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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위였던 화성용의자…집 돌아오면 강압적 성관계"

중앙일보 2019.09.26 05:00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56)씨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어린 시절부터 이씨를 봤던 마을 주민들은 "조용하고 착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가 처제를 상대로 범행한 내용은 잔혹했다. 성폭력을 저지르고 살해한 뒤 유기까지 했다. 여기에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확인되면 착한 젊은이였던 이웃이 연쇄살인마였던 셈이 되는 것이다. 

잔혹 연쇄살인범 화성 용의자 두 얼굴

경기남부청에 마련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연합뉴스]

경기남부청에 마련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연합뉴스]

 

고향에선 '착한 아이'였던 이씨

이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에서 태어났다. 태안읍은 모방범죄로 확인된 8차 사건을 포함한 10차례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7건이 발생한 곳이다. 
이씨는 진안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초·중학교도 인근에서 나왔고 그의 가족도 현재 이곳에 산다. 그는 결혼과 함께 1993년 처가가 있는 충북 청주시로 이사했다.
 
이웃들이 기억하는 이씨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이씨를 봤다는 A씨는 "인사도 잘하고 착했다. 그 집 식구들이 다 착하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라고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고 순간 누명을 쓴 줄 알았다"고 했다. 이씨를 잘 안다는 다른 주민도 "내성적이고 조용했다. 이런 큰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곤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법원 "화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하는 성격"

이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처제에게 성폭력을 저지르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의 폭력적인 성향은 항소심 판결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씨)은 내성적이나 한번 화가 나면 피고인의 부모도 말리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라며 "처와 아들을 폭행하는 등 학대했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당시 아내가 가출하자 동서에게 "이혼을 해도 아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겠다"며 독점욕도 드러냈다. 
처제를 살해한 뒤엔 스타킹으로 몸을 묶어 집에서 떨어진 곳에 유기하고 범행 장소에 물을 뿌려 청소를 하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뒤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달라"며 "장판 등 살림살이를 모두 태워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수사 형사 "범죄행위에 대해 덤덤" 

당시 이씨를 조사한 김시근(62) 전 청주서부경찰서 형사는 이씨를 "음흉했다"고 평가했다. "자백을 받기까지 엄청난 심리전을 벌였다"고도 했다.  
김씨는 "이씨를 조사할 당시 현장에서 파악한 피해자 머리의 상처는 3곳이었는데 이씨가 4번을 가격했다고 우겼다. 그런데 국과수 부검 결과 맨눈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처가 더 있었다. 자신이 둔기를 내리친 횟수를 정확히 기억할 만큼 범죄행위에 대해 감정의 동요 없이 덤덤했던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범행 과정도 치밀했다. 그는 성폭력을 저지르기 위해 수면제가 섞인 음료수를 처제에게 먹였다. 그런데 처제가 수면제 약효가 나타나기 전에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가려 하자 이를 막고 성폭력을 저질렀다. 이후 둔기로 처제의 머리를 때려 살해했다. 
김 전 형사는 "이씨가 ‘강간만 했다. 살인은 안 했다'고 주장했는데 솔직한 척하면서 살인 혐의를 부인하려고 해서 더 의뭉스러웠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연합뉴스]

 

처가에선 다정한 사위 

그러나 처가에선 '다정한' 사위였다고 한다. 가을엔 농사를 짓는 처가에서 벼를 베는 등 원만하게 지냈다. 숨진 처제도 심부름 등으로 이씨의 집을 자주 오갔다. 이씨의 아내가 없어도 찾아올 정도였다.
이씨의 아내는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눈물을 흘리며 힘들었던 결혼 생활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김 전 형사는 "청주의 건설회사에서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던 이씨가 회사 경리로 있던 아내와 결혼해 청주에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안다"며 "건설회사가 부도나면서 이씨가 실직을 했고 아내가 돈을 벌기 위해 며칠씩 집을 비우면서 부부 관계가 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는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강압적으로 성관계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씨, 사이코패스 가능성?

화성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화성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6차, 8차, 10차 범행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됐다. 화성에 살고 1990년엔 강도예비와 폭력 등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이씨를 경찰이 소홀히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파악한 용의자의 혈액형(B형)과 이씨의 혈액형은 달랐다. 이씨는 O형이었다. 범행 현장에 남겨진 족적과 이씨의 발 크기도 달랐다. 
그러나 이씨는 용의자 물망에 오른 뒤에도 태연하게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이씨가 처제한테 몹쓸 짓을 해서 교도소에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수사 등을 피하기 위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사이코패스들이 주로 이런 이중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씨의 주변 사람들도 폭력성을 몰랐을 것"이라며 "이씨가 자기에 대한 연민은 강한데 타인에 대한 연민은 '0'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도 "이씨는 외부 제재가 가해지면 수긍하지만, 제제가 없으면 통제가 안 되는 성격으로 보인다"며 "과거 이씨가 경찰 용의 선상에 오른 뒤 약 1년 6개월 정도 잠복기를 가졌던 점과 교도소에서는 폭력성을 발휘하지 않았던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또 "이씨가 밖에서와 달리 아내와 아들 등 친밀한 관계에서는 폭력성을 보인 것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한 것에서 비롯된 행동 같다"라고 덧붙였다.
 
화성·청주=최모란·최종권·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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