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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블럭 황교안, 핑크빛 민부론···그 뒤엔 광고쟁이 김찬형

중앙일보 2019.09.25 05: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출정”

평창 유치 '김연아 PT' 주역
김찬형 당 홍보본부장
투블럭, 핑크색 자료집 만들어
" 황 대표와 독대하는 사이"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비장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영화 ‘명량’의 OST인 ‘출정’이었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의 경제대전환 정책인 ‘민부론’ 발표 현장에서 나온 영상에서다. 곧이어 등장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평소의 정장 차림이 아닌 남색 면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채였다. 
황 대표가 핸즈프리 마이크를 낀 채 40여분간 발표를 이어나가자 일각에선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황티브 잡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지난 삭발에서 나온 ‘투블럭’ 사진에 이어 연이어 안타를 쳤다는 자평도 나왔다. 
 
‘꼰대 정당’에서 ‘젊은 정당’으로 ‘공안검사 황교안’에서 ‘옆집 아저씨 황교안’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당의 노력 뒤엔 지난 6월 13일 부임한 김찬형 홍보본부장이 있다. 김 본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마케팅 전문가다. 
국내 대표적 광고회사 제일기획 출신인 그는 30여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 전문가로 있으면서 ‘김연아 PT’로 잘 알려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 기획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등을 총지휘했다. 
 
그를 취재하는 건 용이하지 않았다. “조직에서 스태프가 공개적으로 빛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양해서다. 하지만 몇 차례 연락하자 한두 마디의 얘기를 했다. 대체로 말이 길지 않았다.
 
지난 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왼쪽)가 김찬형 홍보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왼쪽)가 김찬형 홍보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한국당에 온 뒤 자신의 명함부터 바꿨다고 한다. 한국당의 상징인 빨간색과 함께 횃불 로고가 박힌 명함을 보고 ‘촌스럽다’고 느낀 그는 핑크색 명함을 따로 제작해 쓰고 있다. 명함 앞면엔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 김찬형(金燦亨)’이라고 적혀 있지만 뒷면엔 ‘문화디자이너 김찬형 박사’라고 적혀있다.
이번에 내놓은 민부론의 자료집의 표지도 핑크색이어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자료집 안에도 오렌지색이나 하늘색 등 파스텔톤의 색깔이 사용됐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우리의 경제정책과 어젠다를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IT 기업이나 게임회사 홍보자료 같아서 다소 놀랐다”며 “기존 지지층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메시지 만큼은 확실히 전달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형 한국당 홍보본부장 명함

김찬형 한국당 홍보본부장 명함

김찬형 한국당 홍보본부장 명함

김찬형 한국당 홍보본부장 명함

‘투블럭’도 일각에서 알려진 것처럼 우연으로 건진 수확은 아니다. 당 관계자는 “실력있는 미용사를 섭외해 옆머리부터 쳐나가도록 했다”고 귀뜸했다.

 
김 본부장은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고객 니즈를 읽고 마케팅에 반영하는 것”이라며 “올드한 당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과 다른 방식에 대해 당내 이견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이 영역에 대해서는 나를 전문가라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와 독대하는 몇 안 되는 인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2020경제대전환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제비전, 민부론 언론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광림 2020경제대전환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제비전, 민부론 언론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는 정치권에서 달변가는 아니다. 순발력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지는 못하는 편이다. 무대를 만드는 연출가로서 아쉬운 점은 없을까.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과거 CES나 기업들의 발표회도 많이 준비해봤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발표자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무대”라며 “그런 점에서는 황 대표가 가진 장점이 많다. 나는 기술적인 부분을 살짝 조언해줄 뿐 내 연출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황 대표 본인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내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만 이번 민부론 발표 때는 본인이 아이디어를 직접 내면서 많이 바꿨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황 대표의 변화를 언급하며 “자꾸 스티브 잡스 흉내 내기라고 하는데 이건 그냥 황교안 스타일이다. 본인이 가진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을 이번에 잘 표현했다. 청바지가 아닌 면바지를 고른 것도 그런 맥락”이라며 “전문가로서 (황 대표에게) 150점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부산서 촛불 든 황교안-나경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열린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 촛불집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촛불을 들고 있다. 2019.9.20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부산서 촛불 든 황교안-나경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열린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 촛불집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촛불을 들고 있다. 2019.9.20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평생 광고쟁이로 살다가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그는 “문재인 정부가 너무 못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우리 기업들이 잘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고, 월드컵이나 평창올림픽 유치 등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그렇게 대한민국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 그런 성과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당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조건도 묻지 않고 그냥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처음 한국당에 왔을 때 똘똘 뭉쳐 싸워온 민주당과 달리 싸울 줄 모르고 흩어지는 모래 같은 느낌이었는데 최근 조국 사태를 통해 한국당이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꼰대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촛불'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촛불'은 부정적 의미가 아닌데, 여권이 선점하면서 우리로서 꺼리는 이미지가 됐다”며 “그러면 안 된다. 좋은 건 우리가 더 잘 쓰면 된다. 앞으로 한국당에서도 ‘촛불’을 보는 일이 종종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이처럼 이미지 쇄신을 위해 홍보 전문가를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 때 박근혜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조동원 스토리마케팅 대표를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를 만든 조 대표는 ‘새누리당’이란 당명과 ‘빨간색’을 당색으로 채택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었다.
 
황 대표의 측근은 “대표 본인도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가 아닌 말랑말랑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길 원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물론 김 본부장과도 회의를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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