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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몇 개 줍는다고 환경보호 될까요? 예 됩니다

중앙일보 2019.09.25 09:00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32)  

오래전 한 이누이트의 뇌 질환 원인이 초미세 플라스틱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사진 세계자연기금(WWF)]

오래전 한 이누이트의 뇌 질환 원인이 초미세 플라스틱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사진 세계자연기금(WWF)]

 
조금 오래전 얘기다. 알래스카에 사는 한 이누이트(속어로 에스키모)가 심각한 뇌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가 아무리 원인을 찾으려 해도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고 한다. 이 이누이트 노인은 LA로 옮겨져 면밀한 검사를 거친 결과 뇌에 초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돼 발생한 뇌 질환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져 세계를 경악시킨 적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플랑크톤으로 인식한 물고기가 이를 먹었고 먹이사슬을 통해 물고기를 잡아먹은 물개를 사냥해 먹었던 이누이트의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이 사례는 이제 인류를 위협하는 큰 재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의 역습’이라는 타이틀로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고의 소금으로 칭송받던 우리네 천일염에서도 발견됐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을 위협하는 경로는 이처럼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이 작은 알갱이로 부서져 물속에 잔류하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체내에 들어오거나 공기를 통해 유입된다. 그중 바다나 민물로 유입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초미세플라스틱은 완전히 소멸하는 데 700~800년이 걸린다는 견해(최근 발표는 500년 이상)와 영원히 잔류한다는 견해로 나뉘어 있다. 어느 학자의 의견이 맞는지는 최소한 700년이 지난 다음에야 밝혀질 것 같다. 내가 봉사와 인생후반부의 삶에 관해 얘기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의 심각한 위협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 바다를 뒤덮고 있는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쓰레기다. 피서가 끝나고 바다가 조금 잠잠해지는 동절기가 되면 나는 섬 트레킹을 즐긴다. 조용한 바다가 주는 낭만은 나를 섬 크레킹에 매료되게 했다. 피서객이 떠난 섬의 절대 고요와 적막감은 생의 외경까지 느끼게 한다.
 
그런데 섬 트레킹을 즐기면서도 큰 충격에 빠진 지 이미 오래다. 해안가를 가득 덮은 해양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그 어마어마한 양에 미세플라스틱의 역습이라는 타이틀과 오버랩 되면서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게 했다. 그 이후 바닷가에 나가면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가능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져오곤 했다. 그 경험이 내가 제주로 내려가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 바다에는 흰색의 물체들이 떠있었다. [사진 한익종]

제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 바다에는 흰색의 물체들이 떠있었다. [사진 한익종]

 
얼마 전 제주로 내려오는 비행기의 창문을 통해 내려다본 바다는 처음 본 순간의 경탄에서 경악으로 변하게 했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흰색의 물체들. 해양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들이었다. 그 쓰레기들이 바다를 떠돌다 해안으로 밀려와 가득 쌓이게 된다. 요즘 나는 제주에 내려와 바닷가를 돌며 비치코밍을 통해 그 쓰레기 중에서 창작아이템도 얻고 쓰레기수거라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린이들과 함께 그런 활동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얼마 전 제주의 한 바닷가에서 비치코밍을 하는 데 부부가 다가와서 무엇을 줍느냐고 물었다. “쓰레기 줍습니다”라고 했더니 남편이 “그 쓰레기는 무얼 하시려고요?”하고 물었다.
 
일부는 작품 만드는 데 활용하고 나머지는 환경보호 활동의 일환으로 봉사하면서 앞으로는 학생들과 함께 환경정화 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니 그까짓 거 얼마나 줍겠다고, 그게 환경보호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 소리 없이 내 일을 하며 마음으로 대답했다. 적어도 나와 함께 했던 어린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지 않겠느냐고. 그것이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보게 될 거라고. 봉사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는 걸 쓰레기 줍는 봉사로 확인해 본다.
 
미세플라스틱의 공포는 우리 곁에 있다. 이제 우리는 환경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수거하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사진 한익종]

미세플라스틱의 공포는 우리 곁에 있다. 이제 우리는 환경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수거하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사진 한익종]

 
미세플라스틱의 공포는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만일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 최소한 700~800년이 소요된다거나 완전 분해가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가는 우리가 치러야 한다. 환경 쓰레기의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이미 발생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 우리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행위는 그래서 곧 나를 위한 일이며 내 후손을 위한 일이니 봉사는 곧 나를 위한 일이다.
 
오래전 직장생활을 할 때 직원들의 등산동호회 모임을 봉사단체로 인정하고 봉사시간으로 평가해 준 적이 있었다. 등산가에서 하산할 때 산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주워오는 조건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자신이 가진 환경을 통해 비록 사소해 보이는 행위로라도 봉사할 수 있다.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쓰레기를 주워 돌아오는 길, 해녀 두 분이 소라를 불법 채취해 가는 사람들을 지키고 있다가 내가 든 쓰레기봉투를 가리키며 뭐냐고 물었다. 해안가에 널려있는 쓰레기 주워간다고 하니까 “고맙수다”라고 한다. “아닙니다. 할망. 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봉사는 나를 위한 일이다.
 
한익종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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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필진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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