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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 레이더론 항공기 탐지 못해"…'영토 논란' 함박도 직접 보니

중앙일보 2019.09.24 16:33
말도 해병대 기지에서 바라 본 함박도. [사진 국방부 기자단]

말도 해병대 기지에서 바라 본 함박도. [사진 국방부 기자단]

 
인천 강화도 남단에서 고속단정을 타고 40분(직선거리 25㎞)을 가면 말도가 나온다. 17가구 26명이 사는 이 섬은 요즘 ‘영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함박도와 가장 가까운 섬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 있는 무인도인 함박도는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이 산림청으로 나와 있어 남북한 중 어느 쪽 섬인지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말도의 해병대 기지에서 바라본 함박도는 눈으로 보일 정도 거리(8.8㎞)에 있었다. 본 섬에 암초 3개가 약간 떨어진 모습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함지박처럼 생겼다 해서 함박도란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북한은 2017년 이곳에 레이더 기지를 세웠다. 이날 망원경으로 본 함박도에서 북한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썰물 때 종종 함박도 주변 갯벌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던 북한 주민들도 자취를 감췄다.
 
함박도 산 정상에 2층 건물과 철탑이 놓여 있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철탑은 레이더 시설의 일부다. 합참 관계자는 “함박도의 레이더는 군사용이 아니라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달린 항해용 레이더(일본제)”라며 “이 레이더로 항공기를 감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도균 민관 합동검증팀장(국방부 대북 정책관)은 “전술적 용도가 크지 않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거나, 북한 어선의 탈북을 막는 용도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2012년 이후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 불법 어로를 벌이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군 경비정을 함박도 앞바다에 배치하고 있다.

 
함박도 지형과 시설, 주변을 설명하는 모의 지형도 . [사진 국방부 기자단]

함박도 지형과 시설, 주변을 설명하는 모의 지형도 . [사진 국방부 기자단]

 
함박도 정상 2층 건물 오른쪽 아래엔 병사 막사로 보이는 건물 2개가 있다. 막사 주변으론 온실과 태양열 발전기가 보인다. 함박도엔 북한군 1개 소대가 주둔하고 있다. 북한군 물자 보급선이 함박도에 주 2~3회 들른다고 한다.

 
김도균 팀장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한이 관할권을 갖고 있었지만 2017년까지 활용하지 않은 이유가 산세가 험하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엄두가 안 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형이 울퉁불퉁한 함박도에서 평평한 땅을 찾기가 힘들었다. 방사포 등 포병화력을 배치할 공간은 부족한 듯했다.

 
일각에서 함박도의 해안포라고 알려진 시설에 대해 군 당국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산을 깎은 땅에 막사를 만들다 보니 지반 지지대가 필요했고, 이 지지대를 받쳐주는 기둥을 해안포 진지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안포의 구멍’이라는 게 북쪽을 보고 있다”며 “2017년 5월 이후 함박도에 포병 전력이 들어간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함박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함박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말도의 홍근기(58) 이장은 “여든이 넘는 섬 주민들 얘기론 1950~60년대 함박도에 소형 목선을 타거나 수영해 들어가 조개를 땄다고 한다”며 “70년대 이후론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도균 팀장은 “50~60년대엔 NLL 일대의 민간인 출입 통제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73년 북한이 서해 NLL 일대에 경비정 수십 척을 투입해 무력시위를 벌인 서해 사태 이후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강화=국방부 공동 취재단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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