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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 중 산소 공급 안 됐나…김포요양병원 사망자들 부검키로

중앙일보 2019.09.25 00:10
24일 오전 9시 3분쯤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긴급대피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뉴스1]

24일 오전 9시 3분쯤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 긴급대피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뉴스1]

소방당국이 김포요양병원 화재 사고의 사망 원인으로 대피 과정에서의 산소 공급 중단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경찰이 시신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24일 오후 7시30분쯤 경기 김포경찰서 수사전담팀은 “돌아가신 김모(90)씨와 이모(86)씨에 대한 유족 조사가 이제 막 끝났다”며 “필요한 서류를 챙겨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다. 
앞서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사망자들이 집중치료실에 누워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가 이송되는 과정에서 산소 공급이 안 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환자들 역시 이송 도중 산소 투여를 받지 못하고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래픽=심정보 기자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기자 shim.jeongbo@joongang.co.kr

사망자 장례절차 미뤄질 듯

이에 따라 사망자의 장례절차 진행도 미뤄지게 됐다. 이씨의 부인은 이날 오후 경찰의 요청으로 지인과 함께 김포서를 찾아 유족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평소 이씨의 지병 등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부인은 이후 이씨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김포시의 한 병원을 찾았다. 병원 관계자는 “이씨의 부인과 추후 방문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빈소를 집 근처로 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망자 김씨의 자녀는 해외에 거주 중이어서 이날 김씨의 외손자가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았다. 김씨의 유족은 “할머니가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뉴스를 보고 찾아왔다”며 “추후 장례절차 등은 외국에 계신 어머니와 상의 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양 병원 옮긴 지 얼마 안 돼 사고나”

요양병원을 옮긴 지 한 달 만에 안타까운 사고를 겪은 사연도 있었다. 남편이 연기를 들이마셔 인근 병원에서 검사받은 강모(80)씨는 “남편이 뇌에 문제가 생겨 한쪽이 마비된 후 대소변을 못 가려 내가 돌볼 수 없으니 요양병원에 맡겼다”며 “그 병원이 병실도 깨끗하고 선생님들도 좋았는데 옮긴 지 한 달도 안 돼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강씨는 “밭일하다 다 내팽개치고 이곳으로 왔는데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고 말하며 큰 숨을 내쉬었다.
 
시어머니를 6~7년 김포요양병원에 모셨다는 정모(55)씨는 “지인이 불이 났다고 말해줘서 병원으로 가보니 대피 장소에 어머니가 계셔서 바로 다른 병원으로 모셔와 검사를 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병원에서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다”며 “그쪽도 정신이 없었을 테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화재 점검했는데…스프링클러 작동 안해  

해당 병원은 소방서의 화재 안전 특별조사와 자체점검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을 지적받았으나 모두 시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부실 점검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요양병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환자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요양병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환자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전기 안전검사로 건물에 전기가 차단돼 병원 측이 수동으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보일러실에 있는 산소탱크 밸브를 여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고, 다량의 연기가 발생했으나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 안전특별조사 실시내역에는 지난해 11월 소방서가 병원의 방화문 닫힘 불량, 콘센트 접지 불량 등을 지적했고 한 달 뒤 모두 조치 완료됐다고 나와 있다. 자체점검에서는 감지기 선로 전압 등이 불량으로 드러나 사고 두 달 전인 지난 7월 모두 조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포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재난 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현장을 방문해 신속한 구조와 수습을 독려하기도 했다. 김포시는 사상자가 있는 13곳의 병원에 직원을 2명씩을 배치해 전원, 퇴원 등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
 
김포=이가영·심석용·최모란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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