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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제안 ‘DMZ에 유엔기구' 유엔사령관이 키

중앙일보 2019.09.25 16:3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해 오울렛 초소에서 북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해 오울렛 초소에서 북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대화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비무장지대(DMZ)에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유엔기구 등을 유치해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등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50㎞ DMZ에 '대인지뢰 제거→국제기구 입주' 구상
정전협정상 유엔사 관할,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결정권

 
 상시적인 긴장 완화를 위해 'DMZ 내 대인지뢰 국제사회와 함께 제거→유엔 산하 국제기구 입주' 구상을 제안한 것이다. 그간 남ㆍ북 공동개발 사업과 경제협력이 대북 제재에 막혀 지지부진하자 국제사회를 끌어 들이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당장 실현하자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인 비전 내지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DMZ 구상'을 실현시키려면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행하기까지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이나 권한이 유지되기 때문에 DMZ 안에서 사업을 하려면 유엔사와 협의ㆍ조정을 얼마나 신속하게 하느냐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유엔사 및 DMZ 북측 지역을 관할하는 북한도 함께 동의를 해야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남·북 4㎞, 동·서로 250㎞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을 전부 활용할 것인지, 일부만 개발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현재 DMZ는 1953년 정전협정 제17조 등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각각 2㎞씩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이 각각 관할한다. 남측의 경우 유엔사령관이 DMZ를 포함해 정전협정의 유지·관리 책임이 있는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사령관이 부임한 이후로는 보다 엄격해졌다는 것이 정부와 대북 사업을 하는 민간인들의 반응이다. 한 소식통은 “유엔사가 자신들의 관할이라는 이유로 미 국무부 차원의 대북제재 면제 서류를 요구하는 등 하나 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간단한 장비를 들여가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기구 입주를 하려면 문 대통령 말대로 대인지뢰 제거부터 해야하는데, 유엔사의 '벽'을 넘어야 하는 실정이다. 
 
  또 한 가지 변수는 북한으로, 미국 주도의 유엔 산하 기구들이 DMZ에 잔뜩 들어서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북한은 지금도 자국에 상주하는 유엔기구 직원 수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적대 세력에 의해 유엔 원조가 정치화한 탓에 유엔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소기의 결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8월21일 김창민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면서다.
 
 결국 'DMZ 구상'은 현실적으로 에이브럼스 유엔사령관과 남·북, 또 유엔이 함께 ‘도장’을 찍어야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단계를 넘지 못 하면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법적·현실적 안전보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사실상 유엔사가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남측 지역 만이라도 국제기구 관여를 늘릴 수 있다면 그만큼 목소리가 다양해질 수는 있다. 국방연구원의 이호령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 입장에선 DMZ에 관여되는 국가들이 많아질수록 유엔사에 DMZ를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기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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