골 결정력이 좋아지고 있다. 무고사는 지난 1일 당시 1위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K리그 첫 해트트릭을 폭발한 것을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7골을 뽑아냈다. 무고사는 "부상과 복귀 후 적응기까지 부진이 길었다. 팬과 동료에게 미안했는데, 골로 갚아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북이나 울산이 아니기에 나와 동료들은 매경기 150%를 쏟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1부 잔류를 위해 올인해야 할 때"라며 "이길 수만 있다면, 내가 아닌 골키퍼가 득점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무고사의 전매특허는 득점 후 양팔을 벌려 들어올리는 '스트롱맨 세리머니'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의 전매특허는 득점 후 양팔을 벌려 들어올리는 '스트롱맨 세리머니'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의 전매특허는 골을 넣은 뒤 두 팔을 위로 벌히고 포효하는 일명 '스트롱맨 세리머니'다. 그는 "K리그에서 뛰면서 이 세리머니를 시작했다"며 "'인천은 강하다'라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슛뿐만 아니라 동료와 연계 플레이, 활동량까지 두루 갖춘 그의 별명은 '파검(전통적으로 인천의 유니폼은 검정·파랑색)의 피니셔'.
 
독일 2부 무대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무고사는 인천에서 재기했다. 2009년 부두치노스트에서 프로에 데뷔한 무고사는 믈라도스트으로 옮겨 득점왕까지 차지하며 몬테네그로 1부 리그를 평정했다. 2014년 호기롭게 분데스리가 2부 카이저스라우테른에 입단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주전경쟁에서 밀려 이듬해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로 임대됐다. 2015~16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1860뮌헨에선 자리를 잡는듯 했지만, 2017년 또 다시 칼스루헤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시즌 직후엔 유럽 축구 변방인 몰도바 리그 셰리프 티라스폴로 옮겨야 했다. 무고사는 "독일에선 축구도 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운동이 전부인 이곳에선 살아남아도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무고사에게 손을 내민 건 당시 FC서울에서 뛰던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동료 데얀이었다. 인천에서 K리그 데뷔한 데얀은 서울로 이적해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K리그1(1부리그) 득점왕(2011~2013년) 달성한 레전드다. 데얀은 당시 외국인 공격수를 물색 중이던 인천을 적극 추천하며 "한국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무고사는 "독일에서 뛰다 한국에서 뛰는 걸 망설였는데, 막상 K리그에서 뛰어보니 수준이 장난이 아니더라"며 "작년에 전북에서 뛴 수비수 김민재는 정말 뚫기 어려운 선수"라고 꼽았다.
무고사에게 인천은 제2의 고향이다. 그는 인천 홈팬과 함께 코리안드림을 꿈꾼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에게 인천은 제2의 고향이다. 그는 인천 홈팬과 함께 코리안드림을 꿈꾼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는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무고사는 "인천에선 축구도 삶도 행복하다. 무엇보다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해주는 팬들은 독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전북, 울산과 같은 강팀에서 뛰고 싶다는 유혹이 들 때면 팬들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시즌 해외 팀으로부터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고도 인천에 남은 것도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무고사는 인터뷰 초반 서툰 한국말로 "괜찮아"라며 분위기를 물을 만큼 빠르게 한국 문화에 적응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인데, 꼭 밥에 김을 싸먹어야 한다고 한다. 고향 몬테네그로에 가면 오히려 한국 음식이 생각날 정도다. 김진야나 김보섭에겐 "내가 형"이라며 농담을 건넬 만큼 어린 선수들과 격 없이 지낸다. 무고사는 "경쟁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잘 적응하는 것도 '생존왕'의 조건"이라며 웃었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기본이다. 무고사는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컨디션을 지킨다. 탄산과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 팀 훈련 뒤엔 꼭 슛 연습을 10회 정도 더 해야 직성이 풀린다. 플레이에 대한 고민은 축구 선수 출신 아버지 네델즈코(55) 씨와 상의한다. 무고사는 시즌이 끝난 직후인 내년 1월 약혼녀 네베냐(23) 사이에서 딸이 태어날 예정이다. 무고사는 "곧 태어날 딸에게 아버지가 다음 시즌에도 인천과 1부 리그에서 뛴다는 말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고사는 29일 강원을 상대로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인천=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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