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핵엔 원론적 접근, 방위비는 꼼꼼히 짚었다

중앙일보 2019.09.25 00:03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리 호텔에서 아홉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리 호텔에서 아홉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을 재점검했다. 백악관은 회담 후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지역 안보·평화의 린치핀(핵심)임을 두 정상이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북한에 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알렸다. 당초 예정과 달리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뉴욕을 찾으며 이뤄진 회담에서다. 단, 최대 현안인 북·미 3차 정상회담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뭐가 나올지 알고 싶다”고 답해 실무협상 진전을 전제로 3차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했다.
 

한·미 정상 뉴욕서 9번째 회담
금강산·지소미아는 거론 안 돼

양국 정상 북·미회담 놓고 온도차
트럼프 “하면 대단, 안해도 괜찮아”
문 대통령은 “세계사적 업적 될 것”
북 체제보장 언급 않고 “제재 유지”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는 적극성에서 차이가 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보여줬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거론하지 않은 대신 돈 문제는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방위비,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 … 관심사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 들어서며 “언제 김정은과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곧 일어날 수 있다(It could happen soon)”고 세 번에 걸쳐 말했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 서울 정상회담에 이어 85일 만에 만난 문 대통령과 회담을 시작하면서는 “우리는 두 번의 정말 매우 성공적인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했고 제재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 대단할 것”이라면서도 “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오랫동안 핵실험은 없었다”고 했다. 하면 좋고 안 해도 나쁘지 않다는 뉘앙스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조만간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열리리라 기대한다”며 “3차 회담이 열리면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관련기사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이 큰 차질을 빚었다. 새로운 방법이 아마 아주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제재는 오히려 늘었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고,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이 나왔다”며 “체제보장도 구체적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회담에선 북한이 강력히 요구해 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얘기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대로 문 대통령에게 방위비 분담금과 무기 구매 청구서를 내밀며 ‘거래적 동맹관’을 다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의 우정을 갖고 있다”고 하더니 “우리는 군사장비 구매에 관해 얘기할 것이다. 한국은 우리의 최대 군사장비 구매 국가 중 하나며, 우리는 아주 잘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시작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증액 규모도 단순 미군 주둔비 수준이 아니라 훈련 비용과 미군 자산 배치·전개 비용을 합친 규모라고 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분담금 협상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동맹이 어떤 잠재적 위협에도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보장하는 것은 물론 미군 자산과 배치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이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부담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밝혀 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에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과거 10년치 무기 구매 내역과 향후 3년간 구매 계획까지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볼턴 전 보좌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50억 달러 수준에서 얼마나 물러설지 예측하긴 힘들다.  
 
이번 회담의 뇌관은 한·일 갈등의 대표 현안이자 미 행정부 인사들이 강력히 반발했던 지소미아 종료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침묵했다. 회담 후 백악관 성명이 ‘한·미 동맹’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통상적으로 강조해 온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뺀 점이 오히려 이례적이다.  
 
뉴욕=정효식 특파원, 권호 기자
서울=유지혜 기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