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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회담 징크스? 고비 때마다 워싱턴선 탄핵 바람

중앙일보 2019.09.26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미국 내 움직임이 또 시작됐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24일(현지시간) 민주당 의원들과 협의한 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대권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차 정상회담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로 곤혹
다음달 실무협상 앞두고 우크라이나 스캔들 터져
1차 정상회담 때는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으로,
2차 하노이 회담은 결렬 뒤 분위기 반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가졌다. 양국 정상이 각각 서명한 합의문을 교환한 뒤 헤어지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 AF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가졌다. 양국 정상이 각각 서명한 합의문을 교환한 뒤 헤어지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 AFP]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렸다. 러시아 정부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자국에 우호적인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결국 러시아 스캔들은 ‘무혐의’로 종료됐지만 뒤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의장 [사진 EPA,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의장 [사진 EPA, 연합뉴스]

주목되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나 북ㆍ미 관계의 변곡점을 맞을 때면 미국 내부에서 자신의 의혹과 스캔들을 제기하며 탄핵 바람이 불어 닥치곤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 결렬을 선언한 뒤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 결렬을 선언한 뒤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실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눴다. 여기에 최근에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협상을 재개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졌다. 북ㆍ미 협상에 관여해 왔던 전직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을 할 때마다 내부적으로 탄핵 얘기가 나온다”며 “우연인지 의도적인 택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쯤 되면 탄핵 징크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ㆍ미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점을 향해 갔다. 당시 공화당 중진인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 및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북ㆍ미 정상회담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미국 조야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ㆍ미 정상회담을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추가도발 중단, 불가침 등에 합의하는 싱가포르 선언이 채택됐고, 이 선언에 대한 미국 내 찬반 격론이 이어지며 러시아 의혹은 다소 묻히는 분위기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1년 6개월 가까이 러시아 스캔들 사건을 조사해온 로버트 뮐러(Robert Mueller)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눴다. 뮐러 특검이 2월 말~3월 초 보고서를 발표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 미 하원은 하노이 회담이 시작된 직후인 2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하노이에서 이틀째 정상회담이라는 본 게임 수 시간 전 열린 청문회에서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 개발을 추진했다”고 폭로했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미리 눈치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당시 상원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해 항복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엉성한 합의를 대가로 우리의 지렛대를 팔아 치울 준비가 된 것 같다”고 공격했다. 뉴욕 타임스 등 일부 미국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고까지 했다.  
 
이런 우려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나면서 사라졌고, 미국 내에서 “잘했다”는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한 번(싱가포르)은 합의문으로, 또 한 번(하노이)은 결렬이라는 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와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스캔들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북한 모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탄핵움직임으로 인해 따라 북ㆍ미 협상을 우선순위에서 미룰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준비했던 북한 역시 전략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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