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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마케팅? 베트남에선 안 먹혀요" 베트남의 이랜드, 패션스타 이정민 대표

중앙일보 2019.09.25 01:00

"가격이 가장 중요해요. 호치민 1군 보고 ‘베트남 잘 사네’ 하면 오산입니다. 평균적인 베트남 사람들은 그렇게 트렌디하지 않습니다. 옷을 팔아보면 압니다. 팔리는 옷과 예쁜 옷이 다르다는 걸 말이죠."

 
베트남 현지 시장을 공략한 비결을 묻는 말에 이정민 패션스타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2005년 혈혈단신 베트남으로 건너가 ‘베트남의 이랜드’로 불리는 패션스타를 일군 한국인 기업가입니다. 베트남 전역에 65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5년 베트남으로 이주한 이정민 대표는 '베트남의 이랜드' 패션스타를 창업했다.

2005년 베트남으로 이주한 이정민 대표는 '베트남의 이랜드' 패션스타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제품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베트남의 중산층은 한국의 중산층과 다르다”고 일갈했습니다. 그가 베트남 현지에서부터 날아와 <폴인스터디 : 지금, 베트남이다> 강연에 참여하는 것도 이런 오해를 풀어주고 싶어서죠.
 
베트남의 중산층은 한국의 중산층과 어떻게 다른가요?
베트남 시장이 성장하면서 개인들의 소득 수준 역시 높아졌지만, 아직 한국처럼 중산층이 많지 않아요. 베트남에도 부자는 있죠. 하지만 소수일 뿐 아니라 이들은 베트남에서 쇼핑하지 않아요. 태국이나 홍콩에 가서 명품을 사요. 라임오렌지를 사는 베트남의 평범한 주력 소비자는 여전히 가격에 민감합니다.
 
품질과 가격 중 가격인가요?
상대적으로 고품질 고가의 제품도 팔립니다. 다만 소수에서 팔릴 뿐이죠. 하지만 규모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대중을 공략해야겠죠.
 
아직 소비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베트남 내수 시장은 공략할 가치가 있습니다. 베트남 인구는 1억 명에 가까워요. 연평균 6% 성장을 하고 있고요. 여전히 많은 분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진출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스타의 대표 브랜드는 영캐주얼브랜드인 라임오렌지입니다. 이 대표는 베트남 최대 의류 도매시장인 안동시장에서 2년 넘게 점포를 운영한 경험을 기반으로 2008년 라임오렌지를 론칭했죠. 그 후 100만장 이상 팔리며 ‘베트남 국민 후디’란 별명을 얻은 '아이러브후디'를 론칭하며 시장에 자리 잡았습니다.
 
라임오렌지 호치민 매장. 2019년 4월 오픈 당시 모습이다. 매장 오픈 전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라임오렌지 호치민 매장. 2019년 4월 오픈 당시 모습이다. 매장 오픈 전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라임오렌지의 성공 비결은 뭔가요?
사실 1년가량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하고 실패하다 라임오렌지를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은 다르다는 걸 배웠죠. 소매상은 여러 도매상에서 물건을 사기 때문에, 도매상은 특색 있는 제품을 반 발 먼저 선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인이 하는 한국 의류상’이라는 포지셔닝이 유효했죠. 그런데 소매시장에 나오자 전혀 달랐어요. 한국 패션을 현지화하는 게 필요했어요. ‘한국 패션은 이런 거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해선 안 되죠.
 
어떻게 현지화했나요?
국민 후디로 불리는 에어후디는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제품입니다. 베트남은 더운 나라입니다. 해도 뜨겁고요. 그래서인지, 그런데도 인지 베트남 사람들은 미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들 오토바이를 탈 때 긴 팔 아우터에 모자, 선글라스 같은 걸 써서 온몸을 가리는 건 그래서입니다. 라임오렌지후디는 한 벌로 모자에서 손까지 다 가릴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외선 차단이 되고 땀이 금방 마르는 소재를 썼고요.
베트남 곳곳에선 이렇게 오토바이를 세워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베트남 곳곳에선 이렇게 오토바이를 세워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베트남이 곧 그의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쟁이에게 쫓기며 10대를 보냈던 이 대표는 일찌감치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명문대를 나온 친구들마저 대기업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자신은 “한국에서 성공의 기회를 잡기는커녕 가난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는 겁니다. 베트남을 선택한 건 어떻게 보면 충동적이었습니다.
 

2005년 베트남 여행을 왔는데, 너무 편안했어요. 한국에선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전혀 다른 세상이었죠. 귀국 한 달 만에 300만원을 들고 베트남으로 완전히 이주했습니다.

 
<폴인스터디 : 지금, 베트남이다>에 이 대표를 소개한 벤처캐피탈리스트(VC) 홍상민 넥스트트랜스 대표는 “한국이란 선진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베트남에서 이식하거나 반복하겠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며 “베트남의 시선에서 베트남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그랬듯 베트남에서도 바닥에서 ‘프로덕트-마켓 핏(product-market fit)’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후진국이라고 베트남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이정민 대표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자만심’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지화가 정말 중요해요. 국내 기업의 대표적 실수 중 하나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에요. 한국에선 먹혔으니까요. 하지만 베트남은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은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자랑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베트남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그간 적잖은 대기업이 이 대표에게 '베트남 진출 노하우' 강연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우위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강연을 고사해왔죠. 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더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베트남 진출 기업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패션스타의 체급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15년간 베트남에서 사업해온 이 대표의 더 많은 베트남 공략 노하우는 10월 1일 시작하는 폴인 시장분석 스터디 ‘지금, 베트남이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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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언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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