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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는 엄마도 훌륭한 영어선생님 될 수 있어요"

중앙일보 2019.09.23 16:44
정혜정 청담러닝 아이가르텐 영어 교육 연구원. [중앙포토]

정혜정 청담러닝 아이가르텐 영어 교육 연구원. [중앙포토]

국내 영어교육 시장에서 미국 교포강사는 원어민 강사보다 인기가 더 높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 양쪽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어린 시절 이중 언어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원어민 강사가 채울 수 없는 빈틈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교포 영어 강사가 말하는 영어 교육법<1>
영어 CD 듣는다고 귀트이기 힘들어
학습식 영어보다 놀이교육이 효과
"아이 영어하는 것 들어주고 칭찬하세요"

이들은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중앙일보 톡톡에듀는 3회에 걸쳐 재미교포 출신으로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포 강사를 인터뷰한다. 
첫 번째 전문가는 유아 영어교육 콘텐츠를 개발, 기획하는 아이가르텐 정혜정 연구원(25)이다. 이화여대에서 국제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언어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7세 때 주재원 아버지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6년간 생활한 그는 영어와 한국어 모두 능통하다.  
 
성장 과정에서 이중언어(한국어와 영어)를 어떻게 익혔나.  
“7세부터 미국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웠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알파벳만 대충 아는 상태였다. 언어를 배운다는 느낌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문장이나 단어를 익히고 연습했다. 어머니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잘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셨다. 주중에 영어 원서를 읽으면 주말에 독후감은 한글로 썼다. 한글책을 읽으면 반대로 영어 독후감을 썼다. 집 밖에서 영어를 쓰면서 일어난 일을 집에 와선 부모님을 위해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즐거웠던 어린 시절 추억 중 하나는 그날 있었던 일을 한국인, 외국인 친구와 나누기 위해 한국어-영어 이중 언어 이야기책을 작성했던 것이다.”
 
그렇게 배운 경험이 현재 유아 영어교육을 연구하는데 적용되나.
“그렇다. 모국어가 아닌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난 즐거웠다. 즐거웠던 기억을 콘텐트에 반영하려 신경 쓴다. 이중 언어에 처음 노출되는 단계에서는 새로운 언어를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동기부여가 되고 학습 태도가 잡힌다. 영어를 좋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하면서 상상놀이를 하도록 구성한다. 또 이렇게 영어를 배우는 것이 단순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것보다 학습 효과가 크다.”  
 
놀이식보다 학습식 영어교육이 효과는 더 좋을 것 같은데.
“비전문가인 엄마나 일반인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아이가 학원에서 문장 패턴 몇 개를 배워서 몇 마디 잘한다고 정말 잘 하는 게 아니다. 매일 단어를 암기하고 퀴즈를 본다면 그 순간은 준비해서 시험을 보겠으나 외운 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몇 년을 공부해도 크게 남는 부분은 없다. 이런 식의 주입식, 암기식 학습은 현실적으로 아이의 영어 레벨을 상승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한 어학원에서 7세 반을 수업하던 첫날, 한 아이가 내게 큰 소리로 “I Want Freedom, Freedom! (난 자유를 원해, 자유를!)”이라고 소리쳤다.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해외에서 태어났는데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배웠고, 귀국해서도 주로 암기식으로 강도 높은 영어 교육을 받았다. 아이에게 영어는 고문이었고 숨을 못 쉬게 하는 고통이었다. 자신은 똑똑하지 않고, 영어는 너무 어렵고 싫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익힌 영어 실력이 내가 보기에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았다. 이 아이를 지도하면서 한국 유아의 영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8세 이전의 유아에게 영어학습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나.
“유아 시기는 ‘언어 다양성’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법을 분석하거나 어휘를 외울 때가 아니다. 세계에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있고, 그 속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앞으로 영어와 한국어를 활용해 세계에 존재하는 풍부한 지식과 사회적 자원을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다. 이렇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자율성과 동기 부여가 촉진돼야 한다.”
 
엄마표로 하루에 일정 시간 영어 CD를 틀어놓고 아이는 자유롭게 놀면서 배경 소리로 영어를 듣거나, DVD로 영어만화 등을 보는 ‘흘려듣기’로 영어 듣기교육을 하는 학습법이 유행인데, 효과가 있다고 보나.  
“한국에서 유아가 이런 식의 한 방향 듣기 학습법으로 귀가 트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귀가 트인다는 것은 듣기와 말하기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학습법에선 항상 언어의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 언어는 사회적이고 상호작용이 있어야 발달한다. 유아에게 단순히 영어를 배경 소음으로 노출한다고 영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대화식으로 구성된 미디어를 고르는 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에서 어떻게 유아의 영어학습을 도울 수 있나.
“먼저 영어학습의 최종 목표를 생각하라. 답은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다. 유아가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가르쳐나가는 것이 목표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영어교육은 의사소통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목표를 아이가 이해하도록 하라. 자연히 교육방식도 대화, 연극, 역할 놀이 등의 사회적 상호 작용으로 꾸려질 것이다. 교육은 엄마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끌어야 한다. 엄마의 역할은 의사소통을 촉진하도록 돕는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야 하나.
“한국어로 말하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영어를 못하는 부모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실력 향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집에서 엄마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아이는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을 가져보라. 아이는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가정에서 이중 언어를 지도하는 핵심은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은 뭐든지 자신이 주도적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 이 특성을 활용하라. 마트에 가기 전에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적을 때 아이에게 영어로 말해보게 한다든가, 냉장고를 열어 부족한 물건을 영어로 지적하게 하는 식이다. 영어를 함께 공부할 수도 있다. 아이와 같은 영어책을 소리 내 읽고 토론하고, 질문하고, 다른 결말을 만들어보라. 글자 없는 그림책을 아이가 영어로 설명하게 하고, 엄마는 청중이 돼 감탄하며 아이의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아이가 재미있게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게 도와주겠다는 목표만 뚜렷하다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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