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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소리후 할머니들 '사람살려' 외침"…김포요양병원 참혹 현장

중앙일보 2019.09.24 14:52
24일 경기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들과 의료진이 건물 옆 주차장에 대피 해 있다. [뉴시스]

24일 경기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들과 의료진이 건물 옆 주차장에 대피 해 있다. [뉴시스]

 
환자 2명이 숨지는 등 49명의 사상자를 낸 김포요양병원 화재 현장에 있던 이들이 당시 상황을 “난리였다”고 표현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전기안전공사에서 점검을 위해 전기를 차단했고, 병원 측이 산소를 수동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산소탱크가 있던 보일러실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24일 김포요양병원 화재현장 브리핑에서 “전기안전공사에서 이날 오전 9시에 정기 점검을 위해 전기를 차단했다”라며 “병원 측이 수동으로 산소공급을 하기 위해 보일러실에 있는 산소탱크 밸브를 여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망자들이 산소가 끊겨서 사망한 것인지 연기 흡입으로 숨진 것인지는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프링클러 작동되지 않아" 

권 서장은 “이 병원에 의무 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날 화재 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비상경보 벨은 울렸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추가조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불은 보일러실 내부만 태우고 번지지는 않았으나 연기가 많이 나와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원준희 김포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보일러실과 병실과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연기가 바로 병실로 침투됐다”고 설명했다. 
 
병원 주변은 깨진 유리창 조각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소방대원들이 연기를 빼내기 위해 건물 유리창을 모두 깨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요양병원의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다. [뉴스1]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요양병원의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다. [뉴스1]

 
4층 끝 230호실에 있던 지모(79‧여)씨는 간병인 박경숙(70‧여)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대피할 수 있었다. 박씨는 “병실에 5명이 있었는데 갑자기 가스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며 “펑 소리가 나더니 전기도 나가고 연기가 시커멓게 났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들을 진정시키고, 휴지로 연기를 못 마시게 하면서 데리고 나왔다”며 “할머니들이 기침하고, ‘사람 살려’를 외치는 등 난리였다. 정신이 아찔했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아등바등했다”고 덧붙였다.
 

"나가라는 지시도 바로 못 들어"  

김포요양병원 4층 화재 현장.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김포요양병원 4층 화재 현장.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 김모(57‧여)씨는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를 3번 정도 들은 것 같다”며 “연기가 차는데 마스크도 안 주고, 나가라는 지시도 바로 못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병원 배치도를 보면 4층 복도 끝에 보일러실이 위치하며 그 옆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집중치료실은 가운데에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이 날 오전 9시3분쯤 발생했다. 이 화재로 김모(90‧여)씨와 이모(86)씨가 숨졌다. 사망자 2명은 집중치료실에 있었으며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피하는 과정에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방당국의 추정에 따라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김포요양병원 화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포요양병원 화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0명의 중상자와 연기를 흡입한 환자 37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령의 환자들이 많아 중상자 숫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화재 당시 병원 안에는 환자 132명과 병원 관계자 30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이들은 병원과 통하는 주차장, 고가 사다리, 계단 등을 통해 이날 오전 10시5분쯤 모두 대피를 마쳤다. 한모(74)씨는 “4층 병실에 있었는데 불길은 안 보였고 연기만 자욱했다”며 “간호사들과 함께 주차장을 통해 내려왔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전담팀 구성 

김포요양병원 측은 별다른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윤모(82‧여)씨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딸은 “병원으로부터는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온통 까만 그을음을 뒤집어쓴 어머니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팀은 이날 소방당국이 최초 발화점으로 추정한 건물 4층 요양병원 보일러실 주변을 집중적으로 감식했다. 또 4층 보일러실과 병원 복도 등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보일러실 내부에 설치된 환자 치료용 산소공급장치도 수거해 분석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 김포경찰서는 요양병원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경찰은 추후 요양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병원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는지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안전 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김포=이가영·심석용·최모란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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