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기업 "협력하자" 손 잡는데, 정부는 등 돌리는 한일

중앙일보 2019.09.26 16:43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오른쪽)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에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오른쪽)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에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의 기업인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양국 정부의 대화는 아직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가 막을 내렸다. 이틀 동안의 회의 끝에 양국 경제인은 “세계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가자”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두 나라의 정치·외교적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민간 경제인이 모인 회의장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회의에도 참석했다는 한 기업인은 “지난번 도쿄에서 열린 회의는 50번째라는 의미가 크기도 했지만, 양국의 분위기가 지금 같지 않아 더 화기애애했다”고 했다.
 
 양국 경제인이 300여명이 한 자리에 이유는 양국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을 벌이는 등 어려운 세계 시장에서 서로 협력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 경제인은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며 “그래도 잘해보자”는 분위기를 유지했다. 한국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관한 취재진의 물음에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이 “일본에서 큰 타격을 받은 게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타깝다”고 하자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이 “한국 소비자도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좋은 가격에 누리면 좋지 않겠냐”고 거들 정도였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이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  [뉴스1]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이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 [뉴스1]

 기업인의 진땀에도 회의에 참석한 양국 정부 관계자의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한일경제인회의 개회식 축사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한일 양국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또 “최근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에 그림자를 드리워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한국 측 재계 관계자는 “어렵게 열린 회의인데, 일본 정부의 이런 발언은 양국 기업인, 특히 한국 기업인이 열의를 갖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체제를 위협하는 일방주의·보호무역주의 물결에 맞서는 것은 자유무역 혜택을 누려왔던 한일 양국의 책무”라며 “교역·교류 확대를 위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 연내에 정착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확고히 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폐회식에서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오른쪽)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폐회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폐회식에서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오른쪽)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폐회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장에서 만난 기업인은 “경제인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면서도 “민간 교류를 넓혀 양국의 원활한 왕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경제인의 만남을 시작으로 정치인이 만나 양국의 갈등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국 기업이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들의 손이 민망해지지 않도록, 이제 양국 정부가 거들어야 할 차례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