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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벨상 받으려 주한미군 철수 결정할까 걱정"

중앙일보 2019.09.25 00:05 종합 24면 지면보기
'워싱턴의 마당발'로 통하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변선구 기자

'워싱턴의 마당발'로 통하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변선구 기자

지난 2018년 초 이래 숨 가쁘게 진행돼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중대 기로에 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통한 해결 시한으로 못 박은 올해 말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비핵화 및 긴장 완화는 계속 제자리걸음인 까닭이다. 게다가 내년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것도 변수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적 과시 차원에서 미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은 사라졌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도외시할 위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주둔 비용을 문제 삼아 주한 미군을 완전히 뺄지도 모른다. 과연 미 워싱턴 정가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 같은 '혼돈의 시대'에 워싱턴 정가의 오피니언 리더인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이 최종현학술원(원장 박인국)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24일 오전 특강과 오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상황, 특히 한·미동맹과 관련된 햄리 소장의 진단을 들었다.   

[남정호의 직격인터뷰]
워싱턴의 오피니언 리더 존 햄리 CSIS 소장
"3차 북·미회담, 북 진정성이 관건
'평화협정 시 미군 철수' 주장 나와
한국, 대중 적대정책 할 입장 안 돼
미 대선에선 북한 문제 비중 작아"

지난 24일 존 햄리 CSIS 소장이 최종현학술원에서 남북 관계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정호 기자

지난 24일 존 햄리 CSIS 소장이 최종현학술원에서 남북 관계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정호 기자

  
- 23일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자세한 회담 내용은 아직 파악이 안 됐지만, 트럼프가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고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양국 간의 차세대 국방 협력이 어떻게 잘 이뤄지게 하느냐 등이 중요한 사안이다. 이는 그저 미국 무기들을 산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차기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지난번 북·미 정상회담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때문에 무산된 건 아니겠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의 안보 커뮤니티에서는 합의 도달을 회의적으로 본다. 트럼프가 강압적인 방법을 쓰더라도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이 진정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실제로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도 안 했고, 핵 프로그램의 전체 규모도 밝히지도 않았다. 아마 트럼프는 북한의 핵 능력 완화도 굉장한 치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장 큰 걱정은 합의 타결이 아닌, 이로 인해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이다." 

존 햄리 CSIS 소장 변선구 기자

존 햄리 CSIS 소장 변선구 기자

-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대타협이 이뤄질까.
"북한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제안을 한 적이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양측 간의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대화 채널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들은 바 없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진정 어린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또 다른 실패의 반복에 그칠 것이다."      
- 요즘 미국은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미국인이 북한 문제를 통해 한국을 본다.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도 그래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미군은 한국전쟁 탓에 처음 한국에 왔지만 계속 남아있던 건 북한이 아닌 중국 때문이다. 한국을 자유 시장경제의 전초기지로 여겼던 거다. 불행하게도 이렇게 인식하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는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어 미사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나 이는 옳지 않은 태도다. 동맹국 한국이 위험에 처하기에 우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는 의견이 많은가  
"중국·러시아·일본 모두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만 통일을 지지한다. 그래야 북한의 위협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치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미국이 중시하는 가치를 한국이 대변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건 북한과의 평화협정만 체결되면 주한미군 철수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적잖다는 거다. 볼턴 보좌관은 50억 달러의 청구서를 내밀면서 이 돈을 못 내면 미군을 철수하겠는 뜻을 시사했다. 이는 내가 워싱턴에서도 밝혔듯 크게 잘못된 일이다. 미군은 한국이 아닌 미국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으니 돈을 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트럼프처럼 한국에 평화를 구현한 뒤에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존 햄리 CSIS 소장 변선구 기자

존 햄리 CSIS 소장 변선구 기자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노력을 미국은 어떻게 보나.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어떠한 전략적 사고도 없는 것 같다. 북한은 지난 두 달간 10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트럼프는 북한이 맨날 저러니 괜찮다고 했지만, 유엔 결의 위반이다.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지 않으니 문제 안 될 거라고 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얘기다. 의회도 나와 같은 의견일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개선의 움직임이 없어도 트럼프는 대북 제재 완화를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의회의 반대에 부딪힐 게 틀림없다. 북한이 아무 약속을 안 해도 괜찮다는 공감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트럼프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트럼프는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한다. 그는 북한에 평화를 가져올 수만 있으면 평화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할 거다.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쏴도 무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트럼프든 누구든, 북한이 평화적인 체제라고 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단거리 미사일만 쏜다고 평화적 국가로 여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내가 걱정하는 건 주한미군 철수다. 트럼프가 볼턴 보좌관을 한국에 보내 50억 달러의 방위비를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의 첫 단계로 여겨진다. 이런 방법에 찬성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미국인이 주한미군은 오래 주둔해 왔으며 한국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다. 중국과 북한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에 워낙 집착해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 미국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모호하게 행동하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는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반(反)중국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냉전이 아닌 경쟁을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경쟁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파괴하는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적대적 정책을 취할 입장이 못 된다.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그렇다. 한국이 약하거나 우유부단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은 정교한 대중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24일 존 햄리 CSIS 소장이 중앙일보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24일 존 햄리 CSIS 소장이 중앙일보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 미국은 한·일간 갈등을 어떻게 보나 
"미국은 두 나라 모두와 동맹을 유지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 간 갈등을 중재하지 않는 건 실책이다. 전략적 고려를 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긴장과 갈등이 계속되면 30년 후 무슨 도움이 되겠나. 내 생애 중 지금의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이다. 정치가들은 자신의 손을 묶어 두려고 하지 않지만, 지금의 양국 지도자는 모두 자승자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갈등 해결이 쉽지 않다. 미국도 더 노력해야 한다."
 - 한반도 문제가 내년 미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대외 문제가 미 대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후보들은) 국내 문제에 천착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중국에 맞서려고 하지 않을 때 트럼프가 나섰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그의 재선과 관련된 핵심적인 사안은 아니다.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큰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내 이슈들이 더 중요할 것이다."      
 
 ※ 인터뷰에는 김혜린·장서윤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존 햄리(69)=미국의 세계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19년간 이끌어온 워싱턴의 오피니언 리더. 클린턴 행정부 때는 국방부 회계감사관(차관급)과 부장관을 지냈으며 워싱턴 속사정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통한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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