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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 운항하며 부산 광안대교 들이받은 러시아 선장 집행유예 왜?

중앙일보 2019.09.25 05:00
지난 2월 광안대교 충돌사고를 일으킨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 송봉근 기자

지난 2월 광안대교 충돌사고를 일으킨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 송봉근 기자

술을 마신 상태에서 러시아 국적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t)를 운항하면서 요트·바지선과 충돌해 3명을 다치게 하고,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아 28억 상당 손실을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 화물선 선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음주운항과 도주,교통방해,예선 미사용 인정
부산시와 요트 승선 피해자 등과 합의도 고려


부산지법 형사6부(최진곤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선박 교통사고 도주)과 해사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 씨그랜드 선장 S(43)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장의 혐의 중 업무상 과실 선박파괴 부분만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음주 운항, 선박 교통사고 도주, 업무상 교통방해, 예선 미사용 혐의는 모두 유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용호부두에서 요트·바지선과 1차 충돌한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선수에 있던 삼등 항해사로부터 무전 보고를 받아 충돌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 안전 등을 확인하거나 경찰·해상교통안전센터에 신고하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선박을 제대로 운항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로 요트 승선자 3명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선박을 정선시켜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했다며 선박 교통사고 도주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1차 충돌사고 뒤 정선한 상태로 예인선을 기다리는 등 2차 사고를 방지해야 하는데도 전방에 있는 광안대교 방향으로 그대로 전진 도주하면서 광안대교와 충돌해 수리비 28억4000여만원이 들도록 하고, 광안대교 1개 차로를 전면통제하게 했다”며 업무상 과실로 교량을 손괴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도 인정했다.
지난 2월 부산 광안대교와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사진 가나안요양병원]

지난 2월 부산 광안대교와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사진 가나안요양병원]

재판부는 선장이 해사안전법상 음주 운항이 금지돼 있음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공소장에는 0.086%) 상태에서 조타수에게 조타기를 조작할 것을 지시해 선박을 운항한 혐의도 인정됐다. 사고 뒤 술을 마셨다는 선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해사안전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로 선박을 운항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재판부는 또 “1000t 이상의 선박이 부산 남구 용호부두에 이안·접안하거나 계류할 때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선(예인선)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선장이 예선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씨그랜드호의 선주 측이 광안대교 손괴와 관련해 부산시에 미화 150만 달러에 합의하고 요트 승선 피해자와 요트 회사 측에 피해보상을 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그다지 중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 “1차 충돌로 요트가 요트의 기능·용법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파손에 이르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 선박파괴 부분은 무죄라고 설명했다. 
 
선장 S는 지난 2월 28일 부산 용호부두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6% 상태에서 씨그랜드호를 운항해 요트와 바지선을 들이받아 3명을 다치게 한 뒤 도주하다가 광안대교 하판 구조물과 충돌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과정에서 선장 측은 “1차 충돌사고 뒤 추가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씨그랜드호를 이동시켰을 뿐 도주할 의사가 없었다. 1차 충돌로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구호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앞서 러시아 선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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