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콘텐트 제작자로 변신한 오바마, 인생 2막인가 정치재개인가

중앙일보 2019.09.25 00:05 종합 20면 지면보기
2013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아내 미셸 오바마가 워싱턴D.C. 월터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다. [UPI=연합뉴스]

2013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아내 미셸 오바마가 워싱턴D.C. 월터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 회고록 집필에 몰두하거나(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등), 왕성한 강연활동을 벌이는(빌 클린턴) 경우가 많습니다. 자선·인권활동을 펼쳐 재임 때보다 더 존경받는 대통령(지미 카터)도 있지요.
 

콘텐트 제작자로 나서 첫 다큐 공개
미국내 중국공장 얘기로 융합 강조
차기작은 트럼프 비판 정치드라마
콘텐트 통한 현실개입 지적도 나와

전임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는 전직 대통령이 있습니다. 콘텐트 제작자로 변신한 버락 오바마(58)입니다. 그는 아내 미셸 오바마와 함께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설립해 지난달말 넷플릭스를 통해 자신의 첫 작품인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공개했습니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아내 미셸 오바마가 워싱턴D.C. 취임식 행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아내 미셸 오바마가 워싱턴D.C. 취임식 행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휴먼 다큐에 미 영화매체 '찬사'

 
'아메리칸 팩토리'는 일반 공개에 앞서 지난 1월 첫 선을 보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바마는 영화 제작자로서 화려한 변신을 한 셈입니다.

 
다큐멘터리 내용은 사뭇 건조합니다. GM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아 주민들의 살길이 막막해진 미국 오하이오주(州) 데이턴에 중국 푸야오(福樂)그룹의 대형 유리 공장이 들어서면서 그 곳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문화 충돌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오바마 부부가 자신들이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한 장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 중국 대기업에 취직한 미국인들과 중국 관리자들의 문화적 충돌을 다뤘다. [넷플릭스 캡처]

오바마 부부가 자신들이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한 장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 중국 대기업에 취직한 미국인들과 중국 관리자들의 문화적 충돌을 다뤘다. [넷플릭스 캡처]

 
다큐에는 중국 기업의 공장에 취직한 미국인 노동자들의 게으름, 그들을 뼛속까지 착취하려는 중국인 관리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임금을 올려주겠다" "일 잘하는 직원 한 명을 뽑아 세계 최고 도시 상하이를 관광시켜주겠다"며 미국인 노동자들을 구슬리는 중국인 관리자의 말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오바마, 마이크가 아닌 콘텐트로 말을 걸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미국 노동자와 중국 관리자들의 모습을 통해 오바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국경과 문화를 뛰어넘은 사람들 간의 융합입니다. 연이은 '백인 우월주의' 발언으로 편 가르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서 오바마의 작품이 주목받는 까닭일 테지요.
 
미국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는 이 작품에 대해 "글로벌 기업의 실상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찰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식 주장보다 훨씬 인간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연출한 스티븐 보그나르 감독과 미셸 오바마, 줄리아 라이케르트 감독,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사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연출한 스티븐 보그나르 감독과 미셸 오바마, 줄리아 라이케르트 감독,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사진 넷플릭스]

 
중국에서의 반응도 흥미롭습니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중국 소셜미디어 '즈후(知乎)'에서 핫토픽 1위에 오르며 중국 네티즌들의 활발한 토론을 불러일으켰죠. 한 중국인 넷플릭스 시청자는 '아메리칸 팩토리'를 보고 이런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미국인들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오랜 기간 투쟁해왔다. 우리가 현재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주말에 쉴 수 있는 것은 그 투쟁 덕분이다. 하지만 중국은 '996'을 개발해 미국에 수출까지 하려고 한다."

 
'996'은 일주일에 6일 동안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한다는 뜻입니다. 미국 소도시를 장악한 중국의 초대형 기업 푸야오의 중국인 관리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을 닦달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의 노동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중국 네티즌들이 많습니다.  
 

차기작은 트럼프 행정부 정조준?

  
오바마는 '왜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됐느냐'라는 다큐멘터리 연출자들의 질문에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친밀해지려면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콘텐트 제작자 오바마의 첫 작품을 놓고, 일각에선 오바마가 문화 콘텐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다시 정치적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아메리칸 팩토리'에 대해 "이 작품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그를 비판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제조업 살리기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는 겁니다.
오바마는 퇴임 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왔고, 자신의 제작사를 통한 콘텐트 제작이 정치적 행동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 정계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바마 부부는 작가 마이클 루이스(사진)가 지난해 출간한 논픽션 '다섯번째 위협'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도 제작할 예정이다. 루이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논픽션 '빅쇼트'와 미 메이저리그 구단의 운영 혁신을 그린 '머니볼'의 원작자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사진 펭귄북스]

오바마 부부는 작가 마이클 루이스(사진)가 지난해 출간한 논픽션 '다섯번째 위협'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도 제작할 예정이다. 루이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논픽션 '빅쇼트'와 미 메이저리그 구단의 운영 혁신을 그린 '머니볼'의 원작자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사진 펭귄북스]

 
오바마 부부가 차기작으로 점찍은 작품은 더욱 더 노골적입니다. 오바마 부부는 마이클 루이스 작가가 지난해 출간한 논픽션 '다섯 번째 위협'을 바탕으로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할 예정인데,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임명 과정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미 메이저리그 구단의 운영 혁신을 다룬 '머니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 과정을 그린 '빅쇼트' 등 문제작을 쓴 루이스는 '다섯 번째 위협'에서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국가 지도자가 어떻게 국민을 위협에 빠뜨리는지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드라마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레 녹아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드라마가 갖는 파급력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가 변화구라면,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임명 과정을 다룬 드라마는 직설적으로 내리꽂는 직구인 셈입니다.
 

다큐·드라마에서 팟캐스트까지 도전

 
오바마 부부의 시선은 노동이나 정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뉴욕 패션업계를 다룬 드라마와 노예 폐지론자 프레드릭 더글러스의 전기 영화도 제작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부부는 팟캐스트를 제작해 세계 최대의 팟캐스트 플랫폼 스포티파이를 통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하니, 오바마 부부의 가치관과 신념은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 같습니다.  
 
다소 섣부른 얘기이긴 하지만, '아메리칸 팩토리'가 내년 2월 열리는 아카데미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온라인 매체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런 예상대로 오바마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며 할리우드의 영향력있는 제작자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콘텐트 제작이란 우회적 방법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전임 대통령이란 논란을 낳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오바마 부부의 세컨드 라이프

오바마 부부의 두번째 삶에는 어떤 일들이?

N

Q1 : 오바마 부부가 제작한 첫 다큐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정답 : 2번 미국공장 ( 오바마 부부가 제작한 댜큐 '아메리칸 팩토리' 미국공장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

Q2 : 오바마 부부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정답 : 1번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 ( 오바마 부부는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다큐·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

Q3 : 오바마 부부는 차기작으로 마이클 루이스 작가의 원작을 점 찍었습니다. 마이클 루이스의 저서가 아닌 것은?

정답 : 4번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루이스 작가의 논픽션 작품 '빅숏', '머니볼'은 국내에서도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부부의 차기작은 2018년 출간된 '다섯 가지 위협'을 원작으로 한답니다 )

문제 중 문제 적중!

관련기사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기자 정보
오원석 오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