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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연말까지 결론” 한국 시범케이스로 딱 걸렸다

중앙일보 2019.09.25 00:50 종합 2면 지면보기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양국 수행단. 왼쪽부터 조윤제 주미대사,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양국 수행단. 왼쪽부터 조윤제 주미대사,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시범 케이스에 딱 걸린 모양새가 됐다. 백악관은 23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알리는 성명에서 “두 정상은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했으며, 여기엔 2019년 말까지 새로운 방위비 분담 협정의 빠른 결론을 내서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못 박았다. 이날(한국시간 24일) 서울에서 시작된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연말까지 끝내겠다는 예고다. 연말까지 불과 석 달여밖에 남지 않아 기한 내 타결 여부가 불투명한데도 백악관은 시한을 설명했다. 이 내용은 청와대 발표에는 없었다.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성과 겨냥
대선 전 협정 만료되는 건 한국뿐
한국은 전임자 내세워 ‘지연술’

백악관의 ‘연내 완료’ 선언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라는 미국 내 정치가 깔려 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오르는 내년 초가 되기 전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구호인 ‘아메리카 퍼스트’의 업적으로 내세우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2020년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일로부터 역산해 보면 그 전에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동맹국은 한국밖에 없다. 다음 순번이 일본인데, 미·일 방위비 협정은 2021년 3월에나 만료된다. 따라서 백악관 입장에선 한국이 대선에 앞서 방위비를 확정하는 ‘첫 타자’일 뿐만 아니라 미 대선 전 ‘유일한 타자’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유일한 ‘시범 케이스’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양국 수행단. 미국 측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스티븐 므누신 재무부·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양국 수행단. 미국 측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스티븐 므누신 재무부·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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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시작 시점에서부터 한·미의 입장이 달랐다. 미국은 이미 6월 말께 제임스 드하트 신임 협상대표를 내정하고 한국에 협상 개시를 재촉했다. 반면에 한국은 8월 말에 신임 협상대표 인선이 마무리 단계였는데 아직도 공식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4일 첫 회의에선 곧 주뉴욕 총영사로 부임하는 장원삼 전 협상대표가 나서 미국 측 새 대표를 상대하는 전례 없는 풍경이 연출됐다. 이를 놓고 정부가 미국의 ‘방위비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지연 전략을 구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국면에서 백악관이 ‘연내 협상 완료’를 못 박았으니 지연술에 대한 차단술인 셈이다.
 
미국이 이번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규모는 50억 달러다. 기존에는 ▶한국 측 인건비 ▶군수 비용 ▶군사건설비로 한정돼 있었는데, 미군 전략자산 전개 비용, 호르무즈 해협 작전 비용 등 이를 뛰어넘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미국 뜻에 맞춰 방위비 분담금 항목을 대폭 수정한다고 해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까지 해야 한다. 그러니 석 달 내 협상 완료는 물리적 시간상 촉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기 구매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그리고 앞으로 3년간 우리 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추가 수입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방위비 대폭 증액이 요구되는 협상인 만큼 다른 나라의 상황도 보며 충분히 시간을 갖는 것이 협상 전략으로 낫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협상을 빨리 하더라도 그를 넘어서는 간접비용 협상은 시간이 걸려도 철저히 따지는 분리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기존 방위비 분담의 틀을 넘어서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정해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낫지, 본격적인 미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오히려 더 이용당하고 휘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에서 열린 협상 첫 회의에서 한·미는 각자의 입장과 원칙을 교환했다고 한다. 다음 회의는 10월로 예상된다.
 
유지혜·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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