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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훈, 호주·태국 극비리 갔다···"2~3주 내 북·미 실무협상 재개"

중앙일보 2019.09.25 05:00 종합 6면 지면보기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24일 “북‧미 비핵화 협상 진행에 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기 있는 집 없다는 불평 나와”
서훈 “김정은, 북핵 협상 진전되면
11월 부산 한·아세안회의 올 수도”

국회 정보위가 24일 오전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훈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9.9.24 김경록 기자

국회 정보위가 24일 오전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훈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9.9.24 김경록 기자

서 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여야 정보위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라고 한다. 이혜훈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은 다만 “서 원장은 ‘북핵 협상의 진전이 있을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다”며 “비핵화 협상이 잘 돼야지 방한 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서 원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주 호주와 태국을 극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정보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관련국을 통해 협상 여건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호주는 영국·캐나다·뉴질랜드와 함께 미국과 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Five Eyes(다섯 개의 눈)‘ 국가 중 하나로,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 원장은 북·미 간 실무협상을 두곤 “2~3주 안에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실무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될 경우 연내에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게 여야 간사의 설명이다. 서 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민생 행보 및 비핵화 실무협상 의지를 과시하며 대미 협상 의지를 재점화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개최지 등에 대해선 이날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도 전망했다. 서 원장은 “북‧중 수교기념일인 10월 6일과 1, 2차 북‧미 회담 전에 (김 위원장이) 방중했던 전례를 봐선 북‧중 친선 강화 및 북‧미 협상 관련 정세 인식 공유, 추가 논의를 위해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 중”이라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할 경우, 방문 지역은 “베이징 지역이나 산둥 등 동북 3성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 확산 중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과 관련해, 북한에서는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해당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게 국정원 분석이다. 서 원장은 “북한은 지난 5월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협동농장에서 ASF가 최초 발병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신고했고, 6월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며 “살처분, 돈육 유통 전면 금지, 발병지역 이동 차단, 해외 수의약품‧소독제 도입 금지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7월 이후 여러 지역에서 지속 발병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위원장은 “서 원장이 ‘아예 돼지가 다 없어졌다. 고기 있는 집이 없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로 북한 전역에 아프리카 돼지 문제가 상당히 확산됐던 징후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서 원장은 북한에서 국내로 ASF가 유입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유용성 논란=이 위원장은 “서 원장이 ‘일본이 지소미아 폐기로 인해 우리보다 아쉬운 면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서 원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일본이 지구의 곡면 때문에 시차가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포착하는 것보다 늦다고 했다”며 “지난번 정보위 산하 다른 정찰정보 기관에서 한 보고와 완전히 상충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일본은 정찰위성이 5대나 있고, 우리는 한 대도 없어서 일본의 정찰정보가 요긴하다는 게 당시 보고”라며 “레이더 탐지의 경우 미사일 발사 후 1~2초의 시차가 있어야 가능한데, 정찰위성은 즉각 탐지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정원장이 정반대 이야기를 해서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설명이 다른 이유에 대해선 “지소미아 폐기로 인해 우리가 감수할 비용이나 손실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로 읽힌다”며 “지소미아 폐기 전과 후에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극히 걱정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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